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만큼이라도 살았으면” 좋겠다거나, “당신은 개만큼이라도 살았으면 좋겠소.”라고 한다면 화를 낼 것이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 선입관으로 듣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 그런 욕을 하느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사는 어떤가? 러시아 말로 “안녕하세요? 오늘 기분 어떠세요?”는 “Guexequiar, Mawnjhuirarhinyar?“이다. 우리말로 음역하자면 “궤쎄키야? 몬쥐라리냐?”이다. 이 말을 들은 러시아인이 “별로요.”라고 답했다. “Agarhi dadrar.” “아갈히 다드라”이다. 이걸 우리말로 잘못 들으면 완전 욕이다. “개만큼 살자”는 어쩌면 욕으로 들린다. 그러나 새겨들으면 의미가 있다. 무슨 일이나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욕이 되고, 손해가 되어도 합력하여 유익케 하실 ‘그’를 의지할 일이다.
개와 싸우면 안 되는 이유는 이겨봤자 개보다 나은 사람이고, 지게 되면 개보다 못한 인간이니 욕이 된다. 비겨도 별 수 없다. 개 같은 사람이 된다. 이 말은 개를 하대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개가 상전이라면 달라진다. 싸운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어떤 학생은 도무지 그의 성적으로는 쳐다 볼 수 없는 학교에 지원을 한다. 당연히 떨어지고, 그 후 어느 학교에 지원했는데 떨어졌다고, 그가 남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자신의 이미지는 비록 떨어지긴 했어도 명문 학교에 지원한 학생이라는 것이었으리라. 그래서 그런지 되지도 않을 일에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 봐야 시간과 세월의 낭비뿐인데도 헛짓을 하고 있다. 가시채로 발길질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딱한 일이다.
개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왜 개는 뒷다리를 들고 오줌을 누는가?” 창조 때의 개는 다리가 세 개였단다. 그런데 가마솥은 다리가 네 개였다. 개가 이 사실을 알고 난 다음에 창조주에게 항의했다. 도대체 돌아다니는 개는 다리가 세 개이고 가만히 있는 가마솥의 다리가 네 개가 되어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창조주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어 가마솥의 다리 하나를 떼어다가 개의 다리에 붙여 주었다. 그 후, 개는 그 고마움을 기억하여 뒷다리에 오줌을 묻힐 수 없다고, 그래서 다리를 들고 일을 본단다. 이쯤 되면 개라고 무시해서는 안된다. 주인을 알고 은혜를 아는 동물로 개를 꼽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졌으리라. 한번 주인은 영원한 주인으로 섬기는 진돗개, 자신의 죽음도 돌보지 않는 충직성으로 따진다면 의리도 신의도 헌신짝 버리듯 차버리는 인간에 비하면 결코 못하지 않다. 은혜의 측면을 말한다면 개만도 못한 인간은 길거리 돌처럼 흔하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이런 배은망덕한 군상들이 설치고 있다는 것은 그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 더러운 배은의 행위는 도미노 현상처럼 퍼져간다. 이러한 현상은 전염성이 강하다. 이 더러운 현상은 참이 아닌데도 곁눈질로 배워서 따라한다.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의 작품인가? 하는 것이 시험의 문제였다. 시험지를 받아 본 학생은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서 곁눈질로 옆에 앉은 범생이의 답안지에 적힌 “로뎅”을 슬쩍 바라보니 “오뎅”으로 보였다. 이 학생의 생각에 아무렴 그렇지 일본말로 적는 것은 틀린 것이지. 그래서 그는 오뎅의 우리말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어묵”으로 정리를 했다. 당당하게 어묵으로 적었다. 그래 은혜를 모르는, 개만큼도 못한 인간들, 그런데 그렇게 못되어 먹은 그들의 모습이 부럽다고, 그렇게 살아가는 처세술을 곁눈질로 배우고는 오뎅이라고 하기에는 뭐하니 어묵이라고 적을 것인가? 그래 놓고도 인생의 정답이라고 할 것인가? 에라이! 우라질! 은혜는 헌신짝 취급하고 때로는 간에, 때로는 쓸개에 붙었다 하는 인간들아! 제발, 개만큼이라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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