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도 봄은 막지 못한다

이윤구 칼럼
탄핵정국의 회오리 태풍 속에서 믿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문을 걸어 닫고 은밀한 중에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합당한 일일 듯 합니다. 거리로 뛰어나가 반대시위나 찬성을 외쳐봐야 상한 마음을 치유하기는 힘들다고 생각됩니다. 불난 집에 열기만 더 해줄 뿐입니다.

탄핵소추(彈劾訴追)라는 메가톤급의 폭풍이 춘삼월 피어나는 꽃들을 강타하고 국민의 감정을 격양시킨 것은 건국역사에 처음 있는 비극입니다. 그래서 그만큼 충격이 큽니다. 정치 불신이 위험수위를 넘고 애꿎은 시민의 자살소동, 살해위협, 여야당사 폭파위협, 국회의사당 차량돌진 등 가공할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민박람회에 수천 명씩 몰려들어 이 지긋지긋한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흥분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나가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들이 국적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침통해한다는 외신보도가 제 마음을 몹시 슬프게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믿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간절한 기도입니다. 그리고 격한 감정을 억제하고 냉철한 이성으로 우리 주변의 열기를 식혀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에게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이 죄 많은 백성과 허물투성이의 나라를 긍휼히 여기시는 여호와하나님이 계신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정의의 심판자께서 모든 것을 굽어보시고 계심을 확신하는 우리여야 합니다.

기독교의 진수는 정죄하고 원수를 만들어 싸우는 인간의 원죄를 용서받게 하는 갈보리 십자가의 비밀입니다. 아무리 용서받지 못 할 대죄를 범한 백성도 골고다의 십자가 앞에서는 눈 녹듯, 얼음이 풀리듯 죄 사함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간음한 사마리아의 여인에게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으리니 가서 다시는 범죄하지 말라”고 하신 인자하신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면 이 풍랑 속에서도 오는 봄을 막을 자가 없을 것입니다. 용서하고 용서를 받고 서로의 허물을 감싸주는 길 밖에 이 나라와 백성을 살릴 대로(大路)가 없습니다.

“겨울이 정말로 깊으면 봄이 어찌 멀리 있을까 보냐”고 누가 그랬던가요? 눈 속에서 매화와 벚꽃은 피어납니다. 진통과 고난 속에 부활은 있습니다. 탄핵정국의 고통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민족이기를 기도하며 기대해봅니다. 감정을 억누르고 혼으로 위기를 극복하게 되기를 충심으로 빌어봅니다.

200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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