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프로그램 마련해 교회로 전파하고 싶다”
지난 달 19일 서울 63CITY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5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포장을 수상한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 박영규 회장(모라종합사회복지관 관장). 부산지역자활센터협회 초대회장, 부산시사회복지관협회 회장을 거쳐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크리스천으로 이웃에 대한 봉사정신과 저소득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 더불어 사는 복지환경 조성을 위해 사회복지 일선에 있는 그를 지난 10월 7일(화) 부산YMCA 사무총장실에서 만났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지역사회와 이웃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들어보았다.
Q. ‘제15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포장을 수상하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어떻게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이런 상을 받게 됐는데, 우선 송구한 맘이 듭니다. 주변에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더 오랜 기간 수고한 분들이 많은데, 저는 사실 그동안 자활협회나 복지관협회 등 여러 직능단체의 장을 맡아 주변의 공치사도 받아가며 활동한 터라 죄송스런 맘이 큽니다. 다만, 기독교인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행한 그동안의 일들이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Q. 회장님께서는 1982년 故 장기려 박사가 주도한 청십자 운동에 입문하신 것으로 압니다. 어떤 계기로 청십자 운동에 참여하게 되셨습니까?
A. 어린 시절 산정현교회에서 장기려 장로님과의 만남으로 시작됐습니다. 법대를 졸업하면서 “개인의 입신양명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삶이 신앙인의 삶”이라는 장기려 선생님의 권유도 있었지만, 사법고시 준비에 지친 심신도 추스를 겸 서너 달만 규칙생활을 해보자고 한 것이 30년을 넘어섰습니다. 초창기 청십자운동은 주로 의료를 중심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행정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적지 않았는데, 법적 문제와 조직관리 업무를 담당하다가 1994년 산하기관인 모라종합사회복지관으로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Q. 故 장기려 박사님이 산정현교회 교회학교 스승이셨던 것으로 압니다. 장기려 박사님과의 에피소드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가르침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평소 장기려 선생님이 경계한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명예욕입니다. 그분은 평소 사람에게 받는 칭찬이나 상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어요. “이 땅에서 상을 다 받으면 하늘나라 가서 받을 상급이 없다”는 이유에서 이죠. 그래서 주변 사람에 대한 칭찬도 인색했던 것 같습니다. 그 오랜 세월 같이 지내다 보면 잘한 일도 있었을 텐데 칭찬을 별로 듣질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시기 한 달 전 복음병원에 계시다 상태가 나빠져 서울로 올라가시게 되어 하루 전날 찾아뵈었습니다. 마지막 만남이 될 것 같아 목메어하는 제 손을 잡으시고 “잘하고 있는 줄 알아. 남이 뭐라든 지금껏 하던 대로 하면 되지” 이게 칭찬인지 모르지만, 맞다면 유일한 칭찬이자 유언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저희 법인과 산하기관들의 슬로건은 “이 걸음, 이대로‥”입니다.
Q. 지난 4월에 열린 부산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총회에서 제11대 회장에 재연임 되셨습니다. 2011년 5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회장을 맡은 것으로 충격을 주었는데, 이번에 연임이 되셨습니다. 소감 및 각오 부탁드립니다.
A. 복지 현장은 공공과 민간, 두 개의 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부산지역 민간복지계는 노인, 아동, 장애인 등 영역별로 16개 정도의 사회복지직능단체가 있고 그 영역 안에 900여 개 시설들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대표하는 기구가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인데 사회복지사업법에 명시된 법적 기관이죠. 제 앞에는 현 국회의장인 정의화 의원이 10년 정도 추대 형식으로 맡아 울타리 역할을 했는데, 갈수록 복지 분야도 세분화되고 역동성을 요하게 되면서 지역사회내 현장 지도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선거를 치르게 된 것인데, 사회복지협의회가 사회복지법인 대표들의 모임으로 시작된 조직이라 그런지 50대 중반임에도 상대적으로 어리다는 핸디캡이 좀 있었습니다. 게다가 같이 출마한 분들 역시 6~70대 분들이라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첫 임기 때는 「소통과 참여를 통한 변화」를 슬로건으로, 20여 명의 임원진을 실무형으로 구성하고 역동성을 전제로 사회복지계 분위기 변화시키는데 중점을 뒀는데, 두 번째 임기에는 민간사회복지 역량결집을 위한 구심체 역할을 바탕으로 대시민 홍보활동을 통한 시민의식 제고, 부산지역 사회복지의 전문성 향상, 사회행동(Social Action) 강화 등을 추구해 나가고자 합니다.
Q. 최근 한국교회는 사회적 책임과 봉사, 나눔 정신이 강조되면서 지역사회봉사 활동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교회가 지역사회 복지사업에 어떤 태도를 갖고,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또한 이제 한국교회 성도들은 사회와 더불어 교인 노령화가 3분의 1 이상으로 차지하고 있는데 이에 교단, 노회, 교회 차원에서 대안은 없는지요?
A. 사회복지는 우리가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의 징표인 동시에 세상과 우리를 잇는 최적의 통로입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사랑의 상징인 기독교를 향해 세상은 사랑의 징표를 요구하게 되었고 이 지점에서 교회의 사회복지 참여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사회복지가 가장 효과적인 선교의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매우 다변화되어 선교의 방식도 다양해 졌습니다. 의료, 문화, 스포츠 등 분야별로 선교를 전개해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이런 면에서 볼 때 사회복지는 선교에 있어 가장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리매김 됐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복지는 단순한 불우이웃 돕기 수준의 구빈적 형태에서 벗어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교회의 사회복지 참여는 정보공유나 지자체와의 협력관계 그리고 지역사회 자원개발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서 개 교회 보다는 노회나 교단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특히, 교회내 고령화 현상은 그 어느 것보다 최대 현안으로서, 교회내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물론 노인들이 주체로 참여하여 지역사회에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또한 다양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교회의 사회복지 참여에 있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회복지에 대한 기본이념과 복지에 대한 기독교적 마인드의 정립이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국가나 지자체가 설립하고 운영비를 지원하는 복지시설이나 수탁해서 운영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지역사회를 진심으로 섬기고 봉사함을 기본정신으로 하여 교회 시설과 인적·물적 자원을 기꺼이 제공하고자하는 마음, 그리고 지역사회 전문조직과 자원들과 흔쾌히 연계하려는 열린 마음 등이 교회 사회복지의 실천 전략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Q. 끝으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과 계획이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최근 우리나라 교회의 지역사회 복지 참여가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정작 교회내의 계속빈곤층이나 갑작스런 위기상황으로 인해 빈곤층으로 추락한 가정에 대한 보호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편입니다. 이제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의 빈곤화가 더욱 가속되고 이로 인해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정의 해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교회 내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 구축에 대한 작업을 해볼 계획입니다. 우선 몇몇 교회를 대상으로 구역이나 교구 단위로 저소득 취약가정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교회 자체적인 보호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지자체나 전문복지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종합적이고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작업을 설계하고 시범적으로 운영해서 그 결과를 지역 내 교회로 전파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교회생활을 충실히 하지 못하는 만큼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는 말씀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담 : 본보사장 신이건 장로
사진 : 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