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보편적인 진리이지만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흐르다가 막히면 멈춘다. 사실은 멈춤이 아니라 막힘을 넘기 위해 조용히 채워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 막힘을 넘으면 무서운 속도로 다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때로는 흐르다가 걸림돌이 있으면 돌아가는, 그러면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사도 바울은 주님의 교회에서 주님의 일을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빌립보서 2장 3절에서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권면을 했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이 말씀은 교회 일치를 위한 구체적 방법이다. 소극적 방법은 주의 일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않는 것이며, 적극적 방법은 주의 일을 할 때에 겸손하게 하는 것이다. 이 겸손이란 하나님 앞에서 진정한 자기를 볼 때 “다른 사람을 자신 보다 낫게 여기는 것“이 실천되는 삶이다.
그렇다. 교회생활이나 사회생활의 행복은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교회생활을 할 때에 다투면서 무슨 행복함이 있겠는가? 다툼의 근거는 항상 자기주의이다. 주의 영광을 위해서 개인적 수모까지도 기쁨으로 수용할 수 있는 믿음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믿음이며 이것을 바울은 그의 삶을 통해서 확증해 보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주님의 일은 허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허영이란 내용 없는 자기 영광이나 자기 자랑을 뜻한다. 주님의 일을 하면서 어떻게 자기 영광과 자기 자랑을 위해 할 수 있는가?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마음에는 절대 허영이 없다. 일상에서의 기쁨과 행복은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데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마음의 불행은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보다 낫게 여기는데서 오는 것이다.
이탈리아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같은 명화를 남겼고 그 외에도 건축 및 자연 과학에 통달한 천재로 알려진다. 다빈치가 어느 날 ‘피렌체‘시의 시장에게 초청을 받았다. 이유인즉 시청 청사의 벽에 그림을 그려 달라는 것이었는데 내용은 전쟁 그림이었다. 다빈치는 열심을 다해 그림을 그렸는데 어느 날 시장이 와서 보고 이렇게 말했다.
“싸우는 모습이 너무 실감이 나니 좀 아름답게 그리시오.“
그런데 다빈치는 미소를 머금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기분이 나빠진 시장은 “이쪽 벽의 그림은 요즘 유명해 진 ‘미켈란젤로‘에게 맡겨야 겠군.“하면서 다빈치를 우회적으로 평가절하 했다. 당시의 다빈치는 48세였고 미켈란젤로는 25세였다. 그런 후 미켈란젤로는 다빈치를 이겨야겠다는 일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완성해 갔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나보다 먼저 시작한 그림이 아직도 저 모양이군. 별로 신통치도 않은데 꾸물거리기만 하는군.“ 그럼에도 다빈치는 화를 내지도 않았고 젊은 후배를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모나리자‘의 모델이 되었던 ‘리자‘ 부인이 다빈치에게 “미켈란젤로가 선생님을 욕하고 다닙니다.“라고 했을 때 다빈치는 이렇게 응답을 했다. “나는 그의 실력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천재이며, 나보다 훌륭한 화가입니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자기를 낮추고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깊은 인격은 오늘날까지 더 위대한 화가로 세인의 존경을 받고 있다.
대부분 성공한 후 실패하게 되는 공통점은 형통할 때 겸손하지 못하고 교만하기 때문이다. 교만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남들보다 ‘조금 더 낫다‘는 것 때문이다. 조금 더 낫다는 것이 재물일수도 있고 직분일수도 있고 지식일 수도 있고 사회적 신분일수도 있다. 한 번만 더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그런 것들로 인해 마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높아지는 마음이 되어 자신의 삶이 부서져 가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너를 나보다 낫게 여기는 마음, 그것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진리다. 거기서 아름다움과 평화가 노래되는 것이다.

서임중 (포항중앙교회 담임, 경안신학대학원 대학교 총장)

200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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