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총무 “2개 찬송가 혼란 초래” vs 비법인 서기 “공교회성 회복 위해 반드시”
새로운 찬송가 발간을 두고 교계 안팎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찬송가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부터 현실상 새 찬송가 출판과 보급이 가능한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른 방법은 없는지, 법인측 박노원 총무이사와 비법인측 윤두태 서기를 각각 만나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21세기찬송가, 출판 중단되나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모인 비법인 찬송가공회(이하 비법인)는 새 찬송가 발간의 가장 큰 이유로 21세기찬송가의 출판이 불가능해질 수 있는 현 상황을 들었다. 비법인은 “재단법인 설립 취소에 대해 법인 공회가 충청남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만약 법인 공회가 1심에서 패소하면 공회는 해산된다”며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충청남도는 법인 공회의 모든 재산을 동결할 것이고, 이것은 21세기찬송가의 제반 권리 역시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는 동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이하 법인)는 비법인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대법원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길게는 10년 간 21세기찬송가 출판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법인측 박노원 총무이사는 “1심에서 패소해도 항소를 하면 충청남도의 취소 처분을 정지하는 가처분은 자동 연장되며, 대법원 재판이 끝날 때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까지 21세기찬송가 출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4개 출판사에서 21세기찬송가를 계속 발간하고 있고, 재판에서 져도 찬송가 발행은 계속된다”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기다리면 될텐데 비법인이 왜 그렇게 새 찬송가 발간을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치적 공세가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비법인측 윤두태 서기는 “1심에서 패소한다는 것은 충남도청의 취소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이라며 “불법한 법인이 찬송가 출판을 못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21세기찬송가, 해외곡 뿐 아니라 국내곡 저작권료 ‘수억’
비법인이 새 찬송가 발간을 결정한 또다른 중요한 이유는 21세기찬송가에 수록된 곡들의 막대한 저작권료 때문이었다. 비법인은 “법인이 21세기찬송가에 수록된 해외 찬송 21곡에 대해 1년 동안 4억 8천만 원을 저작권 사용료로 지출했다”며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 찬송 작가들도 저작권 사용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벌여 승소했고, 법인은 15곡에 대한 저작권 사용료로 대략 5억 가까이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인측 박노원 총무는 “해외찬송가에 연간 4억 8천만 원의 저작권료를 지불한다는 비법인의 주장은 거짓이다. 실제로는 연 8천만 원 정도를 지불하고 있다”며 “저작료를 지불하더라도 한국교회 성도들이 오랫동안 즐겨 부르던 찬송이라면 들어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법인측은 앞으로 다른 작곡, 작사가들도 나서 저작권 사용료를 청구하는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법인 윤두태 서기는 “한국인 작가들이 모두 나서 저작권 사용료를 청구할 경우, 매년 8억 가까운 사용료를 지불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며 “찬송가는 한국교회의 공적 재산으로서 저작자나 출판사의 개인 영리 목적으로 이용돼선 안된다”고 못박았다.
새 찬송가의 출판ㆍ보급, 현실상 가능한가?
비법인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새 찬송가 발간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현실상 출판이 가능할지, 보급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비법인은 장로교단 총회가 개최되는 9월 이전에 새 찬송가의 시제품을 선보여, 각 교단 총회에서 새 찬송가 사용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찬송가가 전체 교회의 80% 이상 보급된 상황에서, 개 교회 목회자들이 단 6년 만에 찬송가 전면 교체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두태 서기는 “각 교단이 법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모두 분노하고 있지만, 현실상의 문제 때문에 반대하거나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낼 수도 있다”며 “시제품을 내는 것은 교단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니, 반대하는 경우에도 그에 따른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 교단의 총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당장 새 찬송가 발행을 못할 수도 있는 상황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또 찬송가가 발행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21세기찬송가와 함께 병행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두 개의 찬송가로 인한 혼란을 막을 수 없으며 새 찬송가 보급에 있어서도 차질이 예상된다.
윤두태 서기는 “두 개의 찬송가가 병행될 수 있겠지만, 개 교회의 선택에 따라서 필요한 시기에 교체하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찬송가의 공교회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기에, 시일이 걸리더라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새 찬송가 발간이 최선의 방법?
새 찬송가 발간으로 인한 이같은 혼란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법적 분쟁을 종식하고 법인과 교단 간의 협의를 통해 한국교회 성도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다른 방안은 없을까?
법인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내부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앞으로 재정의 투명성을 확실히 하는 한편 정상화가 되면 창출되는 수익만큼 각 교단에 선교비를 지급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교단과 끊어졌던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러나 교단들이 소속돼 있는 비법인은 법인이 교단들을 배제하고 이권 추구를 위해 독단적인 행보를 걷다 이같은 사태를 일으킨 만큼, 스스로 그 문제들을 책임지고 해결하지 않으면 협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두태 서기는 “각 교단에서 파송한 이사들이 교단과 상관없이 개인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재단법인의 모든 재산을 잃어버렸다”며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새 찬송가를 발간하는 것은 개인의 이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교회 재산인 찬송가를 공공재산으로 지키고, 공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며 “법인의 실상을 다 밝힌 이상, 이제는 더 이상 법인과 싸울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법인은 회의록 위조로 지적됐던 법인 승계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을 주장하고, 공회 재산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리고 비법인은 새 찬송가 제작을 고집하고 있어 양측이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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