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만 제대로 하면 나머지는 깽판쳐도 된다.” 아무리 강조어법이라 할지라도 정말 그럴까? 집에서 새는 쪽박 밖에서도 샌다던데, 심장만 튼튼하면 몇 군데 새는 피정도야 아무렇지도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외국회사 ‘소버린’이 SK(주)에 투자한 돈을 거두어들이고 말았다. 그들은 1768억원을 투자하여 2년 3개월만에 8259억 4839원을 챙겼다. 문제는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는데 있다. ‘소버린’은 SK(주)가 분식회계와 경영진이 기소되는 문제로 주식의 시세가 바닥을 칠 때 도둑고양이처럼 먹을 것을 노리는 저들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주식을 매집한 그들은 SK(주)의 지배구조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이사회 중심경영, 투명경영을 요구했다. 당연한 요구이며 정부의 시각과도 일치했다. 나무를 흔들면 나무에 오른 사람은 더 붙잡을 수밖에 없듯이 흔드는 그들에게 대항하기 위하여, 경영권 방어란 주식으로 말하니까 누구의 이름으로든 시장에 나온 한 장의 주식도 매입했을 것은 자명한 이치다. 주식이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말했던 경영참가는 명분이었고 주가 올리기의 고도의 전술에 불과했다.
투명경영해야 하고 분식회계하면 안된다. 그것이 범죄 행위인 줄 그들이 모를 리 없다. 책대로 말한다면 말이야 옳지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차 안 가득 현찰을 담아 저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했던 경영자들이었다. 오죽했으면 그 돈이면 내가 대통령 출마에 나선다고 했을까? 한편의 코미디라고 말하기 전에 곪아버린 우리의 쓰라린 현실이다. 그렇다면 저들을 몰아붙이기 전에 먼저 함께 아파해야 하지 않겠는가? 전직 대통령이 취임 후 기업인으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든가? 그렇게 지내온 바탕 위에서 한 시대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올랐다. 그렇다면 별 수 없이 명암을 동시에 이어받은 것이다. 이제 차분하게 자신의 도덕성을 점검함이 먼저다. 그리고 이전에야 한 편만 보였겠지만 양편을 품어야 하는 위치라면 이전에는 그러했더라도 바르게 잡아가고 또 온 백성이 순응하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드는 것이 옳다. 그랬더라면 거미 같은 ‘소버린’이 나오지는 않았을 터이다. 아직도 숨겨진 뇌관이 얼마인데 숨고를 시간이 없다. 세계가 바라보는 대표적인 기업의 외국 지분이 60%를 약간 상회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우리의 관심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과거를 캐내어 어쩌겠다는 것인가? 부관참시라도 할 것인가? 남아있는 작은 쪽박마져 기어코 깨뜨려야 직성이 풀릴 텐가? 술 마신 노아가 부끄러운 수치를 드러냈을 때 아들 함은 흉을 보아 저주를 받고, 셈은 그 허물을 덮어 복을 받았다. 집안에서도 자식에게 매를 쳐 교정하더라도 어머니의 따뜻한 품으로 감싸야 한다. 결국은 너를 사랑한다는 어버이의 그 의미를 함께 깨우쳐 갈 때 따뜻한 포옹이 있다. 큰 수박 하나가 단돈 500원에 경매된다고 할 때 마음이 아팠는데 폭염이라 제 값 받을 수박을 생각하니 더위가 물러간다. 더위와 추위 속에서도 자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의 질곡의 세월도 더 나은 정직과 도덕성, 선진화를 향한 걸음이리라.
배운 것이 없다고 탓하지 말라고, 작은 나라에 태어났다고 말하지 말라고,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고,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고 왜냐하면 그는 자기 이름도 쓸 줄 몰랐고, 남녀노소 2백만도 되지 않는 나라였고,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하였고, 아홉 살에 아버지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그의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거추장스러운 것은 모조리 쓸어내어 버렸다.
결국 불리함의 조건은 유리함이었고 세계를 제패한 징기스칸이 되었다.
그도 아닐진대 제발 쪽박마져 깨뜨리지는 말자. 이대로 주저앉기에는 살아온 날들에
너무 부끄럽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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