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학 재학시절 대학신문 편집국장을 지내고, 대학원에 다니는 동안 대학원보 및 학술지의 편집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학원보는 타블로이드판 8면 내외의 계간(季刊)이었으므로 알차게 편집할 만한 특별한 내용을 다루기가 매우 어려웠으며, 원우회에서 발행하던 학술지는 교수 및 원생들의 논문을 게재하는 순수 학술지였기 때문에 편집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신문 편집을 책임 맡고 있는 동안에는 제법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거창한 용어로 표현하자면, 편집권의 독립에 관한 투쟁(?)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마냥 젊은 혈기로 대학 당국과 주간교수에게 거칠게 항의하며 대들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벌써 세월이 많이 흘렀으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학신문에 대한 기자들과 당국 간의 인식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보도 기사 하나 하나에 대한 시각차이가 늘 있었는데, 대학 측은 홍보지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각 교단마다 주간지 형태의 교단지(敎團紙)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예장 합동측의 <기독신문>, 통합측의 <한국기독공보> 고신교단의 <기독교보>를 비롯하여 침례교에서는 <침례회보> 등을 타블로이드 배판 12~24면으로 매주 발행하여 전국의 소속 교회에 배부하고 있습니다. 교단 내의 각종 소식은 물론이고, 한국교계나 세계 기독교 소식을 전하는 동시에 각종 심층 분석 기사를 목회자와 평신도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각 교단의 교단지는 몇 가지 면에서 일반 기독교 전문지보다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교단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다른 기독교 전문지들과는 사뭇 다른 권위를 누리고 있으며, 교단내 행사와 교역자 청빙 등의 광고를 거의 독점적으로 수주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특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단 행사와 소속교회 등의 각종 취재원에 가장 근접해 있으므로 밀착 취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각 교단에서 언론사를 직접 설립하여 운영하기 때문에 재무구조도 다른 기독교전문 주간지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교단에 대한 소속감과 충성심(?)이 분명한 기자들을 채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독점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교단지가 언론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별개라고 봅니다. 앞에서 지적한, 보다 나은 자금과 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독교신문들보다 더 사랑을 받지 못하는 교단지가 있다면 그 이유를 깊이 헤아려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언론기관은 입법, 사법, 행정의 3부와 함께 제4부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가고 있지만 각 교단지가 이러한 제4부로서의 역할을 맡아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듯합니다. 어떤 교단의 교단지는 소속교회에 배부하는 뉴스 레터의 성격을 채 벗어나지 못한 경우도 있고, 각종 현안 보도에 있어서도 심각할 정도로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여론 선도 기능은 고사하고, 사실 보도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교단지는 홍보지에 불과합니다. 이미 다른 기독교 언론을 통해서 다 알려지고, 밝혀지고, 드러나서 규명된 사건들조차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교단지는 홍보지를 자임하면서 언론의 기능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교단지에서 미담을 소개하고, 수범사례 등을 게재하는 것을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첨예한 사건마다 피해가고, 독자들의 알 권리를 등한히 여기며, 중요한 교단의 이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교단지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빠른 매체들을 통해서 교단내의 문제들이 이미 대부분 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글의 수준은 논외로 하더라도, 사설(社說)에서 지나치게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각 교단지가 홍보지 수준을 벗어나 교단 언론으로서의 제 기능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좀더 확실한 독립적 경영과 편집국 기자들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는 편집권의 완전한 독립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교단지 종사자들에 대한 보다 나은 처우개선을 통한 우수 인력 흡인효과를 제고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교단지는 기자들이 만들고, 교단지의 수준은 편집국을 능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교단지는 홍보지가 아니라 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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