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뜨는 일반 병원, 침체되는 기독교 병원
교단과 병원 이사회의 갈등 해소 이뤄져야
·설립 당시 기독교이념 고취, 생활 속의 예배 장소로 거듭나야
·고신대 복음병원, 침례병원, 일신기독병원 일반 대학병원보다 평가 낮아

한국 기독교 120여년의 역사를 뒤돌아볼 때 기독교 병원, 기독교 학교는 이 땅에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암울한 시대 이 민족을 위한 구원의 방주 역할을 하며 복음전파에 이바지해왔다. 당시의 기독교 병원은 비단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 아닌 선진 문명의 체험 장소로, 선교의 장으로 쓰여 졌던 것이다. 초창기 한국교회의 선교사가 기독교 병원을 통해 선교에 큰 공로로 이바지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들어 여러 일간지에서 서울 연세의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기독교 병원이 일반 병원에 비해 의료 시설이나 의료 기술에서 다소 뒤떨어진다는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이에 부산지역의 기독교 병원 실태를 알아보며 지향해야할 점을 알아본다.


침체되는 기독교 병원

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낮은 자, 가장 아픈 자에게 전해지는 복음은 더 큰 생명력을 갖고 그들을 감화시키기 때문에 기독교 병원의 의료 봉사는 지역 복음화 방법의 으뜸일 것이다. 하지만 부산 내 기독교 병원은 다분히 침체 일색이다.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가 세우고 고신교단이 운영하는 고신대학교 부속 복음병원은 비록 지금은 정상화 됐지만 몇 해 전 임시이사가 파송된 후 병원 부도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한강이남에서 암전문병원으로 확고한 위상을 세워가던 병원이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사회 내부 문제로 인해 파행을 겪어 오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암 전문 병원 브랜드 이미지가 상당히 퇴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왈레스 선교사가 중국 선교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왈레스기념병원인 침례병원도 교단과 병원 이사회와 병원 집행부 간의 갈등으로 흔들린 바 있다. 초량동에서 남산동으로 무리하게 병원을 이전, 부채로 인해 사실상 은행관리와 같은 경영을 하다시피 하는 상황을 낳기까지도 했다. 급기야 교단차원에서 조사하게 되고, 사법부에 고발하는 사태까지 이르기도 했다. 호주 장로교 선교회에서 의료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된 맥켄지가(家)의 매혜란과 매혜영에 의해 설립된 일신기독병원은 국내 굴지의 여성병원으로 이름나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낮은 출산율과 경쟁병원 설립 등으로 환자수가 줄어들고 있어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의료선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세워진 세계로병원도 병원 설립 후 최근 들어 환자수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뜨는 일반 병원

최근 국내 의료계는 대형 대학병원들의 최첨단 시설 암센터 개설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 급속한 고령화 진행 속도와 암 환자의 현격한 증가를 감안할 때 대형 병원들의 암센터 개설 경쟁은 어찌 보면 1라운드 시작 전인 대기실 복서의 긴장감과 같다. 현재 대부분 대학병원은 입원환자의 30∼50%가 암 환자인데 의료계는 매년 12만 명 이상의 암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차후 세계 최고 수준의 암센터가 설립 된 후에는 의료 기술이나 시설 모두 더욱 더 치열한 무한 경쟁 체제로 들어가게 될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삼성서울병원이 9일 암센터를 개원한 데 이어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고려대병원 등 굴지의 다른 대학병원도 암센터를 설립 중에 있거나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진료 중인 삼성서울병원은 건물 공사비로만 무려 1800억 원을 투자했다. 최첨단 의료기기도 수십 대 도입했다고 암센터 측은 전했다. 서울대병원은 1월 중 지상 4층, 지하 6층 암센터 건물을 현재 쓰고 있는 주차장 위치에 착공하고 외래 진료 위주로 암을 치료하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그리고 서울아산병원은 2009년 2월까지 대형 암센터를 짓는다는 계획을 확정했으며 현재 공사 중인 신관이 5월 완공되면 진료과들을 모두 이곳으로 옮긴 뒤 기존 건물을 증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려대 의료원은 내년에 현재의 의대건물을 암센터로 증축하는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설립되는 암센터들은 진단과 수술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선진국형 진료 시스템을 도입, 환자들과 가족들의 편한 진료와 간호를 적극 도모했다. 환자는 그대로 있고 의사 여러 명이 움직이며 진료하는 ‘통합진료’가 국내에도 펼쳐지는 것이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

누구나 병원을 단지 환자를 치료하며 이윤을 남기는 기업으로 인식하지는 않는다. 죽어가는 생명 앞에서도 그 존엄성을 인정하고 상처 입은 자의 마음에서 그들과 아픔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하물며 기독교 병원이라면 그 이상의 모습을 가져야 하는 건 당연지사이다. 기독교 이념을 저버리고 그저 경제 논리에 휩싸인다면 예수님의 복음 전파라는 지상명령은 온 데 간 데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기독교 병원이라면 경제 논리보다 복음 전파가 먼저이다. 교단 총회에서 운영하는 병원이라면 교단과 병원 이사회의 갈등은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고 이제는 환자를 돌보아야 한다. 일반 병원과는 달리 더 기도하며 가장 낮은 자리에서 병자를 섬기려는 다짐이 우선돼야 한다. 설립 당시의 기독교 이념을 저버릴 때 하나님도 그 병원을 인도하시지 않으실 것이다. 그저 자신의 기득권만을 고집하거나 수익 창출만을 계획하며 하나님이 바라보시는 한 영혼, 한 영혼을 등한시할 때 더 이상 기독교 병원이 아닌 셈이다. 부산 내 모든 기독교 병원이 지역 복음화에 크게 기여하고, 그 설립 이념을 온전히 지켜 아픈 자의 몸뿐만 아니라 영혼마저 치유하는 하나님의 병원이길 기대한다. 정창식 기자

2008.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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