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회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67개로 광역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법제화하던 중에 특별위원회의 임기가 종료되어 정작 입법에는 실패한 일이 있었다. 언제나 정쟁을 일삼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던 여당과 야당이 모처럼 머리를 맞대고 도출해가던 합의안이 전혀 엉뚱한 요인으로 폐기된 것을 실로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이와 같이 행정구역을 간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예를 들면 과거의 동사무소 등이 주민 자치센터로 바뀌었고, 구청의 불필요성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로막고 있던 산에 터널을 뚫고, 도무지 건널 수 없을 것 같았던 강에다 다리를 놓아 수백 리를 지척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형편이고 보면, 과거의 행정구역이 별반 설득력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은 어느 지방자치단체를 막론하고 이전 같았으면 벌써 분동(分洞)했을 법한 동네도 분동을 잘 고려하지 않는다. 의식이 있는 공무원들은 오히려 통합을 고려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대중화로 지정학적인 경계선은 실제 생활에서는 별 의미가 없게 되었고, 대중교통의 발달과 승용차의 보급으로 통합의 요인은 훨씬 더 많아 졌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분할의 시대가 아니라 통합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각 교단에서는 이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감리교회는 전국에 10개 연회 약 210개의 지방으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침례교회는 약 110여개의 지방회가 조직되어 있다. 이러한 조직에는 감독, 감리사, 지방회장 등을 비롯한 임원들이 있어서 치리와 봉사 및 친교를 위한 협동사역을 각각 당당하고 있다. 장로교회의 경우 합동측은 특수한 경우의 예외는 있으나 대체적으로 21개 당회를 1개 노회의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어서 노회를 분립하여 신설한다는 것은 용이하지가 않다. 하지만 필자가 속한 교단은 그 기준이 선교사들이 사역하던 과거 경상대리회나 경상노회 시절을 연상할 정도로 기준이 현저히 낮아서 잦은 노회 분립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장로교단 노회의 경우 감리교회의 지방보다는 교회수가 훨씬 많았고, 침례교회의 지방회 두세 개를 합쳐야 될 정도의 규모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별반 차이가 없게 되었다. 현재의 시찰회는 지나치게 규모가 왜소해져서 교회수 10개 미만의 시찰회가 부지기수이다. 그런데도 노회를 나누고, 시찰회를 분립하는 노회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수가 늘어나고 성도수가 늘어나서 노회를 나누고 시찰회를 분립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고 권장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작금의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혹시라도 노회를 분립하는 것이 임원을 나누어 맡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면 이것은 결코 권장할만한 일이 못된다. 예를 들어 50여개의 교회를 25개의 교회로 나누어 노회를 분립할 경우 서로 돌아가면서 오순도순 임원을 맡을 수 있고, 총회에 총대로 진출(?)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노회를 분립한다면 결코 바림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본다. 특히 필자가 속한 교단의 경우 상위법인 교단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향후 5년간 총대수를 동결한다」는 초법적 결의 때문에 총대수를 늘릴 수 없는 형편에서 노회를 분립하여 앞으로 몇 명의 총대수를 늘리는 것은 성장하고 있는 타 노회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노회 분립의 타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 자리를 서로 나누기 위한 것이거나 총대의 수 늘리기 위한 정도로 비쳐진다면 상당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노회의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지게 되면 치리권이 약화되고, 친목단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언제나 상존하고 있으므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분할의 시대가 아니라 통합의 시대인 점을 감안한다면 노회 구성의 최소 요건을 합동측 처럼 20여 당회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산에 터널이 뚫리고, 조그마한 쪽배로는 건너기 어려웠던 강에 다리가 놓이고, 인터넷으로 세상이 연결되어져 가고 있는, 지금이 과연 노회를 나눌 때인지 심사숙고해야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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