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도 친일행각에 자유로울 수 있는가?


◆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4,776명 가운데 기독교인 58명 포함
◆ 김활란 박사, 이명직 목사, 송창근 목사, 윤치호 장로, 김길창 목사 등 58명
◆ 갈등을 조장하는 계기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윤경로 위원장, 이하 편찬위)와 민족문제연구소(임헌영 소장, 이하 연구소)는 지난 4월 29일 한국언론재단 기자회견장에서 8월 출간 예정인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명단 4,776명을 공개했다. 이는 2005년 8월 1차 발표한 3,090명에 1,686명을 추가한 것으로 명단은 매국, 중추원, 관료, 경찰, 군, 사법, 종교, 문화예술, 언론출판, 교육·학술, 경제, 언론출판 등 전 분야를 포괄하며, 분야별로는 관료(1,207명)와 경찰(880명)이 가장 많았다. 편찬위가 채택한 친일파에 대한 정의는 ‘을사조약 전후부터 45년 8월15일 해방에 이르기까지 일본제국주의 국권침탈·식민통치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우리 민족 또는 타 민족의 신체·물리·정신에 직·간접 피해를 끼친 자’이다. 선정원칙은 자발성과 적극성, 반복성과 중복성, 지속성 여부 등이며 생계형보다는 출세형, 말단 집행자보다는 상급 지휘책임을 중시했다. 그리고 지식인과 문화예술인은 사회·도덕 책무와 영향력을 감안해 더 엄중하게 책임을 물었다.

개신교 친일인사 58명 발표
발표 명단에는 2005년 1차 명단발표 당시 거론됐던 박정희, 김활란, 홍난파를 비롯해 윤치호와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아동문학가 이원수, 무용가 최승희, 유치진, 김기창 등 문화예술계 인사도 대거 포함되었다. 특히 신현확 전 국무총리, 현상윤 전 고려대 총장, 백낙준 전 연세대 총장 등 유명 인사들도 포함돼 있어 관련 기관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종교인은 기독교 58명, 카톨릭 7명, 불교 54명, 천도교 30명, 유림 53명 등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번 명단에서 친일인사로 포함된 기독교계 대표적 인물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을 지낸 김활란 박사, 성결교 초대 총회장인 이명직 목사 등과 감리교 윤치호 장로, 기장 교단의 초기 인물로 한신대 설립에 기여한 송창근 목사 등이다. 이번 명단 발표와 관련해 편찬위는 기독교계 친일인사 4가지 선정기준을 밝혔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첫 번째 일제 종교통제 방침에 협력해 교회 변질을 주도하고 교리를 왜곡시킨 인물, 두 번째 중일전쟁 이후 변질된 혁신교단 및 통폐합된 일본기독교 조선교단, 교파 단위의 정동연맹·총력연맹·비행기헌납기성회 등 친일단체 간부로 활동한 인물, 세 번째 친일성향 기독교계 신문·잡지 발행인 및 주필·주간, 네번째 기고·광고·좌담·강연 등을 통해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을 미화·선동하는 부일협력행위를 반복적으로 자행한 인물 등이다. 편찬위는 “4가지 사안에 해당해도 친일 행적이 미약하거나 항일 혐의로 옥고를 치른 인물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설립자로 잘 알려진 김활란 박사는 일제시대 애국금차회 발기인, 국민총력조선연맹 이사, 언론보국회 이사 등을 지낸 바 있으며 창씨개명 이후 태평양 전쟁 당시 일제의 학도병과 징병 등을 연설을 통해 독려하기도 했다. 성결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명직 목사의 친일 행적은 국민정신총동원조선예수교동양선교회성결교회연맹 이사와 국민총력조선예수교동양선교회성결교회연맹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신사참배와 교단지 ‘활천’에 실렸던 친일논설 등을 근거로 했다. 최초의 감리교인이며, 애국가의 작사자로 추정되는 윤치호 장로도 일제 말기 내선일체론에 동조하고 일제의 징병에 찬성했던 자료들을 부일협력 경력으로 제시했다. 그 밖에도 송창근 목사는 1939년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예수교장로회 경북노회지맹 이사, 1945년 7월 일본기독교 조선교단 총무국장 등을 역임한 이유로 친일 명단에 올랐다.

일제전쟁 협력행위는 하나님과 민족 앞에 회개해야

친일인명사전 편찬에서 기독교계 인사들을 담당했던 김승태 목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위원)는 “기독교계 친일인사는 대개 허물보다 공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친일을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종교인의 도리이며, 사전에는 공·과를 함께 정리할 것”이라고 선정과정을 밝혔다. 이어 김 목사는 기독교 지도자들이 친일로 돌아선 데 대해 일제의 강압, 기득권 유지 욕망, 개인적 위기의식과 나약성, 역사의식 및 민족의식 결핍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그리고 “기독교 지도자들이 양심적으로 일제에 협력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그렇게 한 경우는 없을 것”이라면서 “억압 속에 협력을 했지만 그러다보니 더 빠져들게 된 것”이라며 분석했다. 또한 “교회 유지를 위한 절박한 행위라 할지라도 결국 그러한 행위가 세속 권력과 손을 잡고 교회의 본질을 흐리게 한 것”이라고 한 뒤 “일제전쟁 협력행위였다는 점에서 하나님과 민족 앞에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당위성에 대해 강조했다.

사회갈등 요소로 내세워서는 안 돼

편찬위원장 윤경로 한성대 총장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선과 총선이 끝난 뒤에 발표한 것이며, 이 작업은 특정 인물을 매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역사화 작업”이라며 명단 공개의 목적을 설명한데 이어 “허물의 대상도 역사화의 대상이며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더 이상 방기할 수 없다”며 공개의 이유를 강조했다. 그리고 임헌영 연구소장은 “일제의 식민통치는 민족 전체의 수치이자 민족사회에 대한 반기”라고 취지를 설명하고 “민족과 국가에 대한 끼친 행위 대해선 정당과 정파, 이념 논쟁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 신앙과 계층을 넘어선 의무이자 필연”이라며 친일인명사전 발간한 이유를 피력했다. 이에 기윤실 한 관계자는 “일제시대의 친일적 태도가 각 교단 및 기관을 대표한 이들에게 강요된 불가피한 행위라 할지라도 친일행적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 인물의 친일적 행위로 전 교단과 기관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되며, 사회 갈등 요소로 내세우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며 명단 발표에 따른 교계의 신중성을 강조했다.

편찬위와 연구소는 이날 명단 공개 이후 60일간 유족이나 관련 기념사업회의 이의제기를 받는 한편 학계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다.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따른 구성을 살펴보면 총론편 1권, 인명편 3권, 부록 3권 등 총 7권이며, 그 가운데 인명편 3권이 8월말 우선 발간될 예정이고 편찬 사업은 2015년까지 계속된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1999년 8월 ‘친일인명사전 편찬지지 전국 교수 일만인 선언’이 발표된 후 본격적으로 구성이 추진돼 2001년 12월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관련 학계를 중심으로 발족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04년 네티즌을 중심으로 전개 된 친일인명사전 편찬 국민성금운동으로 열흘 만에 5억 여원을 모금한 바 있으며, 이후 지금까지 5,000여명으로부터 7억 여원의 편찬 기금을 모았다.

기독교 친일인사명단

갈홍기 *강도원 고한규 곽진근 구연직 구자옥 김관식 김길창 김수철 김영섭 김우현 김응순 김응태 김인영 김종대 김진수 김형숙 *김활란 남천우 박마리아 박연서 박현명 변홍규 송창근 *신후식 신흥우 심명섭 양주삼 오문환 유각경 유일선 *유재기 유형기 *윤치소 *윤치영 *윤치호 윤하영 이동욱 이명직 *이문주 이용설 *임학수 장기형 *장운경 장홍범 전필순 *정상인 정순모 정인과 정춘수 조승제 채필근 최지화 최활란 한석원 홍병선 홍택기 황종률 이상 58명(*은 4월 29일 발표 시 추가 된 명단)

200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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