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이단 해제는 야합입니다”
Q 최근 한기총이 한국 교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다락방과 박윤식씨에 대해 이단 해제를 했습니다. 일선 교회들이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보시기에 이번 이단 해제가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급합니다.
A 한기총의 무분별한 이단해제는 그 스스로가 ‘그리스도를 위해 연합(聯合)’하는 기관이 아니라 ‘사리사욕을 위해 야합(野合)’하는 단체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교회의 동의를 얻지 못한 한기총의 이단해제는 목회현장에 많은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한국 교회의 대표성과 공신력을 상실한 한기총이 이단해제를 했다고 주장하는 다락방과 박윤식 씨에 대한 이단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박윤식 씨를 비성경적인 기독론, 구원론, 계시관을 이유로 이단으로 규정한 통합(1991년)과 합동(1996년, 2005년) 교단의 결정에 변함이 없고, 또한 다락방도 현재 가장 많은 교단들(고려, 고신, 기감, 기성, 기침, 통합, 합동, 합신)이 이단성 혹은 불건전성이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기총의 명분 없는 이단해제로 인해 예장 합동이 한기총을 탈퇴하는 등 한기총의 몰락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특징 중 하나는 교파주의 선교로 인한 다양한 교파 교회들의 공존입니다. 각 교단이 각자의 신앙고백과 교리에 근거해 이단 규정한 것을, 해당 교단의 동의도 없이 교단연합단체인 한기총에서 해제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그리고 이치에 맞지도 않습니다.
Q 이단해제를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가장 공신력 있고, 한국 교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절차와 방법론에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박윤식 씨는 그에 대한 이단규정이 특정인들에 의해서 조작된 정보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공교단이 조작된 정보들을 가지고 이단규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박윤식 씨의 이단성 검증을 위해 그의 신학과 목회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이 검토되었습니다. 또한 이단해제는 해당 교단들의 입장이 중요합니다. 이단규정은 특정 개인 한두 사람이 한 것이 아니라, 해당 교단의 신학자들, 목사님들, 장로님들로 구성된 관련 위원회가 논의하고, 해당 총회가 공감하여 공적으로 결의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통합과 합동을 비롯한 여러 교단들이 이단 규정뿐만 아니라 이단 재심 및 해제에 관한 상세한 절차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평강제일교회 입장에서는 박윤식 씨의 나이와 건강상태로 인해 이단문제의 해결이 시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신력도 대표성도 상실한 한기총이 아니라, 해당 교단들에게 재심을 요청하고, 투명한 내부 절차에 의해 재심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것만이 박윤식 씨와 평강제일교회가 떳떳하게 한국교회 앞에 설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단 규정 주체인 교단들도 교권을 위한 호교론적인 정치의 잣대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한국교회를 미혹하고 파괴하는 이단들도 문제이지만, 이단문제를 교권 장악을 위해 악용하는 교권주의자들도 역시 문제입니다. 공신력 있는 이단대처만이 이단들의 미혹을 이겨낼 수 있는 건강한 영적 힘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Q 이단대처의 최종 목적은 ‘정죄‘가 아니라 ‘치유‘와 ‘회복‘이라고 소신을 가지고 계십니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이단대처는 ‘정죄’와 ‘분리’가 아니라 ‘치유’와 ‘회복’을 목적으로 합니다. 저도 이단 문제로 인해 선친을 잃었습니다. 이단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그리고 피해 교회가 치유되고 회복되는 것이 이단대처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신천지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신천지로 인한 가정의 파괴와 교회의 분열이 가슴 아픈 것입니다. 비상식적인 신천지 포교활동으로 인한 피해로 인해 안타깝게도 관련자들을 ‘정죄’하고 교회로부터 ‘분리’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본질은 ‘정죄’가 아니라 ‘용서’와 ‘사랑’입니다. 결코 우선순위의 혼란은 없어야 합니다.
규정된 이단에 대해서도 공정한 재심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단적 교리와 활동의 긍정적 변화 가능성마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재심의 근거가 타당해야 하고, 또한 관련 당사자 및 해당 교단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Q 내년이면 선친이신 고 탁명환 소장이 소천한지 20주년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한기총이 이단해제를 한 박윤식 씨가 선친의 죽음과도 관련이 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유가족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요?
A 개인적으로 박윤식 씨 문제와 관련해 선친 탁명환 소장을 잃은 지 내년 2월이면 만 20년이 됩니다. 이단문제는 단순히 교리의 문제가 아니라, 순식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길 수 있는 무서운 문제라는 사실을 우리 가족은 경험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단 피해자의 관점에서 이단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제 이단연구의 가장 중요한 방법론이 되었습니다.
비록 박윤식 씨가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박씨의 운전사였던 임 모 씨가 살해주범으로 잡혀 15년을 복역한 사실을 보면 박 씨의 도의적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 가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것처럼 박윤식 씨가 살해범에게 선친을 염두에 두고 “공수부대 출신이 사탄도 때려잡지 못한다”고 나무랐던 사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살해범은 만기 출소해 미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는 사실도 들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바라는 것은 박윤식 씨의 진정한 사과입니다.
부디 박윤식 씨가 우리 가족이 선친의 살해범을 위해 탄원서를 제출했던 사실을 기억해주기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살해사건 후 대성교회 교인 한 분이 보내온 “감히 대성교회를 위해 용서를 빕니다... 저희 모두를 용서하십시오”라는 편지를 보며 작은 위안을 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라고 있습니다. 소망하기는 우리 가족에 대한 짧지만 진정한 사과 한 마디를 통해, 박윤식씨가 이단해제는 물론이고 한국교회와의 화해를 위한 첫 걸음을 내 딛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신상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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