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

서임중 칼럼

요즈음 아침에 읽는 신문이나 저녁에 듣는 TV방송 뉴스는 속이 뒤집혀 먹던 것도 내뱉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뿐이고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감이 잡히지 않는 헷갈리는 마음은 비단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정치인들에게서 국태민안을 기대하기란 물 건너갔다는 생각에 마음이 천근만근이 된다. 하나 같이 내 잘못은 없고 네 잘못뿐이라는 논리를 당연시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의식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서 이 지경이 되도록 교회는 무엇을 했는가 하는 자괴지심에 고개를 들 수 없다.
어느 때보다 이 나라는 갈등의 골이 패일대로 깊이 패여 있음을 경험한다. 그것은 이해와 관용과 용서와 사랑이라는 기독교적인 복음이 없는, 모든 잣대가 ‘나’라는 무서운 자기모순의 병에서 기인되는 것이다. 사회란 그 자체가 더불어 공존하는 것인데 소위 코드가 맞지 않으면 무조건 너는 틀렸다는 논리가 사회를 황폐하게 만드는 주범이 되는 것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교회가 이 길을 함께 춤을 추면서 행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에 보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가르침이 있다. 자신을 죽여서라도 인(仁)을 이룬다는 뜻인데 “높은 뜻을 지닌 선비와 어진 사람은 삶을 구하여 ‘인’을 저버리지 않으며 자신을 죽여서라도 ‘인’을 이룬다(志士仁人, 無求生以害仁, 有殺身以成仁)”고 했다. 이 가르침으로 우리의 선조들은 공(公)을 위해 사(私)를 희생하는 것을 최고의 삶의 가치로 알았고 이를 수행하는 것이 지고한 군자의 길임을 가르쳤던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私를 위해 公을 희생하는 기막힌 일들이 도처에서 전개되는 것을 본다.
“내 임기 중에는 경제가 문제없다”고 공언했던 대통령의 말을 믿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현실은 최악의 상황에 이른 것을 여야 정치권은 물론 언론이 연일 걱정스레 보도한다. 오늘의 이 나라가 세계 12권의 경제강국이 된 것은 시장경제 시스템에 기인함을 누구나 인지하는데 최근에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이 시장경제를 저주하는 굿판들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다시 가슴이 서늘해진다. 88 올림픽 때의 감격의 함성과,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낼 때 온 국민이 함께 목이 쉬도록 외쳤던 ‘아~ 대한민국!’은 어디고 가고 있는가?
우리 역사의 암울했던 소위 유신체제 아래서의 숱한 고난의 세월이 엮어질 때 필자도 최루탄에 질식하면서까지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목에 피고름이 맺히도록 울고 외치면서 싸웠다. 그래서 역사는 그 시대를 어둠이라고 평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의 주역 박정희가 오늘에 이르도록 그는 역사적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는 현실은 오늘의 정치권이 얼마나 제 몫을 못하고 있는가를 표현하는 역사의 역설이다.
일본이 독도를 삼키려하고, 중국이 고구려를 삼키려하는 기막힌 국제정세의 급변에 온 국민이 총체적으로 대항해도 모자랄 지금, 안으로는 갈등으로 상처투성이 뿐이고 밖으로는 어느 것 하나에도 힘을 쓰지 못하는 나약한 국가정체성을 우리는 보고 있다. 방정맞은 소리 같지만 국민소득 20000불을 외치면서 우리의 행태는 나라를 거덜 내려고, 함께 몰락하려고 작심한 듯한 현실에 몸이 떨린다.
세월이 그래서인가? 요즘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서 “내 탓이오”가 없고 하나같이 너의 잘못으로 돌리면서 “나는 소크라테스요 너는 돼지”라는 논리로 예수님이 그렇게 경계했던 바리새인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으니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 황량한 사막 같은 역사의 현장에서 교회,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라도 오늘의 난국이 나의 잘못임을 고백할 수 있는 겸손함으로 엎드림의 삶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가야 할 역사의 정도임을 다시 생각해 보면서 월드컵 경기 때 온 국민이 손에 손 잡고 목이 터지도록 외쳤던 그 함성이 다시 이 나라를 진동하기를 소망해 본다. “아~ 대한민국!”

200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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