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은 이 나라 광역 및 지방 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 선거일입니다. 정치권에서는 마치 생사를 걸듯 벌써 선거운동이 과열된 나머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모를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되는 일들이 도처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을 봅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말들이야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큰소리들을 하지만 우리가 볼 때는 전혀 그렇지 않은 좀 나쁜 말로 자기들의 밥그릇을 위한 철저한 이기적 발상이 어린아이라도 느낄 수 있는 일들을 전개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그래서 요즈음 지각있는 국민이라면 먹는 것도 제대로 소화되지 않는, 역설하면 퇴보하는 정치 현장을 볼 때 기대감이 슬픔과 아픔으로 바뀌는 통한을 느끼게 합니다.
건곤일척(乾坤一擲)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당나라의 대문장가인 한유(韓愈)가 장량(張良)과 진평(陳平)을 기리며 읊은 회고시 과홍구(過鴻溝)에 나오는 말입니다. 하늘과 땅을 걸고 한 번 주사위를 던진다는 뜻으로서 곧 운명과 흥망을 걸고 단판 걸이로 승부나 성패를 겨룸, 또는 흥하든 망하든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결행함을 뜻하는 비유입니다.
여당의 당의장 선거가 있는가 싶더니 당선된 분의 일성부터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논리로 지금 이 나라의 모든 정책과 정치 현안들이 뒤틀렸으니 내가 바로 잡겠다고 큰 소리를 치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듣고 보면서 또 선거 때가 되었구나 하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것을 비판하는 야당의 논평이나 언론의 논객들의 비판논조를 들여다보아도 자기들의 이해관계에서 평가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는 것 또한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하나 같이 이기적이며 오만한 발상들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미 막판 장터처럼 되어진 정치권을 신뢰하는 국민은 없는 것 같고, 불안하기만 한 국가 경영의 현실을 바라보는 국민은 답답하기만 한데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만 쏟아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게다가 국민의 대변자로 국회에 가신 선량(選良)들도 표현하기 가혹하지만 오합지졸 같은 행태를 신성한 국회에서 보이고 있으며 그렇기에 국민적 이 고통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되어야만 했는가?
이것저것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어가는 것 없다는 자괴지심에 국민들의 가슴에는 냉혹했던 정치적 잔설(殘雪)이 남아 있어 아직도 정치적 봄 소리를 듣지 못하고 아린 마음으로 살아가는데 급기야 총리가 3.1절에 부적절한 관계로 골프를 쳤다는 이야기나, 소위 선량(選良)이라 불리는 국회의원이 성추행이라는 기막힌 사건의 주인공이 되면서 정치권도 사회도 겨울 막판장터같이 된 듯 싶어서 우리를 더욱 춥게 합니다. 급기야 직설법과 괘변의 달인으로 불리는 도올 선생이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토해내는것 까지는 좋은데 그 입에서 ‘저주 받을 자’란 악담까지 나왔으니 이쯤되면 대통령님이 사용하신 막가자는 세상 된 듯 싶어 더욱 춥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정치인들의 행태(行態)와 그들의 구사하는 언어는 이해와 관용과 사랑과 넉넉함이 없고 망어(妄語), 기어(綺語)를 예사롭게 구사하며 그래서 악구(惡口)가 되고 양설(兩舌)로 많은 사람들이 환난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妄語’란 허망한 말, 거짓말, 남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헛된 말이며, ‘綺語’는 교묘하게 꾸며대어 하는 말, 겉과 속이 다른 말, 마음에도 없는 수다스럽게 과장하고 가식하는 말이며, 惡口는 남을 악담하고 남이 잘되지 못하도록 욕하고 저주하는 입을 말하며, 兩舌은 양쪽에 다니며 서로 다른 말로 이간질하여 싸움을 붙이는 것으로 두 혀를 놀려 서로를 불화하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타락한 정치와 이런 말은 분리할 수 없는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소(苦笑)를 금치 못합니다.
무서운 것은 그들의 타락한 언어구사에 가려들을 수 있는 귀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감언이설에 현혹되는 것은 나라가 어지러울 때 국민정서의 단면이지만 망어(妄語)와 기어(綺語)를 쏟아내는 악구(惡口)와 양설(兩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백성들이 그 말에 휘청거리다가 잘못된 결정을 하고 가슴치고 피를 토하는 후회를 해도 이미 역사는 저만큼 지난 이후이고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황량한 벌판에 선 듯한 현실에 망연자실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무지한 스스로의 자업자득의 통한이 됨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얼마든지 보았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내가 옳다’하는 사람들의 걸음에서는 아무것도 남겨지지 않은 벌거벗은 역사뿐이었습니다. 동시에 역사와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고 겸손히 희생을 감수한 사람들의 걸음에서는 항상 아름다움이 꽃피워 열매 맺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보는 눈을 열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의 우리의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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