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Ubiquitous)시대

장성만 칼럼
작년여름에 프랑스에서는 독거노인 1만 5천명이 폭설로 죽었다는 외신보도를 읽었다. 그런데 같은 프랑스 파리근교에 설치된 최첨단 디지털도시인 (잇시·레·무리노)시에서는 한사람도 죽지않았다한다.
그것은 노인들의 몸에 센서를 부착해놓고 몸에 이상이 생기면 자동적으로 병원의사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신속히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유비쿼터스’(어디에서든지 컴퓨터에 액세스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함)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센서하나로 집안에 모든 일이 자동화되고 인간의 질병이 병원에 통고되고 생산된 물건의 생산지, 수량, 생산일까지 알게되는 ‘유비쿼터스’환경이 머지 않아 형성될 것이다.
우리는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으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지만 유비쿼터스시대엔 전연(電緣)으로 살아가게 된다.
전자매체가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네트웍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혈, 지, 학등의 네트웍으로는 할 수 없는 새로운 ‘연줄’이다. 무서운 단절의 시대에 IT혁명이 가져다준 빛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대공업사회가 직연(職緣, 직장연줄)으로 연결된 사회였다면 지식사회는 호연(好緣)사회가 될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끼리, 좋아하는 스포츠동호인끼리, 문학, 예술, 취미등 다양한 굿윌(Goodwill Network)즉 ‘호연’의 네트웍이 형성되어서 사회는 윤기가 있게 될 것이다. 딱딱한 IT의 연줄(NW)이 Good-will의 친선의 연줄로 승화되어 우리사회가 호혜(互惠)와 상부상조의 NW, 즉 사랑의 네트웍으로 연결될 수만 있다면 인류에게 IT혁명이 가져다준 가장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에게는 신연(信緣)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믿음으로 연결된 연줄 말이다. 하나님과의 믿음의 줄과 이웃과의 믿음의 줄이 확실히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오늘날 우리사회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 실로 헤아릴 수 없는 난제(難題)들 때문에 앞뒤가 꽉 막혀있다. 그러나 그 모든 문제의 근원은 하나다.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쳐도 안 믿는다. 정치가나 관리들의 말이 신빙성이 없고 속이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부모의 말을 자식이 안 믿고, 스승의 말을 제자들이 안 믿고 위정자의 말을 국민들이 안 믿고, 총체적 불신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믿음을 재건하려면 정직성을 회복해야한다. 어떤 경우에도 정직해야한다. 도산 선생은 이것을 강조했다. 자기에게 손해가 되어도 정직하게 말할 수 있는 국민성을 다시 구축해야한다. 그렇게 될 때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믿음의 연줄’로 얽혀 나간다면 분명히 축복 받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센서 대신에 ‘믿음의 표’를 부착한다면 유비쿼터스 시대는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200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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