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말

요즈음 유행하는 말 중에 비록 첨단 과학의 시대이지만 할 수 없는 것 세 가지가 있단다. “첫째 하늘의 별을 딸 수 없고, 둘째는 여승의 머리에 핀을 꽂을 수 없고, 셋째는 어떤 사람의 입에 자크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딱한 유행어이다.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깊은 고민에 의해 표현되었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상황의 파장과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한 ‘말의 책임성’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그런데 지역으로 양분된 정치구도 아래 있다는 것을, 그러기에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누가 모르며 그 당위성을 아니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개선하자는 그 말의 방법이며 절차가 참으로 유치하다. 말로는 헐뜯으며 원리는 화합이라니 도무지 앞과 뒤를 분간할 수 없다. 그러니까 저의가 무엇이냐는 말과 그 입에 자크를 채울 수 없다는 우스개로 시대를 한탄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런 말은 어떤가? 오래 전 이야기이다. 결혼 주례를 처음 맡은 주례자가 주례사를 잔뜩 준비하였다. 강단에서 신부와 신랑을 그리고 가득 찬 청중을 바라보니 그만 주눅이 들었다. 준비한 말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말이 “너 끼리(너희 두 사람은) 잘 살아라”였단다. 김구 선생님의 주례사도 있다. 선생님은 광복운동에 고생하다가 순직한 독립군 아들의 결혼 주례를 맡았다. 선생님이 그 아들을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서 하는 말이 “너를 보니 네 애비 생각이 난다. 부디 잘 살아라.”고 했단다. 짧으나 얼마나 멋진 말인가?
“동광”의 “광”자 때문에 손해를 보는 분도 있다. 화투의 광이 아니라 동방의 빛이란 뜻으로 참 좋은 말이다. 그러나 헐뜯기 좋아하는 입방아꾼들은 한 지역의 다른 “광”자 가진 이름 때문에 찧을 수도 없는 방아를 찧고 있는 모양이다. 동광이 입은 피해가 어떠냐를 떠나 사람들은 이처럼 불확실한 내용으로 흠집 내기에 열심이다. 하기사 니케아 회의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궤변을 늘어놓는 말의 시대이니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 억측이 난무하는 시대에 위로의 말이 아니라면 열린 입이라도 닫을 수만 있다면 닫고 사는 것도 지혜이리라. “잘 살아라”는 짧으나 함축된 말을 할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 영국의 속담에 “현명한 머리는 다문 입을 가지고 있다.”고 했듯이 과연 토해 버리고 싶은 말을 참을 수 있는 것이 위대한 용기이리라.
터키의 터러스 산에는 독수리가 많이 산다. 그 산을 넘어야 하는 왜가리들은 독수리의 밥이 된다. 그런데 경험 많은 왜가리들은 잡혀 먹히지를 않는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늙은 왜가리는 먼 길을 날아갈 때면 그 입에 꼭 알맞은 돌을 입에 물고 날아간단다. 소리를 내야만 하는 자신의 습성을 알았기에 그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한 삶의 지혜이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말속에 파 묻혀 살아가고 있다. 진실이 아니면 하지 말 것이다. 아니라면 차라리 입을 닫아 두든지 아니면 그 혀가 입천장에 붙어버리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나을 것이다. 진실이 아니면 옮기지도 말아야 한다. 한마디의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는데 과연 세 치 혀의 움직임에 따라 생사가 뒤바뀔 수 있다. 말 한마디는 무서운 독소가 되기도 하고, 행복과 불행을 좌우할 수 있다. 그래서 입이 미련한 자는 패망한다고 했다. 자물쇠로 채울 수 없는 입이라면 오히려 긍정과 위로의 말이라도 하는 것이 낫겠다. 살아가기가 갈수록 팍팍하여지는 이 시대에 “담대하라”는 위로의 말은 좌절의 고통을 이기고 승리의 삶으로 방향을 바꾸게 할 것이다. 이왕 열린 입이라면 짧으나 보람 있고 가치 있는 말이어야겠다. “너를 보니 네 애비 생각이 난다. 부디 잘 살아라.”
박 충 렬 목사
(마산삼일교회 담임)

200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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