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길”
Q 영화 <시선>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영화 <시선>은 특별한 사건을 실제상황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단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예상 상황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데 집중했습니다. 해외 선교 봉사활동을 떠난 9인의 한국인이 극한의 피랍 상황을 겪게 되면서 갈등하게 되는 종교적 신념에 대해 이야기 하는 영화 <시선>은, 피랍된 이후에 인질들이 처한 상황을 생생하면서도 충격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캠코더에 본인의 이름을 말하는 장면, 성도 대신 먼저 희생을 선택하려 하는 목사, 심리적 공포감 외에도 육체적 고통을 겪는 여성들의 세밀한 묘사까지, 인질들만이 겪을 수 있는 생생한 고통의 현장을 영화<시선>은 스크린을 통해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캄보디아 올 로케이션 촬영과 현지인 캐스팅을 통해 사실감과 긴장감을 극대화 시켰습니다.
그러나, 피랍된 인질과 이슬람 반군 세력의 대치와 갈등을 극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객관성을 잃지 않는 시각으로 담담하게 접근하는 영화 <시선>은, 단순히 피랍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근원적인 사람에 대한, 종교에 대한, 인권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입니다.
Q 캄보디아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이 이루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촬영하는 동안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A 영화 <시선>은 ‘한국인 피랍사건’을 주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 현장의 긴장감과 사실감을 구현해내는 것은 ‘프로덕션’의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생생한 사건 현장을 재현해 내고자 제작진은 캄보디아에서 영화의 99%를 촬영하고 현지인을 캐스팅함으로써 관객들에게 한 차원 높은 사실감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촬영지였던 ‘안롱뱅’ 지역은 현지 촬영 불과 1년 전(2012년) 태국과 캄보디아 간의 국경분쟁이 일어나서 실제 교전이 있었던 지역입니다. 이 때문에 밤 촬영에 꼭 필요한 조명장비나 총소리 같은 폭발음에 대해 현지 군인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태국 국경 인접지역에서의 촬영이라 스탭 및 배우들 신변상의 안전 문제가 항상 화두에 올랐습니다. 지뢰가 제거됐다고는 하나 항상 안전을 고려해야 하는 긴장감 속에 진행된 촬영현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제 상황으로 인해 내전의 현장으로 설정된 영화 속 리얼리티는 극대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촬영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긴장감과 전쟁으로 인한 황폐함이 영화 속에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실제 캄보디아 국경 지역에 근무를 서던 실제 병사들을 캐스팅해 그들이 착용한 복장, 군화, 총기 등을 고스란히 영화 소품으로 사용함으로써 디테일에서도 리얼리티를 구현해내었습니다.
Q 1995년 <천재선언> 이후 감독님의 20번째 작품이자, 1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입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A 저는 20세기 말, 1992년까지 제 능력으로 영화를 잘 만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후 어느 날부터 제 자신이 무능한 사람인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전까지 사람의 눈으로, 인간의 시각으로, 세상의 가치관으로 만든 영화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바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가치를 좀 더 소중하게 변화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영원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살리기를 원하는 하나님의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길 사모했습니다. 그리고 21세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훈련을 받았습니다. 아주 오랜 혹독한 광야의 훈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힘든 내리막길을 감사하게 걸어 내려갔습니다.
마침내 27년간 그렇게 애를 써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영화 만들기는 뜻밖에도 우연 같은 필연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바로 새 영화 <시선>입니다. 그렇게 <시선>을 완성하게 하시고 그 과정을 함께 해주신 삼위일체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Q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돌아온 후 박용식 장로가 고인이 되었습니다. 이번 영화 <시선>이 故 박용식 장로의 유작이 되었습니다.
A 대중들에게 대통령 역할 전문 배우로 잘 알려진 그는 닮은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특유의 카리스마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 <시선>은 고인이 된 배우 박용식 장로가 마지막으로 열연을 펼친 유작으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그를 거쳐 간 수많은 역할 가운데 마지막 캐릭터가 된 유승학 장로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물로 故 박용식의 원숙한 연기를 통해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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