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교회는 1912년 총회가 조직된 이후 전통적으로 매년 4월과 10월에 정기노회를 개최하여 여러 가지 행정 처리를 해오고 있다. 대체로 4월 정기노회에서는 총회에 파송할 총대를 선출하고, 10월에는 예결산을 승인할 뿐만 아니라 임원을 선출해오고 있다. 약 50 내지 1백여 개의 교회로 구성된 노회는 각 교회 당회에서 청원한 안건을 처리하고, 9월에 개회되는 총회에 상정할 각종 헌의안(獻議案)을 결정하는 장로교회의 가장 중요한 회합이라고 할 수 있다. 바람직한 한 노회를 소개해 본다.
무엇보다도 Q노회는 금번 회기부터 임원회, 시찰, 각 상비부 회의 참석자들에게 관례적으로 지급해 오던 여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가결하였다. 시찰회의 때마다 약 2-3만원씩 지급해오던 여비를 지출하지 않고, 모일 때마다 5-7만원 정도씩 지급해오던 노회 임원들의 여비도 자비로 참석하도록 결의하였다고 한다. 노회 폐회 중에 모임이 필요한 임사부, 행정부, 선교부, 고시부 등의 각 상비부 회의에서도 약 5-10만원씩의 여비를 지급하였으나 앞으로는 일체 지급하지 않기로 결의하고, 식비 지출을 1인당 1만원 내외로 지출하기로 한 것은 특이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노회의 예산이 모두 각 교회 성도들의 정성어린 헌금으로 드려진 상회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조금이나마 개 교회 상회비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보다는 교회 지도자들이 교회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고 있다는 상징적인 결의인 동시에 목사와 장로의 품위를 유지하는데 크게 일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기노회에서 「여비지급 금지 특별결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총대로 선출된 목사, 장로 26명은 즉석에서 총대노회를 개최하여 총회 참석 여비 780만원을 지급받지 않기로 결의하여 노회의 결의에 화답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매년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들에게 1명당 30만원씩을 노회에서 지출해오고 있었지만 금년부터는 이러한 관행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 결의안에 따라 약 1천여만 원의 노회 예산 절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Q노회 41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일체의 여비를 지급하지 않게 됨에 따라 나타난 몇 가지의 변화도 주목할만하다.
노회 임원, 시찰부원, 상비부원, 총대들에게 일체의 여비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어느 정도의 선거 담함과 과열양상을 띠던 모습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미 임원으로 봉사했던 사람들이 임원 자리를 서로 사양하고, 특히 교회에서 제공하거나 자신이 스스로 부담하는 여비로 한 주간 동안 총대로 참석할 사람들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서로 총대 피선을 고사하는 바람에 임직받은 지 겨우 3년이 채 안된 장로가 총대로 참석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안수받은 지 각각 6년,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30대 중반과 후반의 젊은 목사가 두 명이나 총대로 선출되는 이변을 낳았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 두 사람은 시무교회 규모나 목회경력 면에서 볼 때 총회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봉사할 수 있고, 총회적인 일을 맡을 만한 사람으로 인정된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Q노회의 이러한 결정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총대 구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것은 대부분의 한국장로교단 총대가 본인이 여비를 부담해가면서까지 참석할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둔 60세 이상의 목사와 장로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총회 구성원의 특성상 참신하고 개혁적인 의안이 통과되기는 커녕 제대로 상정되어 논의조차 불투명한 현재의 모습을 어느 정도는 일소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Q노회에서는 금년에 총회에 「임원 및 각 상비부 여비 불지급의 건」을 헌의키로 하였는데, 이렇게 하여 절감되는 경비는 연간 약 8천여만 원이나 된다. 또한 총대수 10명 이상의 노회에서는 30대의 목사 장로 각 1인씩을 특별할당제로 선출토록하는 청원을 제출키로 하였다. 참으로 바람직하고 고무적인 Q노회의 모습은 필자가 이번 정기노회를 마치고 돌아와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잠든 사이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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