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십자군과 목사 장로

정 찬 수 목사
푸른초장교회 담임목사

632년 마호메트가 세상을 떠난 후에 그의 뒤를 이은 칼리프들은 정력적으로 이웃 민족들을 상대로 지하드를 벌인 결과 백 년도 채 되지 않아 아랍의 이슬람교도들은 페르시아와 이집트, 시리아를 정복했다. 11세기에는 셀주크 투르크가 비잔틴 제국을 위협하는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했다. 이 때 비잔틴 제국의 황제 로마누스 4세는 이들을 맞서 군사를 일으켰으나 포로로 잡히고 말았다. 로마 제국의 종말이라는 막다른 길에서 알렉시우스 1세가 등극해 제국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외세의 위협에 맞서 싸울 대규모 용병을 조직했을 뿐 아니라 서부 유럽에 원조를 요청하였다. 이것이 십자군의 발단이었다.
십자군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토머스 매든이 지적하기를 현대의 역사가들은 제국주의적인 입장에서 십자군을 보았다고 지적한다. 즉 십자군을 유럽의 인구 급증으로 그만큼 더 많은 땅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발생한 유럽 최초의 식민지 전쟁이요, 이슬람에 대한 일종의 원시 제국주의로 종종 묘사되었으나 이것은 잘못된 견해임을 분명히 한다. 십자군에 참가한 사람들은 아무런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잃을 것이 매우 많은 사람들인 영주 자신이 대부분이었으며, 그들은 무력으로 땅을 점령하여 이익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부동산을 처분하는 등의 방법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였으며, 그들은 오직 예수님의 탄생지를 수복해야 한다는 단 하나의 신앙심으로 다시 살아서 돌아올 기약이 없는 순례길에 나선 것이라고 하였다.
이들의 고생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식량이 없으므로 들판에서 자라는 온갖 풀이나 엉겅퀴를 먹었으며 쥐도 잡아 먹어야 했다. 더 가난한 자들은 짐승의 가죽과 거름에서 찾아낸 곡식 씨앗들을 먹었다. 그러면서도 성지 예루살렘을 향해 행군하였다. 이들은 순수한 신앙심에서 나온 십자군 순례자들이었다.
그러나 이 십자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람들도 있었다. 비잔틴 제국의 알렉시우스 1세가 원조를 요청하는 사절단을 보냈을 때 그레고리우스 7세가 교황이었다. 그는 자신이 기독교 왕국의 기사들을 이끌고 출정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그의 출정 계획은 투르크족을 무찌른 후에 성지를 방문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그 당시 가장 중요한 논쟁거리였던 교황 수위권을 확고히 하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이뿐 아니라, 십자군으로 인해 한 몫 보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십자군으로 나선 사람들 가운데에는 유대인들의 부를 노린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악명 높은 사람은 라이닝겐 백작 에미코였다. 이들에 속한 무리들은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죽인 자들의 자손이라는 이유로 학살을 자행하며 재산을 약탈하면서도 예수의 이름으로 그 만행을 정당화하였다. 이러한 자들로 인해 십자군의 참 뜻이 굴절되었고 훼손되었던 것이다.
한국 기독교계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볼 때 지금 이 때가 우리 한국 교회의 목사 장로들이 예수님의 종으로 순수하게 헌신되고 있는가를 점검 할 때인 것 같다. 지 교회와 노회와 총회 등지에서 예수 이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역량 있고 성공한 자라고 생각하며, 더 나아가 자신의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면서도 예수 이름으로 정당화시키는 자들로 인해 한국 기독교계가 불행해 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주님께서 맡겨주신 지 교회에서 묵묵히 기도하며 충성하는 미련하게 보이는 목사 장로들이 많아질 때 한국 기독교계는 성도들과 세상 사람들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받게 될 것이다.

200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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