【안유환 목사의 북유럽 에세이】시벨리우스와 그리그

북유럽 이야기

지구의 북쪽유럽 한구석에 ‘청산 속에 묻힌 옥’처럼 아름다운 나라들이 있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가 그런 나라들이다. 그대로두면 그저 묻힌 옥돌처럼 잊혀질 수밖에 없는 나라들을 옥돌을 갈 듯 지구상의 보석처럼 빛나게 만들어놓은 사람들이 있다. 작곡가인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노르웨이의 그리그, 그리고 덴마크의 농촌부흥을 위해 진력한 그룬트비 목사 등이 그 사람들이다.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와서 핀란드의 대표적인 작곡가 시벨리우스를 듣는다. 무거운 서주의 출발-. 전쟁을 준비하는 영화장면의 배경음악 같은 우렁찬 시작은 무언가 재촉하는 듯한 타악기의 다급한 연주에 잇달아 목가적인 아름다운 선율로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금 군대의 행진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시벨리우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교향시<핀란디아>를 들으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대체로 클래식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씩 잠이 오는 것 같은 아늑함과 함께 흩어졌던 생각을 정리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려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핀란디아>를 들으면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격에 맞지 않는 리듬에 들뜨게 된다. 그것은 <핀란디아>의 작곡배경과 핀란드의 지정학적 위치를 살펴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핀란드는 13세기경부터 19세기 초까지 스웨덴의 지배 하에 있었으나 1808년 러시아의 핀란드 침공으로 다시 러시아의 속국이 되었다. 그 때문에 나라 잃은 백성들에게는 독립운동의 필요성이 고조되고 있었다.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시벨리우스(1865-1957)는 베를린 음대와 빈 아카데미에서 수학하고 귀국하여 러시아의 식민지로 고통당하는 나라를 생각하며 이곡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함석헌 선생이 ‘RESIST’(저항하다)란 단어가 없었다면 영어를 배우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고, 프랑스의 지성 사르트르도 ‘인간은 저항하기위해 산다’고 말했지만 시벨리우스야 말로 음악을 통해 러시아의 압제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핀란드 독립운동에 불을 지폈다. 당시 러시아 정부에서는 이음악의 영향을 받아 독립운동이 일어나자 <핀란디아>를 금지곡으로 묶었다. 이런 일들로 인해 핀란드가 해방된 후에는 국가에서 시벨리우스를 국부로 추앙하며 더욱 핀란드국민의 혼을 일깨우는 곡을 쓰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28년 동안 단한편의 곡도 쓰지 못했다고 한다. 모든 것이 안정된 그의 생활 속에서 그는 더 이상 저항하고 도전해야할 목표를 잃었기 때문일까? 92세까지 장수한 그는 영원히 역사 속에 나라를 위한 ‘저항음악가’로 남아있기를 원했는지 모른다. 핀란드는 이러한 음악적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벨리우스 초상과 핀란드 국민의 기상을 상징한 파이프부조를 만들어 기념공원을 조성해놓고 오늘까지 그를 핀란드인의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다. 음악의 힘이 나라를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는 귀한 교훈을 생각한다. 한편 노르웨이 여행의 첫날은 아예 그리그의 <페르귄트>모음곡 1번 ‘아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오늘까지 여행 중에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클래식을 틀고 해설을 들으면서 여행을 한 것은 처음으로 기억된다. 핀란드에 시벨리우스가 있다면 노르웨이에는 그리그(1843-1907)가 있다. 그는 일찍이 15세의 나이로 독일 라이프치히 음악원에서 5년간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하고 피아니스트로 유럽 여러 나라들을 순회하다 명성을 얻고 고국에 돌아와 여성해방에 큰 영향을 끼친 희곡 ‘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입센과 손잡고 작품을 썼다. 그리고 올해는 마침 입센(1828-1906)이 타계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로 시내중심가에는 입센과 연관된 축제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볼 수 있었다. 둘째 날에는 그리그의 고향이며 한때는 노르웨이의 수도였던 아름다운 도시 베르겐을 찾아 한눈에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해발320m의 전망대 플로이엔에 올랐다. 바다위로 그림처럼 펼쳐진 베르겐 항구를 멀리 보며 전망대공원에서 제일먼저 만난 것은 트럼펫을 연주하는 ‘미니음악회’. 고희를 훨씬 넘긴 듯한 노인이 ‘솔베이지송’ 하나만을 계속연주하고 있었다. 연주가 쉴 때마다 그 앞에 놓여진 통에는 동전이 던져지고 있다. 솔베이지의 노래는 <페르귄트>의 클라이맥스에 나오는 곡으로 학창시절 우리가 즐겨 부르던 귀에 익은 노래이다. <페르귄트>는 입센의 희곡 ‘페르귄트’에 그리그가 곡을 붙인 것.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페르귄트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꿈과 이상에 이끌리며 온 세계를 전전하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노쇠한 몸으로 고향에 돌아오게 된다. 페르귄트는 그의 오두막에서 백발이 된 옛 애인 솔베이지를 만나고 그녀가 자기를 사랑하며 일생동안 정조를 굳게 지켜온 것을 알고 그녀의 무릎에 누워 평화스런 죽음을 맞는다. 일생을 기다려온 페르귄트가 조용히 숨을 거두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솔베이지는 “겨울이지나 또 봄이 가고 또 봄은 가고 그 여름날이 가면 세월이 간다.··· 아, 그러나 그대는 내 님일세.···”라고 애절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페르귄트처럼 헛된 것을 좇아가는 인생들을 오래참고 기다리시는 하나님을 생각한다.

2006.10.14

지난 기사를 보실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110년 전, 항구 서쪽에 복음으로 세워진 부산 항서교회

-암울했던 시대에 복음의 빛으로 세워진 교회
-한국전쟁, 피난민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
-‘학사교회’라고 불리던 교회
-지역사회를 품고 다음 세대와 함께 할 ....

2015 예수부활 부산연합축제 준비위원장 이성구 목사

Q 기존 ‘부활절연합예배’라는 이름에서 ‘예수부활 부산연합축제’라는 이름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A 기독교 최대 명절은 부활절입니다. 그런데 ....

삼일교회 성도가 공개한 송태근 목사 청빙 일화 ‘주목’

▲송태근 목사가 삼일교회 청빙을 받아 부임하던 시기, 강남교회가 보여준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이 새삼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진 삼일교회)

삼일교회를 다니는 한 성도가 3년 전 송태근 담임목사의 청빙 과정에서 있었던 일화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시기 강남교회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