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찬 수 목사
초대교회 특징 중 한 가지는 성직자 계급과 평신도 그룹으로 나누이지 않았다. 당시에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별이 거의 없었으며 하나님의 사역에 반대되는 세속적인 일을 하는 자가 평신도이며 사도직이 특별한 계급으로 생각되지도 않았다. 평신도 역시 하나님의 왕국 사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했고 임무를 감당했다. 이 사역을 ‘디다코니아‘라 했으며 이는 은사에 따라 교회에서 일하는 사람을 의미했다. 은사를 받은 성도들에게서 사도, 예언자, 교사, 병 고치는 자 등의 부르심과 은사의 구분만이 있었다. 이것은 계급적인 구분이 아니었다. 바로 이것이 처음의 교회와 하나님의 백성이 위임 받은 사역이었고,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모든 평신도들이 서야 할 신학적 자리였다. 바로 이점이 초대교회의 저력이었다.
이에 대한 변질은 주후 2세기 초 시리아에 있는 안디옥 교회의 감독이었던 익나티우스에게서 처음 시작되었다. 그는 “교회의 머리는 감독“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되자 각 교회에서 감독이 교회의 머리로 그 자리가 상승되면서, 신체의 그 다음 자리로 장로단이, 그 다음에는 집사단이 차지하는 계급구조가 형성되어갔다.
물론 이러한 계급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요인들을 애써 찾는다면 첫째 요인으로 계속적인 이단사상으로부터의 위협을 꼽을 수 있겠다. 그 다음 요인으로는 로마 제국의 극심한 박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외부적인 위협에 대항해야 할 평신도들은 사실 무지하였고 연약하였으므로 교회의 신앙 전통과 교회를 지킬 수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되어갔기에 이러한 수직적인 계급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상황이 캐논인 성경을 범하는 것이었고, 변질임에는 분명하였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초대교부 시대에는 평신도 사역이 있었다. 그러나 니케아 종교회의의 결과로 교회에서 평신도의 활동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감독들은 영적인 인간으로서 권리를 행사하였으며, 그들 자신은 모든 사물을 심판할 수 있으나 그들 자신은 아무에게도 심판을 받지 않았다. 여기에서 두 계급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수도원 생활을 포함한 성직자와 평신도라는 계급이었다. 4세기 초 콘스탄틴 대제가 기독교를 공인할 때 교회는 교직자 중심의 종교적인 제도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고, 차츰 교회는 거대한 제도를 가진 조직체로 부각되어갔다. 그러다가 1215년 제4차 라터란 공의회에서 또 다른 하나의 계급이 추가 되어 성직자, 수도사, 평신도란 세 계급으로 나뉘었다. 이로써 평신도는 교회에서 더욱 무력한 존재로 남게 되었으며, 초대교회의 공동사역이라는 유산은 깨어졌다. 점차 평신도는 수동적인 위치로 쫓기다가 급기야 추기경단이 만들어짐으로 성직자단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추기경단이 만들어짐으로 교황선출은 그 추기경단 만이 소유하는 권한이 되었다. 이렇게 되므로 사실상 평신도를 교회로부터 추방하여 버린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으며, 이 제도는 로마교에서 현재까지 고수되고 있다.
이러한 교권화에 대한 반발로서 일어난 운동이 있었는데 주후 2-3세기에 일어난 기독교의 수도원 운동과 금욕주의 운동이었다. 이러한 운동은 사역의 교권화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여기에 속하는 자들은 아씨시의 Francis, 그리고 중세에 강렬하게 나타났던 Waldensian 운동의 중추적인 인물인 Peter Waldo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운동은 교회의 공동적인 사역을 지나치게 주관화하고 개인화하였다. 그러므로 이들 역시 변질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교회의 사역에 대한 심각한 별질로 교회가 진통을 겪고 있을 때,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갈 것을 외치며 루터가 일어났다.
지금 한국교회는 교회의 계급화 현상에 대하여 변질된 모습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현재 한국 교회에서 사실상 교황과 같은 절대권을 가진 계급이 이미 형성되었거나 형성되어가고 있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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