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적인 신앙이 확고히 서야 한국교회의 미래가 있습니다” 원 종 록 목사 (고신 증경총회장, 서면교회 원로)
2001년 12월 은퇴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은퇴 후에 근황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 50년간 교역자로 전념하고 살다가 은퇴를 하니 허전하고, 섭섭한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2의 인생을 살고자 새로운 설계를 해보니 그동안 목회 현장만이 전부라 생각했는데 하나님의 세계가 넓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주를 위해 사는 곳은 어디든지 지상낙원입니다. 현재는 은퇴 후 어린이대공원 숲이 우거진 곳에 위치한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102동 1004호인데, 혹자는 백의천사의집이라고 하더군요(웃음). 사는 곳의 환경이 자연과 친한 곳이다 보니 이곳이 여호와이레의 집이라 생각하며 새벽에 일어나 새벽공기를 마실 때의 상쾌함과 밤에 야경을 볼 때, 그리고 계절마다 하나님의 지으신 자연을 감상하면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로 목사님들 중에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목사님께서는 77세의연세가 무색할 만큼 건강이 좋아 보이시는데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 - 건강관리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 영적인 건강관리입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성경을 보고 묵상을 하면서 평소 설교 준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목회를 할 때는 대내외적으로 바쁜 일도 많고 시간도 촉박했는데, 지금은 많은 시간을 설교 준비하는데 쓸 수 있어 저도 준비하면서 많은 은혜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적으로 훈련이 되어지는 것 같습니다. 영혼이 잘되는 것이 첫 번째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육적인 건강관리 입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15~20분간 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6시반에는 등산을 하는데 주변에 등산 코스가 좋아 성지곡 호수를 한바퀴 돌면 1시간20분 정도가 됩니다. 매일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 번째로 정서적 건강관리입니다. 25년 동안 취미활동으로 수석 모으기를 해 왔습니다. 수석에 물을 주다보면 지난 추억이 생생하게 솟아나고, 거기서 나는 자연의 냄새에 동화되곤 합니다. 그리고 나무와 괴목, 꽃등을 관리하다보면 콧 노래가 절로 납니다. 앞에서 말한 세가지의 삼박자가 잘 맞을 때 건강관리를 잘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은목교회를 섬기시면서 은목회 회장직을 맡고 계시는데, 어떠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요? -은목교회는 은퇴 목사님들이 교회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것이 특색이지요. 은퇴한 분들로 70~80대 목사님들이 함께 계시고, 교단을 초월해 고신, 통합, 합동 교단 목사님들이 출석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70대 목사님들께서 돌아가면서 설교를 해 주시고, 80대 이상의 목사님들께서는 축도를 해 주십니다. 은퇴 한 목사님들이 모여 오손도손 함께 교회를 이뤄 매 주일 예배가 기대되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제가 이번에 회장을 맡아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고전 10:31)’라는 표어로 발을 씻는 정신으로 겸손히 봉사하고, 사랑과 화평하는 교회를 이루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교계 원로로써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현직에 계신 목사님들이나 은퇴하신 목사님들 모두가 우리의 속을 날로 새롭게 했으면 합니다. 말 그대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갱신의 삶을 사는 주의 종이 됐으면 합니다. 어떤 은퇴 목사님은 날만 새면 오늘은 또 어떻게 보낼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설교 밑천이 떨어져 조기은퇴를 하겠다고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사역을 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하나님의 세계에 보화는 무진장 합니다. 이를 발견하고 소유하면 풍성한 감사가 넘치게 됩니다. 매일매일 갱신의 삶을 통해 새로운 생활을 누리라고 하고 싶습니다. 저는 ‘해처럼 밝게, 해처럼 힘있게, 해처럼 뜨겁게, 해처럼 살리는 역사가 있는 삶을 살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개혁주의 신앙의 교리 위에 굳게 서서 칼빈주의 신앙의 뼈대를 든든히 하고 목회를 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뼈대를 무시하고 인위적이고 숫적인 것만 연연해하는 목회는 뼈대는 약한데 살만 많이 붙은 격이라 곧 쓰러지고 맙니다. 한국교회의 기초가 바로 세워져야 한국 교회의 미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은퇴 목사님들과 교회의 관계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안타까운 일이 참 많습니다. 평생을 바친 목사님이 은퇴를 하고나면 어떤 교회들은 그 목사님이 멀리 가시거나 교회에 몇 년 간을 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성경적이지 못한 관계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은퇴 후 너는 너, 나는 나, 라고 하는 거리감을 두고, 목사들도 은퇴 후 교회에 가기를 꺼려하는데 이는 서로 잘못된 생각입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은퇴한 서면교회는 은퇴 후에도 반갑게 저를 맞아주고, 사랑을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그리고 서로를 축복하고 교제를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교회를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변함없는 사랑으로 관계를 유지해 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늘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교계를 위한 아낌없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손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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