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 칼럼
이 나라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심각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문을 증폭시키는 요인의 하나가 바로 느닷없는 ‘수도이전’문제이다.
노무현 정권이 ‘코드’를 총동원하여 밀어 부치는 그 진정한 목적과 저의는 언젠가는 드러나겠지만 한마디로 ‘때’(Timing)를 잘못 잡은 것 같다. 우리의 안보와 경제 현실이 한가로이 땅 사고 집 짓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강성대국, 선군 정치를 표방한 김정일은 핵 카드를 들고 대한민국과 자유우방을 계속 협박하고 있다. 지난 3월, 군 지휘관들에게 보낸 교시는 적화통일의 고삐를 더 힘차게 잡아당기라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심지어 탈북난민 대열에 침투시킨 공작조의 활동상까지 언급하면서 독려하고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이란 긴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 동북아는 물론 세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 미군의 재배치로 일본은 태평양 안보의 중심지가 되었다. 미군기지 확보가 반미 친북 NGO들의 저항으로 점점 어려워지는 한국에 비해 일본은 국익을 우선하여 지극히 개방적이다.
중국은 2008 올림픽에 국운을 걸다시피 뛰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경쟁상대에서 벗어나 있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내일이 불투명하다. 러시아도 옛 소련의 갑옷을 벗어 던지고 시장경제 대열에 진입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EU 25개국 중 어느 한나라도 자주국방을 외치지 않으며 민족공조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미국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세계 최강의 첨단 군사력과 엄청난 경제력으로 여전히 국제 질서유지의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주한 미군의 감축 내지 철수로 수백 조의 대체 군사비의 조달이 화급한 과제로 코앞에 닥쳐왔는데도 이를 외면한 듯 46조원(정부추계)내지 100조원(학계, 경제계 추산)을 수도이전에 쏟아 부으려 한다.
‘자주국방’이니 ‘협력적 자주국방’을 입술로만 거론했을 뿐 수도이전에 따른 안보 측면의 검토는 없었다고 국방 당국자는 증언하고 있다. 그저 듣고 흘러 보낼 수 없는 중대한 측면이다. 그러니까 나라의 우선 순위를 크게 잘못 잡은 결과로 귀착된다.
지금 우리의 생존환경이 수도이전에 천문학적 자금을 빼돌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인구 50만이 살 그곳 허허벌판에 정부계산대로 46조원을 쏟아 붓는다는 것은 1인당 1억원을 쓰겠다는 것이 된다. 3인 가족이면 3억, 4인 가족이면 4억인데 이와 같은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해 수십만의 청년실업자, 수백만의 신용불량자, 늘어나는 결식아동, 탈북한 것을 오히려 후회한다는 북한 이탈 동포들을 어떻게 받아드릴지 이해할 수 없다. 여기에다 국가 부채 200조, 공적자금 150조가 도사리고 있다.
때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이때는 실종된 안보의식을 굳게 다지고 균렬된 한·미 동맹을 복원하고 침체의 늪에 빠져든 국민경제를 살리는데 대통령직을 걸어야할 때라고 본다.
2만불, 3만불 시대에 다가서고 김정일 체제가 종식되고, 중국 태풍, 일본 해일을 막아낼 방재망이 구축되었을 때 천도를 하건, 이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충청도민들도 온 국민들도 축제무드를 조성하는데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충청도민들도 풍년걸식(豊年乞食)을 우려하고 있다.
다음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명분과 실효성이다. ‘서울’은 ‘대한민국’보다 인지도가 높은 민족의 브랜드다. 저 아프리카 작은 나라들에서 ‘몽골’이 ‘코리아’보다 국가 이미지가 높듯이 ‘서울올림픽’, ‘서울2002월드컵’등 각종 국제행사로 알려진 도시가 ‘서울’이다. 600년의 역사는 차치하고서도 ‘통일수도’가 되기에도 손색없는 대한민국의 ‘심장’이다. 이 ‘심장’을 도려내는 어리석음을 외국인들도 비웃고 있다.
반통일 세력이 누군지, 통일의 비젼을 허무하게, 허무는 인간들이 누군지 드러나고 있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토인비’는 그의 11권의 저서 ‘역사의 한 연구’후편에 100페이지 분량의 세계 수도 변천사를 서술했다.
그는 수도 이전으로 망해버린 나라들을 기록하면서 로마제국이 수도를 콘스탄틴노풀(이스탄불)로 옮기고 나서 50년 만에 망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이 브라지리아로 수도를 옮긴 후 지금까지 경제침체와 군사구테타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20년전에 동경에서 300Km 떨어진 곳에 법률로써 수도를 옮기려 했다가 폐기처분하고 말았다.
“수도권도 죽고 나라도 죽는 천도”가 되리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국어’, ‘국기’, ‘애국가’는 대통령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는 것이 상식이고 국민적 공감대다.
‘수도’이전을 남은 임기 3년의 대통령이 통치권을 내세워 막무가내로 강행하게 된다면 김정일과 그 추종세력, 그리고 대한민국이 쇠퇴하기를 은근히 바라는 옛 침략국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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