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홍 석 목사
마산제일교회 담임목사
서울, 부산을 비롯하여 몇몇 도시에 은퇴목회자들을 위한 교회가 설립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한 평생을 목회사역에 전념하다가 노년에 은퇴하여 평소에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거나 담소를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정겹고 아름다운 일로 비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을 접하면서 유쾌한 마음보다는 참담하기까지 한 오늘의 교회현실을 보는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특히 은퇴한 목회자들을 위한 교회가 서울이나 부산 등지의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의 중소도시에 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은퇴목회자 친목회가 아니라 <교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서 더욱 그러하다.
목회 일선에서 은퇴한 목회자들의 모임을 <교회>라고 부르는 것은 교회론이 결여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님의 교회는 남녀노소나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든지 회원이 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며, 교회법적으로도 설립인가를 받지 않은 모임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구성원을 제한하는 경우는 교도소, 어선, 경찰, 군대 등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정받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경륜을 가진 은퇴 목회자들이 <그분들>만의 모임을 결성하면서 교회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필자가 속한 장로교회의 경우, 교회가 설립되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당회가 교회분립을 결의하여 노회의 허락을 받아 지교회를 설립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한 방법은 노회가 일정한 지역에 전도목사를 파송하여 교회개척을 준비하는 방법뿐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오늘날 조국교회의 가장 취약한 신학적 기반이 바로 교회론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많은 교회의 설립배경을 살펴보면, 특정한 성도나 목사가 일단 교회를 먼저 시작한 후에 어느 정도의 교세를 가지게 되면, 노회에 설립을 청원하여 허락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던 것이다. 심지어 일가친척들을 중심으로 모여 예배를 드리다가 목회자를 청빙하여 교회가 된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회중교회를 표방하면서 이런 식으로 교회가 설립된다면 별반 할 말이 없겠지만 장로교회에 속한 교회이면서도 이렇게 설립된 교회는 출발부터 교회론에 심각한 결점을 안고 시작했던 것이다. 조국교회의 성장이 둔화 내지는 감소세로 돌아 선 최근에 다행스런 일이 한 가지 있다면 이런 식의 교회설립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한 평생을 목회 일선에서 수고하다가 은퇴한 후 별도의 모임을 결성하여 <교회>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후배들을 잘못 인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저 은퇴목사 친목회도 좋고, 은목회나, 원로목사회도 괜찮고, <선교회>정도라면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마음이 좀 편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은퇴 목사의 심정을 전혀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다. 일생을 바쳐 사역하던 목회현장을 정년이나 다른 사정으로 갑자기 떠난 후, 후임 담임목사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시무하던 교회를 출석하지 않는 것은 높이 살만 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한 평생을 몸담아 왔던 교회 측에서 은퇴 목사를 직,간접적으로 시무하던 교회에 출석하지 못하도록 하는 교회가 있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웃 노인까지도 공경하고, 부모를 잘 섬기도록 한 성경의 가르침과도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연령과 상관없이 모든 목사가 언젠가는 은퇴한다고 할 때, 은퇴목사들이 따로 모여 교회를 설립하는 일은 서글픈 현실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한 평생 사역의 아름다운 경험을 후임 목사에게 지도하고, 은퇴 후에도 섬기던 교회에 계속 출석하면서 여전히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조국교회의 현실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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