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신의 얼굴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나 자신의 얼굴 가꾸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화장품 회사도 덩달아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참 외양은 겉을 가꾸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옛날에 점잖은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다. “식사 자리이고 하니 겉옷을 벗고 음식을 들며 여흥을 즐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어허, 어찌 양반들이 체통머리 없게 겉옷을 벗고 식사를 한단 말이요.”라며 엄히 말하였다. 다들 머쓱하여 옷고름 풀던 손을 멈추고 엉거주춤 자리에 도로 앉았다. 그 어색한 분위기를 상상 하여보라.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말한 그 사람은 날도 덥고 하여 그 날은 속옷을 입고 오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은 속옷을 입지 않았으니 겉옷을 벗을 수 없다고, 사실을 말하지 않고 체통 운운하는 것은 자신의 실체를 감추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한 것이었다. 화장품 회사와 성형외과가 성업 중인 것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이 시대 사람들은 무엇에 더 관심이 있을까?
얼굴이란 사람의 얼이 굴마다 들어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사전적 의미의 해석은 아니다. 그러나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니 일리가 있다. 그 사람의 얼, 정신이란 듣고 보고 숨 쉬고 말하는 굴 속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얼(정신) 빠졌다”고 하는데 그 구멍들로 다 빠져 나간 것을 표현한 말, 즉 보고 듣고 숨 쉬고 말하기에 정신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리라.
그러므로 참다운 얼굴 가꾸기란 무엇을 보고 듣고 먹고 숨 쉬고 말하는, 그리하여 그 구멍들에 무엇을 채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무엇을 보아 그 눈의 구멍을 채우는 것이다. 또 무엇을 들으므로 그 귀의 구멍을 채우는 것이다. 그렇게 채워진 것이 눈으로 나타나야 한다. 안광으로 어둠의 세상을 비추는 그런 예리함이 있어야 한다. 귀의 굴에 채운 것이 입의 굴로 나올 때 사자후를 발하는 그리하여 위험에 처한 자에게 경각심을 발하는 것이다. 제대로 채운 그 굴(얼)에서 나온 향기는 사람들의 가슴에 오래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는 안타까운 것이 너무 많이 있다. 마치 옛날 초나라에 무기 장수 같은 사람들이 많음이 문제다. 초나라의 무기 장수는 사람들 앞에서 “이 창으로 말할 것 같으면 뚫지 못할 것이 없소” 그 다음에 말하기를 “이 방패를 보시오. 이 방패는 어떤 것도 막아 낼 수 있는 가장 튼튼한 방패요” 그 말을 들은 한 사람이 “이 보시오. 당신이 들고 있는 뚫지 못할 것이 없는 그 창으로, 막지 못할 것이 없는 그 방패를 뚫어 보시오” 그러니 무기 장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래서 나온 말이 세모진 창 ‘모’와 방패 ‘순’, 모순이다. 이는 한비자의 난일 난세편에 있는 고사이다. 이는 법지상주의자인 한비자가 유가의 덕치주의를 비판한 우화이다. 그 내용은 농지 경계의 분쟁, 어장 문제, 조악한 도자기 문제를 순임금이 가서 몸소 해결했다는 그래서 분쟁이 사라졌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요임금은 어떻게 되는가? 순임금의 덕의 치세를 자랑하기 위하여 요임금을 부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모순이다. 정지된 과거를 그러면서 과거에 의해 존재한 오늘이라는 시간에서 흑백의 잣대로 과거를 말살하려는, 그러면서 자신(오늘)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모순 덩어리를 본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모순되지 않은 참은 어디에 있는가? 모순되지 않는 참, 그것을 보고 듣고 먹고 마셔야 한다. 진리로 나의 얼의 굴들을 채워야 한다. 그리하여 그 속에서 묻어나는 진실의 향으로, 장미나 백합화는 아닐지라도, 비록 이름 없는 작은 들꽃일망정 그렇게 꾸며야 할 것이다. 그 꽃들이 모여 들꽃축제의 장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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