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임중 칼럼
씨를 뿌리면 거둘 날이 있고, 사업도 때가 이르면 결산할 날이 있다. 인생도 때가 이르면 하나님 앞에서 심판받을 인생의 결산일이 있으며 우리의 신앙도 이 땅에서의 삶에 대한 공력을 시험(test)받을 날이 있다.
죄에 대한 결과는 사망이며, 음란과 타락했던 소돔과 고모라의 결과는 의인 10명이 없어 멸망하였고,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는 도끼에 찍히는 것뿐이며, 자식을 더 사랑하고 사명을 소홀히 했던 엘리 제사장에 대한 인생 결과는 그 자식들의 죽음과 가문의 멸망이었고, 분수 모르고 교만했던 웃시야의 마지막은 문둥병이었으며, 돈을 사랑하고 사명 수행을 게을리 했던 발람이나 가룟 유다의 결과는 저주뿐이었다.
그러나 죄를 짓고도 침상이 썩도록 울며 회개한 다윗의 마지막은 축복이었으며, 기독교인을 죽이는데 앞장섰다가 회개한 바울의 인생은 이방 선교의 위대한 사도로 세계 선교 역사의 중앙에 그 이름이 남게 되었고, 예수를 부인했을지라도 통회하며 회개한 베드로는 세계 역사를 움직이는 위대한 사도로 기록되었다.
통감(通鑑)이란 말이 있다. 역사와 같은 의미를 가지는데 그 뜻은 심오한 차이가 있다. 역사(歷史)는 지나온 사실(史實)을 기록한 것이지만 통감은 어제의 사실을 오늘에 비추어 내일에 조명하는 심오한 뜻이 있는 말이다.
우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역사의 교훈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통감하지 못한 아픈 기록이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독재로 정권을 연장하려 했던 이승만 대통령의 결과는 조국에 발을 딛지 못한 비극이었으며, 한강의 기적으로 경제 부국으로의 찬란한 역사를 밝히고도 정권욕에 사로잡혀 유신헌법을 만들어 장기 집권을 노렸던 박정희 대통령의 결과는 궁정동 총소리와 함께 남긴 죽음이었으며, 군화로 민주주의를 짓밟은 전두환 대통령의 결과는 백담사 은둔을 시작으로 교도소 수감이었으며, 국태민안보다는 가신(家臣) 족벌(族閥)을 동원해 치부(致富)를 일삼았던 노태우 대통령의 결과는 교도소 수감과 함께 추징금 수백억으로서 국민의 손가락질뿐이며, 95%의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정직과 진실을 생명처럼 여기며 출발한 김영삼 대통령은 원칙 없는 정치와 능력 없는 경제 관료 등용으로 그 결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정치 경제의 국치(國恥)로 불리는 IMF였으며, 온 국민이 열망했던 지역갈등 해소와 평화적 남북통일의 꿈을 갖게 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결과는 더 심화된 지역갈등과 남북문제로 국가 정체성이 헷갈리는 것이었고, 서민생활의 희망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노무현 대통령의 오늘은 앞이 보이지 않는 갈등과 분열, 숱한 코드정치로 인하여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고 나아가 국가 정체성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되었다.
물론 좋은 통치의 역사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굳이 이렇게 부정적인 측면을 드러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지만 작금의 정치 현실을 보면 내일이 거울처럼 보이니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을 수 없음이 필자 하나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나라는 어느 것 하나 일치와 연합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이 없다. 크고 작은 국책사업은 물론 지역 현안 문제 하나도 대립과 갈등, 편가르기 현상이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시대의 마지막 보루라 일컫는 언론의 횡포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고, 시대를 깨워야 할 다수의 지식인들과 종교인들마저 오늘의 역사를 남의 집 불구경하듯 침묵하는 이기주의에 젖어 있다. 방관은 반대보다 더 치졸하고 무서운 것을 언제부터인가 이 시대 사람들은 잊어가고 있다.
우리 근대사 정치를 공부해 보면 정암 조광조의 직설적 정치와 퇴계 이황의 배려와 양보의 정치, 그리고 방촌 황희의 중용의 정치철학에 뿌리를 갖고 있다. 놀라운 것은 같은 역사에서 정치를 했던 그들의 결과가 판이하게 다른 것은 정치철학과 직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법률학자 잉거솔의 “현재는 필연적인 과거의 산물이며, 현재는 필연적인 미래의 원인이다”는 명언이 된다. 이 말을 오늘의 정치인들과 사회 지도자들이 통감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늘의 정치지도자들이 어제의 실패한 정치지도자들과 같은 아픔과 비극의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충심으로 바라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통감의 정치철학을 통한 상생의 정치가 이 나라 구석구석에 드리워진 어두움을 밀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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