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칼럼- 허상과 실상】

한 여성단체에서 ‘미스터 모범남성’을 선정하기로 했다. 수만 통의 추천서가 접수됐는데 그 중에 관심을 끄는 편지 한 통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신청한 것이었는데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저는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으며 성생활도 안 합니다. 여성을 구타하는 법이 없으며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몸에 익혀 영화나 비디오로 시간을 허비하는 법이 없으며 일요일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예배를 봅니다. 이런 생활을 벌써 7년째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이 남자야말로 가장 유력한 미스터 모범남성이라고 결론을 내린 주최측에서는 확인을 위해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수화기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네, 여기는 안양교도소입니다.”
편지내용과 실상은 달랐다. 이 세상에는 허상이 있고 실상이 있다. 명분이 있고 실리도 있다. 허상이 실상을 속이고 명분이 실리를 속이는 것이 나쁘다. 허울 좋은 허상이 너무나 많다. 잠시 후에 들통 날 것인데도 용감하게 실상인 양 드러내기도 한다.
양계장을 운영하는 한 성도가 있었다. 그는 교회 출석은 잘 하나 도무지 헌금을 드릴 줄 몰랐다. 하루는 목사가 조용히 권면했다. “우리가 가진 재물의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 수입의 십분의 일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 신자의 의무입니다.” 성도는 진지한 표정으로 목사님의 말씀을 들었다. “목사님, 이제부터 주일에 낳은 달걀을 모두 십일조로 드리겠습니다.”
그 성도는 그때부터 매주 수백 개의 달걀을 십일조로 드렸다. 그런데 점점 달걀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한 개도 가져오지 않았다. 목사는 다시 끈기 있게 십일조를 드리라고 권면했다. 그러나 성도는 이렇게 대답했다. “목사님, 이제 우리 닭들은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기 때문에 주일에는 알을 낳지 않습니다.”
이런 성도는 십일조를 드리는 것도 믿음의 허상이다. 즉 믿음이 없는 십일조이다. 그러기에 계속 할 수가 없다. 또 안 드리는 이유도 허상이다. 자기변명에 불과한 것이지 사실은 그렇지 않다. 허상을 사실처럼 말할 때 스스로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한 신학생이 학기말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공부를 했는데도 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기본점수가 나오지 않는 것은 뻔한 일이다. 그는 고민하다가 백지를 내는 대신 낙서를 해서 내었다. “하나님은 모든 정답을 아십니다. 그리고 저는 그 정답에 동의합니다.” 시간이 지난 후 교수가 채점한 성적표가 나왔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하나님은 100점, 너는 빵점.”
인간은 자기결단에서도 허실이 있다. 큰소리를 치면서도 내실이 없는 빈 깡통 같은 경우가 많다. 사람이 자주 큰 결심을 한다. 베드로가 ‘다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좇으리이다’라고 한 결심이 얼마나 허무한 큰소리였는가는 주를 세 번이나 부인하는 모습에서 증명되고 있다. 허상을 극복하자. 그리고 실속을 차리자.

200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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