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래전의 이야기이지만, 정부 당국에서 전국 주요 종교단체에 공문을 보내 각 종교단체의 신자수를 보고해 주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각 종교단체에서 보고한 신자 수를 합산하자 전 국민의 숫자를 능가했다고 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신자수를 가장 엉터리로 부풀려서 보고한 종교는 기독교가 아니어서 위로를 받을 수는 있었지만 각 종교단체들의 정직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매 5년마다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인구센서스와 비교할 때, 종교단체에 따라 약1천만 명이나 차이가 나기도 하고, 어떤 종교단체는 불과 십여만 명 정도만 차이가 날 정도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어떤 근거를 토대로 한 것인지 정확하지는 않으나 신자수를 1천2백만 명이라고 공표해왔으나 며칠 전 2005년에 실시하였던 인구센서스 결과가 발표되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2005년 인구센서스 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이 몇 가지 있다. 무엇보다도 기독교 신자수는 10년보다 14만 4천명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개척교회를 설립하고, 전도를 위해 퍼부은 열정과 물량공세 등에 비하면 낙심할 정도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천주교 신자는 219만 5천 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좋은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 불교 신자도 40만 5천명이 증가한 것까지 고려한다면 한국 주요 3대 종교 가운데 유독 기독교만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천주교의 경우 10년 동안에 295만 명에서 514만 명으로 74%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어 성장률이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다. 천주교 신자수의 증가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교황청을 중심으로 한 일사불란한 조직력,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불의에 항거하는 정의의 세력으로 각인된 이미지, 청렴성과 사제단의 결속력 등이 상호작용을 일으켰다고 본다. 이러한 점은 분열과 분쟁을 일삼았던 한국교회, 불의와 적당히 타협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기독교,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단논쟁, 각종 추문에 휩싸였던 기독교인들의 모습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부각시켰다고 볼 수 있다. 타종교에서 개종하거나 무종교인들이 천주교를 선호하는 요인을 분석하여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인구센서스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주목할 만 한 점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호남지역은 기독교가 강세인 반면에 불교는 영남권에서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기독교 신자 비율은 22.8%, 전북지역은 26.3%로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구 경북이 10%를 약간 상회하지만 경남지역은 8.5%로 최저를 기록하고 말았다. 전국적으로는 불교가 22.8%로 1위를, 기독교인 비율이 18.3%로 나타났다. 이러한 집계는 각 종교단체의 집계가 아니라 통계청 주관으로 각 세대를 가가호호 방문하여 실시한 통계라는 점에서 한층 더 공신력이 있는 통계라고 하겠다. 하지만, 부모와 가족들이 출석하고 있는 모교회에 교적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직장이나 학업관계로 타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신자수를 감안한다면 이번에 집계된 기독교 신자수 861만6천 명보다는 확연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구센서스 결과를 보면서 한국교회가 주목해 보아야 할 몇 가지를 더 살펴보면,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늙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1975년에 실시된 422만7천명이었던 4세 이하 인구가 238만2천 명으로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의 노령인구는 120만6천명에서 436만5천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다. 한국교회가 주일학교 사역을 열심히 했던 7,80년대의 향수에 젖어 있는 동안에 늘어난 노령인구에 대한 대비책이 활발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해야 할 것 같다. 과거에 주일학교 사역만큼의 비중을 노인 사역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또한 성인 3명 중 1명 정도가 대졸 이상인 고학력 인구의 증가, 저출산 및 결혼연령의 상향으로 인한 만혼현상, 타 종교단체들의 사회복지법인 설립과 사회봉사 기여 강화, 국내 거주 외국인의 증가, 농어촌 인구의 급격한 감소 등에도 한국교회가 나름대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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