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갑자기 유명해진 단어가 있다. ‘코드’라는 말이다. 아마 덴 브라운의 저서「다빈치 코드」때문일 가능성도 크다. 또 다른 이유를 들라고 하면 ‘코드 정치’라는 말을 우리 나라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백화점이나 할인 마트에 가면 자기의 코드를 용케도 알아보고 값이 얼마이며, 언제 만들어졌고, 몇 번째 물품이라는 등을 기적같이 알아내는 바코드를 보노라면 놀라움을 넘어서서 소름이 끼치기까지 한다.
그런데 코드라는 망령이 그러한 것에서 주저앉지 않는 모양이다. 요즘 기독교계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그것은 ‘대형교회를 만들려면 어느 정도의 이단성과 적당하고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할 줄 알아야 하며, 그래도 외형상으로 괜찮은 교회에 청빙을 받으려면 목사나 장로 자녀이든지, 아니면 목사 장로 사위라도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코드의 망령이 기독교 교회의 교회 성장과 목사 청빙까지 장악한 상태이거나 장악하고 있는 중인 모양이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라는 말을 CD판처럼 반복하여 말하지만 현실은 코드가 실세인 모양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코드 성장‘, ‘코드 부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게 될 전망도 나올 법 하다.
코드란 것은 예수님 당시 유대 사회에서도 상당한 위세를 떨친 것 같다.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를 군대와 타락한 교권을 대표하는 공희의 하속들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결박하여 끌고서 먼저 누구에게 갔는가? 안나스에게로 갔다. 안나스는 그 당시 대제사장이었던 가야바의 장인이었다. 가야바는 안나스의 사위라는 코드 덕에 대제사장의 권좌에 앉게 된 사람이었다.
코드란 것은 백화점 등지에서는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편리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 관계나 사회제도를 장악하게 되면 심각한 부패와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 예수님 당시 안나스의 코드로 인해 그는 큰 세력을 장악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 코드로 탐욕을 채우고 하나님의 성전을 도적의 굴혈로 만들었으며, 유대 사회를 타락시켰을 뿐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을 죽인 장본인이 되었다. 더 나아가 탈무드에 “하난(안나스를 하난이라고 부르기도 했음) 일가의 독사 같은 저주 소리”라는 기록까지 남기게 되었다.
코드 정치도 역시 안나스의 비극에 빠지게 한다. 절대 권력에 대한 매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코드 정치에 매료된다. 그 결과 필연적으로 부패가 따르게 되고,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역사가 말해주듯이 코드는 영원한 권력은 보장하지 않는다. 다른 코드가 권세를 쥐게 되면 더 강력한 코드 정치에 매료되며, 그로 인해 보복이 따른다. 그것이 때로는 피의 보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코드 정치의 망령은 비단 세속의 정치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계의 교권을 장악하려는 종교 정치인들에게도 꼭 같이 해당되는 것이다. 어느 기독교단의 병원 문제가 왜 그토록 해결되지 않는가? 선지동산이라는 곳에서 왜 고소 고발이 난무하며 교권 정치에 휩쓸려 들어가는가? 간절히 바라기는 그것이 코드 문제가 아니라, 진리문제요 진실의 문제이기를 바랄 뿐이다.
성탄절을 맞이한다. 예수님께서는 코드 정치를 하지 않으셨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은 누구든지 오라고 하셨다. 세리와 창녀의 친구셨다. 죄 없으신 예수님에게 가장 추악한 죄목을 뒤집어 씌워 모함하여 십자가 형을 당하게 하는 가장 비열하고 사악한 무리들에게까지도 예수님께서는 코드 정치를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라며 성부께 용서를 구하셨다. 코드 사회, 코드 교계가 아니라, 예수님 사랑의 사회와 예수님의 기독교계로 거듭나는 이번 성탄절이 되기를 기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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