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항존직 = 종신직?


필자가 군에서 복무할 때의 일이다. 서울에 있는 잘 알려진 교회에서 한 그룹의 권사님들이 갑자기 방문했다. 필자는 전방에 근무하였기에 민간인이 전방 부대를 방문하려면 미리 신상을 접수하여 신청하여야 했다. 그런데 그 교회 권사님들이 갑자기 와서는 기어코 사단장님을 만나야 하겠다고 하였다. 군에서 지휘관은 빈틈없이 짜인 계획 아래서 움직이기에 사사로이 시간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 분들은 꼭 만나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 이유인즉 ‘오늘 새벽에 성경을 보며 기도를 하는데 하나님께서 전방 OO부대를 급히 방문하라는 예언의 말씀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조용히 생각하다가 “하나님께서 권사님들께는 통보하셨는지 모르지만 당사자인 저에게는 아직 통보해 주시지 않았습니다. 제게 통보해 주실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말하며 그분들을 돌려보낸 적이 있다. 이들은 계시에 대해 오해를 한 것이다.
또한 우리가 신앙 생활 할 때 용어에 대한 오해로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 그 중 성경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에 대한 오해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성경을 번역할 때 이미 우리 사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로 번역을 해야 하기에 피할 수 없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예컨대 ‘예언’이라는 용어가 그 중의 하나인데 성경에 나오는 ‘예언’이라는 말의 가장 큰 의미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변한다‘는 뜻이지 어느 신령한 사람이 미래를 점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러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같은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는 것 같다.
이와 함께 장로교 헌법의 용어 중 오해하고 있는 것이 ‘항존직’이라는 용어일 것이다. 이 ‘항존직’은 ‘종신직‘이라는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교회에서는 이 ‘항존직’을 ‘종신직‘으로 혼돈하고 있는 것 같다. 장로교 헌법에서 ‘항존직’이란 용어의 법 정신은 ‘직’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기에 목사가 없는 교회를 ‘허위교회’라 칭하고, 장로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없을 때 그 교회를 ‘미 조직교회’라 칭한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현실은 ‘사람‘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에 원래 법 정신이 퇴색되고 있는 실정이다.
종교개혁자들에 의해 장로교를 주창할 때의 정신은 섬김과 봉사로서의 ‘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에 어느 기간 동안 그 직을 수행한 후에는 다른직으로 섬기며 봉사하고, 다른 사람이 장로의 직을 받아서 섬김과 봉사의 일을 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교회에서의 직은 벼슬도 아니고, 군림하기 위한 자리도 아니며, 가문의 영광을 위한 출세의 자리도 아니며, 교회에서의 직은 군림하는 세상 관료직과는 다르다는 사실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알게 모르게 변질됨으로 인해 지금 한국교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들을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우리 사회의 정체성 등을 두고 수많은 의견들을 토로하고 있다. 물론 그 중에는 교회 인사들을 우려하는 의견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역사의 중심이 정치가나 그어떤 유명인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서 되는 것임을 믿는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교회를 통해서 이 땅 위에 뜻을 펼치신다는 사실도 우리는 믿는다.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나 경제적인 문제 이전에 영적인 문제라는 사실도 믿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회 형편에 처해있는 한국교회 인사들이 이 사회와 정치가들을 향해 우려하며 말할 때, 모든 뛰어난 정보력을 동원하고 있는 인사들은 아마 속으로 웃으며 말할지 모른다. ‘여러분들의 발 등에 붙어있는 불이나 먼저 끄시오‘ 라고!
200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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