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임중 칼럼】감사함으로 옷을 입었으면 좋겠습니다


성큼 가을이 깊어갑니다. 올해도 목사는 제비를 보지 못하고 훌쩍 가을을 맞이합니다. 돌아보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몸부림하는지 때로는 허전함이 들 때가 있지만 잠깐 묵상하면 그것이 주님 앞에서 얼마나 잘못된 오만인가를 깨닫고 무릎을 꺾을 때가 있습니다.
L집사님이 목양실을 찾아왔습니다. 남편의 실직, 아이들의 등록금 문제, 연로하신 시어머니의 오랜 지병으로 인한 생활의 불편, 그리고 근간에 자기 자신의 몸에 이상 징후가 감지된 병약함으로 인해 총체적 아픔을 호소했습니다. 들으면서 목사의 가슴이 아리고 마음이 천근만근이었지만 목사는 집사님의 손을 잡고 ‘하늘 정원사’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다 잊어버린 듯 하는 삶을 살아가지만 사실은 정원사가 더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하여 포도나무의 가지치기를 하고 손질을 하고 약을 뿌리면서 나무를 가꿀 때 포도나무 자신에게는 아픔이고 고통이고 힘든 시간이지만 결국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그녀 역시 소리 없이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면서 밝은 얼굴로 목양실을 나갔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을 깨닫는 것이 은혜입니다. 깨달을 때 감사가 가능합니다. 감사의 옷을 입은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도 기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과의 관계회복입니다. 자신과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으면 이웃과의 관계도 회복되지 않습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하나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계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엎드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엎드리면 유구무언인 것을 엎드림이 없으니 말이 많아집니다. 말이 많다보면 쓸 말, 말 같은 말은 대부분 없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감사함 보다는 불평과 원망이 입술의 노래가 되기 쉽습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엎드림 보다는 말을 앞세워 더욱 공동체를 혼란하게 하고 무질서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감사함이 메마른 마음이 되어 일상의 생활에서 먼지를 일으키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인간의 행동에는 항상 “무엇 때문에”라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에는 질서와 한계가 있고 절제도 있게 됩니다. 이유 없는 행동은 무절제하며 혼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 ‘무엇 때문에’는 항상 주님 편에서 해석되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주관적일 때는 관계개념이 아름답지 못합니다.
주님 편에서의 해석이란 좋은 일은 너 때문에, 주님 때문에가 되어야 하고 잘못된 일은 나 때문에로 귀결되어야 합니다. 그와 같은 삶에 있어서의 관계는 아름다움이며 이해와 용서와 사랑이라는 법의 울타리 안에서 너와 내가 함께 행복하고 평화롭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본질적으로 불의하고 부정하고 무질서한 상황을 초래한 너를 향해 그것도 나 때문이라고 십자가를 지라는 말은 물론 아닙니다. 의와 불의를 분별할 수 있는 지각과 혜안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기본자세가 정의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의(義)에 빠지지 않는 지혜를 가져야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공의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자기 의(義)의 함정은 무서운 것이며 대부분 이 올무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삶의 경계(警戒)인 것입니다.
그래서 하박국 선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삶을 노래했고,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는 “그리 아니하실지라도”의 삶을 통해 하나님 앞에서의 삶 전부가 언제나 주님 편에서의 해석이 되는 생활을 했습니다. 믿음의 선진들의 삶이 모두가 그랬습니다. 그러기에 목 베임을 당하고, 양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사자의 밥이 되기도 하고, 화형을 당하기도 하고 온갖 고난과 역경을 당하면서도 감사함을 버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것은 은혜를 아는 자들의 몫이며 은혜를 아는 자들은 항상 감사의 옷을 입고 생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환경이 힘들다고 불평하고 좋다고 감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으로 인해 기뻐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우리교회가 정말 행복한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가정이 정말 평안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있기에 너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바울이 주님을 만난 후 불평과 불만과 정죄와 심판의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감사의 옷을 입고 주님위해 살고 죽듯이 우리도 11월을 맞으면서 감사의 옷을 입었으면 좋겠습니다.
산천의 초목이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은 듯, 가을 단풍이 아름다움을 드러내듯 내가 감사의 옷을 갈아입으면 내 자신을 물론 나를 보는 이들이 나를 통해 행복함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200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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