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애인의 수는 일반적으로 105만으로 공표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또 장애인들 가운데 놀랍게도 90%가 후천적 장애인입니다. 다시 말하면 오늘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자신이 결코 장애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영원히 장애인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라도 받은 듯 장애인들의 삶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서로’라는 의미가 전혀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말로 ‘서로’라는 말로 번역되는 영어의 One Another는 몇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며, 둘째는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 사회라는 의미이며, 셋째는 상대방이 되는 너에게 가지는 나의 의무와 책임의 의미입니다. 인간다운 삶은 One Another의 관계 안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늘 말하는 것이지만 ‘너의 유익을 위해 행동하는 나의 삶’에서 우리는 ‘서로’라는 말의 의미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내가 경험하지 않으면 남의 일에 대해서 느낌이 없습니다. 남의 슬픔도 나에게는 슬픔으로 느껴지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려질 수 있습니다. 목마른 경험이 없는 사람은 목마른 사람에게 한 모금 물을 마시우게 할 수 없고, 눈물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슬픈 자의 마음에 위로를 줄 수 없습니다. 아픔을 경험한 자가 아픈 자를 외면할 수 없고, 가난의 슬픔을 경험한 자가 베풀 수 있는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것입니다.
포항 남노회장 직무 수행 중에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포항 남노회 임원들이 독도를 방문하고 성명서를 발표하기 위해 울릉도를 다녀왔습니다. 배를 타고 출발했는데 배 멀미약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높은 파도로 인해 2시간이나 연착해 화장실에 앉아 무려 40분이나 배멀미를 하면서 혼이 났습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 포항에서 갖는 노회 및 다양한 모임에 울릉시찰 소속 목사님 장로님들이 참석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노회 역사상 처음으로 울릉도에서 임원회를 하면서 노회참석을 위해 포항으로 나오는 울릉시찰 노회원들을 보다 세심하게 배려하도록 다양한 내용을 결의하였습니다. 그 동안의 무관심했던 일을 임원들이 경험하면서 그 어려움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가난이든 아픔이든 슬픔이든 기쁨이든 고통이든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사실적 상황을 이해할 수 없고, 그래서 울어야 할 때 웃기도 하고 슬퍼해야 할 때 노래하기도 하고 통한해야 할 때 희희낙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도 장애인 성도들이 많이 계십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예배당을 오르내리는 장애인들, 목발에 의지하여 불편한 몸으로 바른 삶을 실천하려 애쓰는 장애인들의 언어와 삶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에 반해 사지백체가 멀쩡하고 좋은 학벌에 부유한 삶을 자랑하면서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저속하고 비판적이며, 그 생활에서 ‘너의 유익을 위하여’가 아닌 ‘나의 유익을 위하여’ 온갖 비인간적 삶을 드러내며, 축복으로 받은 재물과 명예와 학벌과 권력을 오히려 너에게 아픔을 심는 저주의 도구로 이용하는 ‘정신장애자’들이 있어 마음을 안타깝게 합니다.
사랑은 너를 위한 나의 아픔입니다. 나의 아픔이 없이 너의 행복을 만들어 줄 수 없습니다. 양초는 자기 몸을 녹임으로 주위를 밝혀줍니다. 향나무는 자신의 몸을 찍는 도끼에 향을 묻혀 줍니다. 이는 모두 ‘서로’라는 아름다운 관계를 생각하게 합니다.
객관적 개념인 ‘서로’를 주관적 개념으로 이해할 때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이사야 53장에는 이 ‘우리’의 개념을 그림처럼 표현한 글이 있습니다. 그 그림을 볼 수 있는 눈이 열릴 때 누구 무론하고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실천하게 됩니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몇 개의 단어가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라는 단어와 관련된 용어들인데 허물, 죄악, 평화, 나음이라는 말입니다. 이 용어와 상대적인 용어가 <그가>인데, <그가>라는 단어와 관련된 용어는 찔림, 상함, 징계, 채찍이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허물과 죄악을 대신하여 주님이 찔리고 상하셨으며, 우리의 평화와 나음을 위해 주님이 징계를 받고 채찍에 맞으셨다는 것입니다. 요약하니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주님은 그렇게 아픔을 당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너를 위한 나의 아픔입니다.
나의 아픔 없이 너를 위해 진솔한 사랑을 줄 수 없는 것입니다. 참 사랑은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 내가 아파하는 것입니다. 그 아픔이란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참는 것, 이해하는 것, 용서 하는 것, 손해 보는 것, 희생하는 것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 사랑이 우리의 삶에 넉넉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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