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9월 중순이면 한국 대부분의 교단이 총회를 개최하게 된다. 서울 대형교회의 목회자로 한국교계에 널리 알려진 어느 목사님은 ‘교단은 필요악’이라고 일갈하였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지만 각 노회나 지방회 등에서 상정된 안건을 처리하고, 교단의 현안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총회의 존재 의의를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교회는 영적인 모임인 동시에 사람들의 모임 임으로 이런저런 문제가 산적하게 되고, 일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노회나 총회 등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과거에는 교단 총회는 언제나 교회당에서 회집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몇몇 교단은 신학교나 대학교 강당에서 총회로 모이고 있다. 금년의 경우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측, 합동측, 통합측, 합신측을 비롯한 한국기독교장로회는 각각 교회당에서 회집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독교대한감리회와 한국루터회도 교회당에서 회집한다고 한다. 반면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정통 총회는 백석대학교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총회는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총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1천여 명이 훨씬 넘는 총대가 참석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과 합동측에서 아직까지는(?) 명성교회당과 온천제일교회당에서 회집함으로써 교단 소속 교회당에서 총회가 모이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할 수만 있다면 교단 총회가 교회당에서 모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조국교회의 모든 전통을 고수할 필요야 없겠지만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는 것도 신앙의 후배들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대학이나 신학교 강당에서 모이면 편리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지만 9월에 개학하자마자 휴교해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도 고려해야만 한다. 전국의 총대가 같은 장소에서 숙식을 해결함으로써 일사불란한 의사진행이 가능하고, 주차문제가 해결되고, 회의장 이석(離席)인원이 줄어들고, 회의 준비가 편리하며, 해마다 회의장소 물색의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운영경비가 절약되는 등의 유익한 점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한국교회의 각 교단 총회를 교회당에서 회집하였던 것은 그보다 더 많은 유익이 있었기 때문이다. 총회는 교회의 회의이므로 교회당에서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회를 당회원댁이나 수양관이나 기도원에서, 심지어 호텔에서 해도 되지만 교회의 회의이기 때문에 교회당에서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런 것과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도 총회를 교회당에서 개회함으로써 얻는 유익은 지역교회와 목회자의 연합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개교회가 노회나 지방회를 한 번 준비해도 여러 가지 유익을 얻을 수 있는데, 전국 단위의 교단 행사를 유치하여 치름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많은 유익이 있다.
또한 전국교회의 대표인 총대들이 한 도시에서 총회를 위해 한 주간 동안 머물면서 지루한 회의만 하다가 돌아가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 도시의 형편을 살피고, 지역 교회 목회자들을 격려하고, 함께 기도하고, 관심을 갖는 성도의 아름다운 교제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아름다운 전통을 살려 교회당에서 총회가 회집되었으면 한다. 총회가 열리는 교회 주변의 호텔을 비롯한 상가나 식당도 환영할 것이고, 인근 도시에 있는 젊은 목회자들이나 평신도들도 총회를 참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교단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을 갖게 되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기독교언론 뿐만 아니라 지방 신문이나 방송 등 일반 언론의 관심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총대수가 기껏해야 5백 여명 정도에 불과한 교단들이므로, 총회 장소선정에도 별 무리가 없다. 주일낮예배에 그 정도의 성도가 출석하는 교회는 전국에 수없이 많고, 교육관을 합쳐 연건평 1천평 정도면 총회 장소로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주차문제는 노회별 버스운행과 주차장과 교회 간에 셔틀버스운행으로, 숙식은 교회 인근의 시설을 이용하여 유대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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