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상을 감동시킨 아름다운 사건이 있었다. 세계 2위 갑부 ‘워렌 버핏’이 36조원에 달하는 재산을 ‘빌 게이츠’ 재단에 쾌척한 것이다. 자식이 셋이나 있지만 상속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길도 택하지 않고 아무 조건도 없이 그 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였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란 말처럼 그의 자식들 또한 벌써 자신들의 자선재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보도는 우리를 감동케 한다.
“부자인 채 죽는 것이 너무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고백하면서 미국의 기부문화의 정점에 섰던 ‘앤드류 카네기’가 남긴 “부자의 인생은 두 시기로 나누어야 한다. 전반부는 부를 획득하는 시기이고, 후반부는 부를 분배하는 시기여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명언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조원, 8천억 원을 기부한 재벌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감동하지 못한 이유는 그 기부 동기가 어린아이라도 느낄 수 있는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잔잔한 감동과 한편으로는 아린 이야기지만 한국의 기부문화의 중심에는 할머니만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김밥할머니, 떡장수할머니, 삯바느질 할머니들이 평생을 힘들게 모은 재산을 기부해서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것이 연중행사처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富)를 행복으로 바꿀 줄 모르는 사람들은 그 부로 인해 불행해지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로 인해 불행해 지는 것은 그 부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나눔을 통해 모든 사람을 위해 주어진 축복의 도구임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님은 ‘주는 것이 복’이란 진리를 가르치셨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피 한 방울까지도 인류를 위해 내 놓으셨다. 이것을 명쾌하게 깨닫게 된 사도 바울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가졌던 부와 명예와 권력과 지식을 내려놓고, 대신 모든 사람의 행복을 위해 일생을 주님이 가르치신 십자가의 도를 행보하면서 ‘왜 사느냐?’에 대한 질문에 로마서 14:7-8절에서 “살아도 죽어도 주를 위하여 살아가는 것”이라 고백했던 것이다.
누가 나에게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사람 사는 것이라고 들려주고 싶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하나 있어 여기에 옮겨본다.
작은 도시에 가난한 부부가 살았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부부는 늘 행복함으로 지냈는데 어느 날 아직 젊은 나이의 남편이 실직을 당했다. 쌀독의 쌀은 몇 알만 남았고, 설상가상으로 아내의 배는 산월이 가까워 불러왔다. 그러던 어느 날 당장 저녁끼니도 문제였지만 새벽마다 인력시장으로 나갔다가 돌아 온 남편에게 차려줄 저녁거리조차 없는 것이 서러워 아내는 그만 부엌바닥에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아내가 우는 이유를 모를 리 없는 남편은 아내에게 다가가 그 서러운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당신 갈비 먹고 싶다고 했지? 우리 외식하러 갈까?”라고 위로했다. 외식할 돈이 없다는 것을 훤히 아는 아내였지만 오랜만에 들어보는 남편의 밝은 목소리가 좋아서 그냥 피식 웃고 따라 나섰다. 남편이 갈비를 먹자며 아내를 데려간 곳은 백화점 식품매장이었다. 식품매장 시식코너에서 인심 후하기로 소문난 아주머니가 젊은 부부를 발견했다. 빈 카트, 만삭의 배, 파리한 새댁의 입술, 그냥 두리번거리는 남편의 눈길, 시식 코너 아주머니는 한눈에 부부의 처지를 눈치 챘다. “새댁 이리 와서 이것 좀 먹어봐요. 임신하면 입맛이 까다로워진다니까.” 다른 시식코너의 직원들도 임신한 아내의 입맛을 돋궈줄 뭔가를 찾으러 나온 부부처럼 보였던지 자꾸만 맛 볼 것을 권했다. 부부는 그렇게 넓은 매장을 돌며 이것저것 시식용 음식들을 맛봤다. “오늘 외식 어땠어?” “응 좋았어. 여보.” 그리고 손을 잡고 돌아가는 부부의 장바구니엔 달랑 다섯 개 들이 라면 한 묶음이 들어 있었고 어두워 진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 불빛을 올려다보는 젊은 부부의 눈에는 행복한 눈물이 젖어들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행복이란 가진 것으로 잣대를 재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진 것은 행복을 플러스 시키는 도구일지 몰라도 때로는 그것이 불행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 가진 것이 재물이든 지식이든 권력과 명예이든 마찬가지다. 무엇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아, 잘 잤다.”라고 미소를 머금고 기지개를 켜는 사람과 “아, 죽겠네.”라고 하면서 몸을 한 번 더 돌려 눕는 사람의 하루가 같을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을 웃는 얼굴로 시작하는 사람과 불편스러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사람의 하루는 같을 수 없다. 하루를 살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열린 마음에 사랑이란 싹이 돋는 법이다. 거기서 삶은 차츰차츰 푸른 초장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리할 때 우리의 마음도 풍요롭게 되고 감사함으로 삶이 넉넉해지는 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