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아내가 죽었다. 영안실을 찾아온 친구가 대성통곡을 한다. 남의 초상집에 와서 울어주며 슬픔을 함께 하는 것이야 좋지만 도대체 저렇게 서럽게 울 필요가 어디 있는가? 그래도 참았다. 그런데 통곡의 시간이 길어질 때 아내 잃은 남편은 친구와 아내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 아니 저들 사이에 숨겨진 무슨 일이 있었던가? 그렇지 않고야 어찌 저렇게 서럽게 울 수 있단 말인가? 궁금증을 묻어 둘 수 없는 사이인지라 어깨를 들썩이며 통곡하는 친구에게 다가간 아내 잃은 남편은 “친구여! 너무 서럽게 우는데 무슨 연유가 있는가?” 친구를 바라보며 “근데” “왜, 망설이지 말고 대답해봐.” “차마 말 할 수 없어.” “어이, 이 사람아, 자네와 내 사이에 말 못할 내용이 뭐가 있냐. 그리고 이미 내 마누라는 죽었네. 어떤 일이 있었다 해도 나는 다 이해 하겠네.” 계속 울먹이며 “근데, 내 마누라는 아직 살았잖아.” “아! 그랬었구나.” 그래서 두 사람은 부둥켜안고 함께 큰 소리로 울었단다.
여성도 호주가 될 수 있단다. 아내이며 어머니인 여성의 위치가 작다할 수 없다. 늙으신 어머니, 당신의 얼굴엔 주름만 가득하고, 그러나 자식을 바라보시는 당신의 눈길은 그윽하다. 못난 것도 자식이랍시고 곁에 있기를 원하시는 그 마음, 그러나 고르반이라며 빈둥대는 모습이 가증스럽다. 내리 사랑이라는 핑계는 자기 새끼 돌보기에 바쁘고, 자신의 앞가림이라도 하는 것이 효도라는 새로운 말거리는 당신을 멀리하기에 좋은 빌미이다. 그리하고도 당신이 사라진 후, 그때에야 그 자리가 너무 깊고 높아 당신을 그리워하며 울고 있을 못난 것이다. 이제는 한 줌의 힘도 없는 어머니.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여성이 호주가 될 수 있음에 좋아하실까? 남녀의 차별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질서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러고도 옳게 가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교도관이 수형자에게 얻어맞고, 경찰이 음주 단속 거부자의 차량에 매 달려가다 떨어지고, 교사가 학생들에게 고발당하고, 교장이 여교사에게 커피 한 잔 부탁했다고 성희롱 죄로 고발당하고, 어른이 아이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사람이 산돼지에게 물려 죽거나 다치는, 이런 만신창이의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다 대 놓고 항의나 하소연을 할 데가 없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이런데도 제대로 된 세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자연보호라는 것 때문에 일 년 농사를 다 망쳐도 산돼지는 잡으면 안되고, 국토의 균형 발전인지 자연 보호인지 뭔지를 묶어놓고, 그러나 허가권 쥐고 앉은 저희들은 사익이면서도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할 수 있고, 그러다가 공산품을 수출하니 농산물은 수입해야 된다고, 이것이 우라질 놈의 거꾸로 가는 세상이다.
정신병자와 의사가 마주 앉았다. 의사는 대단히 피곤한 듯, 졸리는 눈으로 환자를 바라보며 그러나 목소리는 근엄하게 “요즘 어떤 생각이 나는가요?” 환자 “제가 개처럼 생각됩니다.” “음, 심각하군요.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났나요?” “강아지 때부터요.”
차라리 이런 환자였으면 오히려 좋을 것 같은 세상이다. 그러나 희망이 있다. 자식을 위하여 희생한 한 어머니가 있다. 미국인들 인종의 편견이 없지 않고, 그 모자의 삶의 여정에 조롱과 멸시가 어찌 없었겠는가? 그들인들 어찌 거꾸로 가는 세상이라며 탓할 일이 없었겠는가? 이들이 돈방석에 앉아야만 제대로 된 세상이라고 말할까? 아니다. 그들에게는 그 때도, 지금도 제대로 된 세상이었다.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오늘이 주어진 것이리라. 그 어머니는 지금도 학교의 구내식당에서 일한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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