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양원 목사님의 십자가, 이젠 우리가 안아야지요!”

손양원 목사 기념사업회 대표회장 이 윤 구 장로

지난 해 11월 24일 함안 칠원교회 성도들은 서울 엠버서더호텔에서 ‘손양원 목사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 창립예배 및 창립총회를 갖고 손양원 목사가 걸어간 십자가의 길을 재조명하기로 다짐했다. 비록 행사는 서울에서 열렸지만 부산, 경남에서 활동 중인 교계 인사들이 상당수 참석했다. 총회에서 기념사업회 대표회장으로 전 인제대 총장 이윤구 장로가 선출되었으며 발기위원으로 칠원교회 최경진 목사를 비롯 애양원교회 이광일 목사, 고신대 신학대학장 이상규 교수, 온천제일교회 장차남 목사 등 20여명이 발기위원으로 위촉됐다.
(편집자 주)

△먼저 바쁘신 가운데에도 인터뷰에 응해 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모든 기독교인들이 반겨할 사업이라 생각됩니다. 금번 기념사업회 대표회장을 맡으셨는데요. 소감부터 한 말씀 전해주신다면?
-예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한 목사님의 귀한 일생을 이제라도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가 재조명할 수 있어 더 없이 기쁩니다. 지금 제 나이는 잠시 접어두고 목사님이 지신 십자가를 이젠 함께 지고 나가렵니다.

△지난 해 함안 칠원교회 99주년 기념예배 후 목사님의 생가를 방문하셨을 때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있었다고요? 그리고 기념사업회를 창립하시기까지 그 과정과 배경을 소개해주십시오.
-목사님 아버지이신 손종일 장로님이 설립하신 칠원교회는 고 김인득 장로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죠. ‘사랑의 원자탄’을 어린 나이 때 읽고 전 그분의 순교자적 신앙정신을 언제나 가슴에 새기려 다짐했어요. 그래서 99주년 기념예배에 참석, 더 가까이에서 목사님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목사님의 생가를 방문했을 때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한국 기독교의 스승이신 그분의 생가가 도사견 사육장으로 버려지고 있었어요.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메어오는 순간이었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최경진 목사와 무릎 꿇고 눈물로 기도하며 기념사업회 설립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의 순교자 정신을 밝혀가야 할 후손들이 오히려 그 정신을 퇴색시켜버렸군요. 깊은 반성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금번 기념사업회 발기위원을 위촉하시는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요?
-오직 기도로 하나님의 손길을 간구할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목사님의 순교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시는 거죠. 함안을 다녀 온 후 곧바로 직접 혹은 지인을 통해 여러 교계인사들을 찾아갔습니다. 당시의 제 심정과 목사님의 생가 실태를 자세히 알려주었을 때 하나같이 공감하며 반겨주었어요. 그리고 아름다운 신앙운동가의 정신적 유산마저 잃어버린다면 미래의 후손들에게 과연 무엇을 물려주고 가르쳐줄 것인가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제가 해낸 여러 사업 가운데 이번만큼 쉽고 보람 있었던 일도 없었던 같아요.

△무엇보다 기념사업회를 위한 기도와 후원이 절실합니다. 교계뿐만 아니라 국가보훈처를 비롯한 정부, 함안군의 지원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표회장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후원이 먼저가 아닙니다. 그 보다 교회와 교계가 하나의 중지를 모아 목사님이 걸으신 십자가를 떠안으려는 열정과 기도가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재정적인 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팔짱만 끼고 불구경한다면 아마 정부 기관들에게 손가락질 받기 일쑤입니다. 당장에 모두 협력해서 목사님이 생전 활동하시던 자료를 모으고 그분을 아시는 사람들을 찾아 목사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내야 합니다. 조영규 함안군수를 찾아갔을 때 군수님이 최대의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기념사업회는 목사님의 생가복원 외에 여러 활동을 펼친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전해주십시오.
-기념사업회의 복안은 함안을 10~20년 후엔 기독교 순례지로 세워가는 것입니다. 앞으로 생가복원 외에도 어린 시절 목사님에게 믿음의 길을 인도한 칠원교회의 한국순교자기념교회 등록, 목사님의 일생을 조명하는 학술세미나, 기념관 설립 등 범교회적 사업을 펼쳐나갈 예정입니다.”

△민족적인 위기에서도 신앙을 온전히 지키신 목사님의 믿음은 오늘 우리에게 큰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기념사업과 관련해서 독자들에게 전하실 인사말씀이 있으시다면?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한 목사님의 목회적 삶과 신사참배 반대와 투옥 등에서 보여주신 신앙적 결단은 오늘 날 믿는 자들의 거룩한 모범입니다. 그런데 아직 그분의 삶의 여정과 신앙정신이 선교 120년의 역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더욱 안타깝습니다. 이제라도 그분이 걸으신 자취를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가 온전히 따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다음 달엔 이사회 모임을 갖고 정식으로 법인 등록을 계획 중입니다. 첫걸음을 떼고 걸어가는 아이들에게 박수와 웃음을 보여주듯이 기념사업회를 위해 온 교회와 성도들이 기도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0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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