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말씀은 영원불변하지만 그 생명의 복음을 담아 나르는 그릇은 시대마다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어 왔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이나 전자우편이 복음전파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시대에 살았으니까요. 저도 요즈음은 가끔 전자우편으로 서신을 주고받기도 하고, 전자우편으로 복음전도 메시지를 담아 보내기도 한답니다. 세상이 어디까지 변할 지 두고 볼 일입니다.
어느 교회를 방문했다가 ‘카세트 선교회원 모집’이라는 말을 보고 의아해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내용인즉, 그 교회 담임목사님의 주일 설교를 녹음하여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데 소용되는 비용을 분담하기 위해 일정액의 헌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교회뿐만 아니라 요즈음은 웬만한 규모의 교회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카세트 선교(Cassette Ministry)라는 말이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유명한 목사님들의 설교 테이프는 수없이 복사되어 전 세계로 배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의 기라성 같은 목사님들은 물론 미국내 한인 교회 목사님의 설교 테이프는 몇 시간의 시차를 두고 한국으로 대량 복사되어 오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목사님들이 자기 교회 성도들의 가정을 심방 하다가 쟁쟁한(?) 목사님들의 설교 테이프가 수북히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주눅이 든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목사님들은 설교 중에 이런 청취자들을 고려하여 “이 테이프를 듣고 계시는…” 이라거나 “이 방송과 설교 테이프를 듣고 있는 모든 자들에게…축원합니다”라는 표현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분명히 카세트 테이프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문명의 이기(利器)입니다. 목사의 설교라는 것이 담임하고 있는 교회나, 인도하고 있는 집회에서 주어진 말씀이기 때문에, 마치 우리끼리 몰래 맛있게 나누어 먹고 있다가 길가는 가객들에게 들킨 기분이 들 것 같아서입니다.
현대사회의 강력한 선교매체로 각광받을 수도 있는 카세트 설교 테이프는 많은 유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안이한 신앙생활로 흐를 가능성이 다분히 상존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앉거나 가부좌를 하고, 경건한 자세로, 정신과 시선을 집중하여 카세트 설교나 강의를 듣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청취하는 메시지를 통하여 개인의 결단과 거룩한 헌신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참 어렵겠지요. 그래서 목사님들 사이에선 “카세트 테이프, 수북히 쌓아 놓은 신자치고 본 교회에 잘 적응하는 사람없다”는 말을 할 정도입니다.
특히 카세트 테이프의 설교자는 청중이해가 전혀 없거나 거의 없는 상태에서 메시지가 전달된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을 수 있고, 설교에서의 텍스트(Text)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컨텍스트(Context)도 무시될 수 없을 것입니다. 대부분이 석,박사들로 이루어진 교회에서 전한 메시지를 다른 교회에서 그대로 전할 때에는 여러 가지 제한점을 안고 있습니다. 카세트 설교 테이프를 통하여 죄악에 대한 통열한 외침과 고고한 선지자적 메시지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부터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심층적이지 못하고 다분히 표피적인 내용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카세트 테이프 일변도의 신앙, 이것은 목양을 거부하는 현대 신앙인들의 정서와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팝콘을 먹으면서 카세트 테이프 설교 한 편을 듣는 것으로 예배를 대신하거나 신앙훈련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어느 정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특히 병원에 입원 중이거나, 목사님의 설교를 직접 들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거나, 공산권 국가나 회교권에 있는 구도자들에게 있어서 카세트 설교 테이프는 확실한 복음 전달의 매체입니다. 또한 특별한 주제를 다루는 강사의 강의 테이프는 우리의 신앙을 강화하는데 유익한 도구로 제한적으로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카셋트 테이프 설교-그것은 약간의 유익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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