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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분주한 세상이란 생각을 한다. 어느 곳에서도 묵상할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 살아가는 오늘이 참 시끄럽다는 생각을 한다. 적막이란 말을 선용하기 좋았던 깊은 산중 사찰도 요즘은 분주하다는 친구처럼 지내는 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래도 조용한 가운데 묵상할 수 있는 곳이라면 예배당 일듯 한데 오늘날 예배당도 분주하기는 매 한가지이다. 분주하다는 것은 상황적 이야기가 아니라 심리적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이 시장처럼 시끌벅적 하다는 뜻이다.
고난 주간을 맞으면서 좀 더 조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마음이 조용한 가운데 주님을 묵상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 황폐하게 되고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에 동분서주하게 되나 보다. 사실 조용히 생각해 보면 그런 것들은 이기주의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먼지에 불과하다. 나에게도 유익함이 없고 너에게도 불편스럽기 그지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마음의 먼지로 인해 더욱 탁한 정신적 환경에서 헐떡이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이사야 선지자는 깊은 묵상 가운데서 이것을 먼저 볼 수 있는 영안이 열렸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전혀 예견할 수 없는 놀라운 상황을 선견하고 예언했던 것이다.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서 하나님에게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사 53:4-5)
그분이 찔리고 상하고 징계를 받고 채찍에 맞음을 오늘 우리가 안다면 우리는 조용해 질 수밖에 없다. 결코 입을 열 수 없다. 그런데도 오늘날 그 분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말을 한다. 시끄러워서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많은 말들을 한다. 그 많은 말들을 종합해 보면 하나 같이 ‘내가’, ‘내가’를 강조하는 것뿐이다.
그 분이 채찍에 맞음을 안다면 우리는 온갖 반목과 증오와 싸움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작은 자들의 신음에 귀를 막을 수 없고, 비틀거리는 그들의 걸음을 외면할 수 없다. 나의 기쁨을 말하기 전에 너의 아픔을 먼저 이야기 할 수 있는 넉넉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분이 채찍에 맞음을 안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도바울의 심령 폐부의 고백이 나의 것처럼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만삭되어 나지 못한 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나는 죄인입니다. 일반적인 죄인이 아니라 죄인 중에 괴수입니다.” “나 같은 것이 주님의 은혜로 사도가 되었지만 선배들과 어찌 감히 같은 자리매김을 하겠습니까? 사도의 마지막 자리에 있기도 황송할 따름입니다.” 우리는 사도 바울이 자신의 고백대로 그렇게 살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사도바울은 그렇게 자랑스러웠던 세상의 학문도 명예도 권세도 부귀도 분토처럼 버리고 복음전도에 생을 보내면서 온갖 고난과 역경 가운데서도 감사함과 기쁨을 잃어버리지 않고 십자가를 자랑했던 것이다.
물 위에 글을 쓸 수는 없다고 했다. 물속에서는 조각도 할 수 없다고 했다. 물의 본성은 흐르는 것이라 했다. 그래서 우리의 성난 감정을 바로 이 물처럼 다루어야 한다고 했다. 김태윤 님의 ‘감정 다스리기’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의 감정을 물처럼 다룰 수 있는 삶, 그것이 참된 신앙생활이라면 우리는 고난주간만이라도 그분이 찔리고 상하고 채찍에 맞음을 깊이 묵상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낮추며 작은자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할 때 ‘세익스피어’가 강조한 “사랑이 시작될 때 사람은 가장 행복하다. 그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으며 사랑에 대한 순수한 기쁨만으로 충만해 있다. 사랑의 첫째 조건은 그 마음의 순결함이다.”라는 말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자신의 삶을 통해 나타낼 것이다. 거기서 먼지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입에서 토해지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와 같은 거짓된 평화가 아닌, 주님을 깊이 묵상하는 사람들을 통해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순전한 평화 ‘에이레네’(Ειρενη)가 우리의 삶의 환경이 될 것이다. 사순절 마지막 고난주간을 맞으면서 더 깊은 묵상의 시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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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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