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만 칼럼】언어의 속량이 필요하다

밤늦게 KTX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나의 옆 자리엔 20대 여성이 앉아 핸드폰을 들고 쉬지 않고 전화를 걸고 있다. 부산까지 오는 동안 여러 곳에 번갈아 통화하는데 젊은 에너지가 입에 모인 듯 입심도 대단하다.
“철이를 소개해준다 했지? 빨리 소개해 줘, 낯판대기(얼굴)나 보고 차버리지 머. 하하하”
또 계속된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데 나의 귀에 악을 쓰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난 저녁 아직 안 먹었어, 너도 먹으면 안 돼, 먹으면 죽여줄꺼야”
누구를 향하여 내뱉는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언어가 이 정도가 되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언어가 비단 그 아가씨 한 사람만이 아니고 이 나라에서 숨쉬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의 언어 수준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사회의 언어파괴현상은 참으로 심각하다.
인터넷을 열어보자. 그 곳에 쏟아놓은 언어란 말이 아니고 욕설이며 저주며 폭력이다. 자기 마음에 안 들고 자기와 반대되는 의견이면 마구 폭언을 퍼붓는다.
이런 일이 사이버 공간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성한 국회의사당에서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국민의 대변인들이 내뱉는 말들도 예외는 아니다. 상소리, 폭언, 야유 등 시장 통의 잡배들이 토하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초동진압> <손을 보아야한다> <조져야한다>등 군사용어까지 동원하여 사회분위기를 경직하게 몰고 가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왠 전쟁이란 말이 이렇게도 많은지 알 수 없다.
언론과의 전쟁, 물가와의 전쟁, 부동산과의 전쟁, 서울대와의 전면전 등 무시무시한 용어가 신문지면을 덮고 있다.
대통령의 말 속에 그 나라의 품격이 담겨 있고 지도자들의 말을 통해 그 사회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면 우리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언어는 그 사람의 표현이다. 그 사람의 언어를 통하여 그 사람의 인격, 성품, 그리고 미래를 알 수 있다. 언어에는 그 사람의 생각이 담겨있다. 언어 속엔 그의 기질, 지식, 사고의 틀, 태도, 그리고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어는 생명과 같고 미래를 창조하는 능력이다.
선지자 이사야는 <나는 입술이 부정한 사람이요 입술이 부정한 백성 중에 거하면서 만군의 여호와이신 왕을 뵈었음이로다>하고 회개의 고백을 했을 때 하나님이 숯불로 그의 입술을 찢어 부정한 입술을 속량해 주셨다는 기록을 성경에서 읽을 수 있다 (이사야 6장 5-7)
이 민족의 부정한 입술이 성령으로 속량받음 없이는 우리의 역사는 한발자욱도 전진 할
수 없을 것이다.

200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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