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세상 위해 14년간 헌신
지난해 우리는 공중파를 통해 장기기증운동의 절실함을 보았다. 죽어서 썩어질 몸을 그대로 흙 속에 묻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 장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져 그 사람들이 사회에 다시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다.
이러한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은 91년 서울에 장기기증운동본부가 설립되면서 한국 땅에도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산에서도 지난 92년 故 장기려 박사의 뜻을 받들어 장기기증운동의 씨앗이 뿌려지기 시작했다. 그 시작점부터 지금까지 장기기증운동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사랑의 장기기증 부산지역본부 강치영 본부장(서면교회 장로)을 만나보았다.
장기기증운동.... 계란으로 바위치기?
장기기증 운동을 시작할 때는 비단 부산뿐만 아니라 유교적인 관념에 사로잡힌 한국 사람들에게 장기기증은 거부감을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장기기증’이라는 말조차도 사람들에게는 낯설어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 정도였다.
처음에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해 보였다. 그러나 아무런 바탕조차 없는 곳에서 새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시작된 장기기증운동은 지난해에 많은 결실을 거두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결실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게 된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이를 강 본부장은 그동안 땅을 개간하고, 씨를 뿌리고, 거름을 줘서 만개하게 된 것이라고 표현했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야”
현재 부산지역의 장기기증 서약자는 만여명이 넘어섰으며, 165명의 꺼져가는 생명이 장기이식을 통해 새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공로로 강 본부장은 지난 2002년 부산광역시 ‘자랑스런 부산시민상’을 수상했다.
강 본부장은 “장기 기증인이 나타났다고 하면 한밤중이건 새벽이건 일어나 달렸다. 입술이 부르튼 것은 수도 없으며, 꼭 개척교회를 하는 마음 같았다”고 지나 온 날들을 고백했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님께 거저 받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무늬로만 기독교인이 아니라 참 제자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자”고 힘주어 말하는 그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했던 일임을 잊지 않고, 하나님의 영광을 도둑질하지 않겠다”며 장기기증 운동으로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야 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물량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담임 목사님부터 의식을 가지고 깨어나 성도들을 일깨워야한다”며 “귀한 것을 드릴 줄 아는 제자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국 교회에 대해 질책을 하기도 했다.
“죽음도 아름다울 수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 생명의 소중함을 나눔으로 실천하고자 설립된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부산지역본부’는 장기기증과 시신기증등의 캠페인을 통해 환우들에게 새생명의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만성신부전증으로 이틀에 한번 혈액투석기에 매달려 4~5시간 동안 혈액을 걸러내지 않으면 일주일도 살아갈 수 없는 이들에게 이러한 무료 혈액투석은 너무나도 간절한 것이다. 이들을 위해 부산지역본부는 ‘사랑의 인공신장실’을 지난 2000년 7월 개원해 40여대의 혈액투석기를 설치하고 100여명의 환우들이 본인 부담없이 연간 19,000여회의 혈액투석을 받고 있으며, 개원 이후 9만 여회의 무료혈액투석을 실시해 환우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러한 일들의 진행을 위해 각 단체와 학교, 교회등을 다니며 설명회를 가지고 있는 강 본부장은 하지만 “5분, 혹은 10분만 설명회를 가지자고 하는 곳에는 가지 않는다”며 “자신의 귀한 신체와 관련된 일인데 그렇게 짧은 시간으로 어떻게 결단을 할 수 있겠느냐”며 장기기증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장기기증운동은 ‘장기기증’을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시킨 기증 가족의 헌신적인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이를 보면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편, 강 본부장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엮은 ‘다시 사는 세상 함께 나누는 생명’이라는 책을 출판하고 오는 21일(토) 오후 3시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복음의 지경을 넓히는 자로 쓰임받길...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사도행전 20장 24절)
이 말씀은 평소 강 본부장이 자신의 고백이 되기를 바라며 수첩에 적어 다니는 구절이다. 뿐만 아니라 강 본부장의 수첩에는 곳곳에 자신의 고백이 되기를 바라는 여러 성경말씀들이 촘촘히 적혀 있다.
직원들을 모두 전도하고, 평소에도 전도에 애쓰는 강 본부장의 열정과 순종하는 믿음은 그의 가정에서도 드러난다. 부모가 본을 보여야 가정이 바로 선다고 말하는 그는 매일 새벽 4시반에 일어나 가족 모두와 함께 새벽기도를 드리고 밤 10시40분이면 가정예배를 드린다. “가정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축복하심을 너무 많이 느끼고 있다”는 강 본부장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이를 통해 가정과 자녀들이 변화되고 함께 뜨겁게 기도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리고 “썩은 막대기와 같은 자신을 인도하여 주시고, 세워주셨다”며 “이른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사람을 장로로 세워주신 것 또한 감사하다”고 전했다.
올해 강 본부장은 또 다른 희망을 품고 있다. 부산을 영적인 거룩한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세워 주신다면 그 사명을 감당하고 싶다”고 말하는 강 본부장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와 ‘백성을 두려워하는 자’가 지도자로 세움 받아야 이 땅이 성시화 될 수 있다”며, “부산의 활락과 쾌락의 중심인 서면이 속해 있고 부산의 중심에 위치한 진구 구청장에 도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부산 성시화에 한 방울 기름이 되어 하나님의 뜻을 빛으로 나타내고 싶다는 강 본부장의 바람이 기독교 지도자로, 복음의 지경을 넓히는 자로 사용되어 지기를 바란다.
손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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