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 2차 대전이 끝난 후 모든 나라가 GDP의 신화를 믿게 되었다. 국내 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이 국력의 척도로 생각한 나머지 GDP와 GNP(Gross National Product, 국민총생산)향상에 온 정력을 쏟아왔다. 그래서 국민소득의 계수지수(系數指數)가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의 열쇠인양 여기에만 매달려왔던 것이다.
그런데 GNP가 2만불, 3만불 되는 선진국 국민들 속에서 오히려 불행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자살율도 현저히 높은 현상을 볼 때 그것만으로 인간의 행복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요즘 경제학자들이 경제 외 저서들을 많이 써내고 있다. Ohashi Terue교수(일본 국학원대·국제경제학)가 쓴 <만족 사회를 디자인하는 제 3의 잣대>를 보면 고 역설하고 있다. 경제적 지수를 측정하는 시대에서 인간만족도 측도(HSM, Human Satisfaction Measure)에로 시대적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계수지수보다는 <행복지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나가자와 신이찌 교수)를 보면 교환의 원리와 증여의 원리가 있는데 전자는 물건의 값을 지출하고 교환하는 경제행위이고 후자는 증여(贈與)라는 사랑의 행위가 있다고 했다.
교환의 원리는 상품이란 재료비, 인건비, 선전비 등의 계산으로 가격이 결정되는데 화폐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매매가 이루어지는 등가교환의 원칙(等價交換의 原則)의 세계다. 즉 상품사회를 지배하는 교환의 원리는 계산가능한 숫자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숫자로서 표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세계가 있다. 그것은 <증여의 원리>가 적용되는 세계다. 물건을 매개체로 하지만 가격의 흔적을 삭제하고 상대에게 뜻을 전달하는 선물을 말한다. 전달하는 순간 물건이 사랑으로 변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뜻과 감정이 전달됨으로 연결고리가 발생한다. 신뢰, 우정, 애정, 위신 등 숫자로 표시할 수 없는 생명력과 에너지가 나타난다. 이것이 HSM의 세계다.
이 두권의 책에서 언급한 것은 경제가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여기엔 인간의 내면에 깊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신학자 어빈 얄름은 인간의 실존적 관심, 그 속엔 불안이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불안은 3가지로서 첫째 죽음에 대한 불안, 둘째 의미상실에 대한 불안, 셋째 실존을 책임질 필요성에 대한 불안 등을 말하고 있다.
이 불안들은 경제적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헤밍웨이>는 4번 결혼해서 4번 이혼했다. 그는 61세에 자살로 최후를 마쳤다. 그의 작품 <바다와 노인>처럼 큰 물고기의 뼈만 남는 허무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의 명성, 돈, 여인, 그 무엇도 그의 공허한 공간을 메울 수 없었던 것이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이 세상의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이 있다. 누구도 채울 수 없는 빈 공간, 무저갱(無抵坑)과 같은 엄청난 공간이 있다. 이것은 하나님만이 채울 수 있고 하나님을 믿든 믿음 안에서만 채울 수 있는 것이다>
현대인의 병인 불안, 허무, 고독, 이런 것들은 지식, 명예, 재물 같은 것으로는 치유할 수 없는 병이다.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길만이 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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