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고는 가정폭력 최대의 희생자이자 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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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부장판사 |
특별 인터뷰
■일 시 : 2005년 6월 8일 정오
■장 소 : 부산동부지원 형사1부 판사실
■대 담 : 신이건 장로(본보 사장)
가정의 달 5월에 ‘폭력 가장을 살해한 아내’에 대한 사건이 부산에서 일어났을 때, 이 사건을 맡은 김 신 판사(부산동부지원 형사1부 재판장)는 “가정폭력이 사회 전반으로 심각한 수준이다”고 말하고 우리는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표현을 연거푸 썼다. “조기에 수습이 안 되는 것이 가정폭력입니다”라고 사회 병리 현상의 한 단면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6월 8일 정오 12시 점심 약속을 하고, 4층 형사1부 판사실에서 만나 아래층 법원 식당실에 점심을 함께 하고 판사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 남편을 살해한 여인(아내)에게 살인죄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 이 판결이 일반인에게 주목을 받는 것은 ‘가정폭력’이라는 점입니다. 가정에서 일어난 사건은 식구 외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채 가려져 왔으며, 사회통념상 가부장제도 아래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사회는 여권 신장이 크게 향상되었고, 맞고 사는 여자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 사건의 피고는 지난 1986년 결혼 후 20년 동안 남편의 가혹한 폭력과 모욕에 시달려 온 것입니다. 뚜렷한 직업이 없는 남편은 결혼 당시 당구장을 경영하면서 피고 A씨를 경리로 취직시켜 거의 강간하다시피 하여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래 결혼한 것입니다. 남편의 실직으로 피고는 식당일이며, 의료기 판매원으로 큰 아들을 대학 1년생, 둘째 아들은 중 3년으로 선하게 자녀를 키워 생계를 유지해 왔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남자가 계속 폭력을 휘둘러서 집을 나가 친정으로 피신할 정도였습니다.
▲사건 당일이 남편 생일날
- 이 여인과 남편은 법률상 이혼한 사이였다고 하는데 어떻게 함께 동거하고 살았나요?
- 글쎄 말입니다. 남자 쪽에서 이혼하자고 하여 7, 8년 전에 이혼하여 다른 여인과 살았던 경력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계속 집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은 자신의 아들이 둘이나 되니, 그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건이 나던 날은 그 남편의 생일날이었습니다.
시장에 가서 고기등, 생일 케익을 사놓고 저녁시간에 집에 들어 와서 생일 밥을 먹으라고 전화까지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새벽 2시경 술을 마시고 들어와 기물을 부수고, 아들을 때렸습니다. 큰 아들이 목을 다쳐 기브스를 하고 집에 있는데, 새벽 6시에 다시 나갔다가 들어 온 남편이 아들 친구에게까지 의자를 들고 폭력을 썼던 것입니다. 이에 여인은 아들이 기브스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아들만은 이 폭력에서 해방시켜야겠다고 생각해 아들 보호를 위해 숨겨 놓은 칼을 서랍에서 꺼내어 지쳐 누워 자고 있는 남편을 4곳이나 찔렀던 것입니다.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그런 우발적인 살인을 한 것이지요.
- 사람을 죽인 살인범이 아닙니까? 그런데 그렇게 관대한 판결을 내린 이유가 있을까요?
- 재판을 하는 달이 5월 가정의 달이고, 또 ‘여성의 전화’라는 시민 단체 회원들이 탄원서를 내고, 또 방청석을 매운 상태였고 변호사의 반대 심문 순간순간에도 방청석 여기저기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리는 재판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재판은 법에 의해 상황은 참작되나, 공정해야 되는 것입니다. 피고는 그 당시 협심증을 앓고 있는 가운데 재판 중에서도 심장 발작을 일으켜 재판이 중단되는 일까지 있었지요. 특히 남자 쪽, 시가 쪽에서 선처를 해 달라는 탄원서도 있었으며 피고 변호사는 정당방위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피고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에 초점을 맞춰 피고 입장이 한 번 되어보았습니다. ‘그 때 당시는 남편을 죽여서라도 아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욕망이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이쪽 저쪽 보기 싫어 그냥 자살해서 죽어 버리는 극단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해서 심리를 하는 동안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지혜를 달라고...... 그래서 내린 결론이 이 여인은 가정폭력의 최대의 희생자인 동시에 남편을 죽인 가해자라는 점입니다. 이미, 이 사건으로 죄책감을 느낀 친정 어머니가 하루 동안 통곡을 하다가 그 뒷날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친정어머니는 통곡 끝에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 왜 죄책감을 느꼈나요?
- 그것은 친정어머니가 한 때 포장마차를 하고 있는데 피고가 어릴 때 어머니를 거들어 준 적이 있는데, 남편이 된 남자가 이 여자를 보고 자기가 경영하는 당구장에 취직을 시켜 준 인연이 된 것이고, 어머니는 그냥 허락을 해 준 죄책감이지요.
▲피고의 최후 진술은 “살고 싶은 생각없어”
- 그러면 이 여인이 피고로서 최후진술이 궁금합니다. 무엇이라고 하던가요?
- 예, 피고는 남편도, 어머니도 죽인 심정으로 어찌 하늘 아래서 살아 갈 수 있겠습니까? 그냥 무거운 처벌을 요청했습니다.
- 선고하는 날 방청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 물론, 여성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박수가 터져 나와 법정이 다소 소란스러워졌습니다. 그러나 그 여인이 죄를 회개할 만큼 아들을 위해 열심히 살라고 살인자를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역대 재판사상 유례가 없는 이례적인 판결을 내렸습니다.
- 이 판결은 마치 솔로몬이 두 어머니와 한 아들을 놓고 명 심판을 한 느낌이 듭니다. 매우 환영할 만한 판결입니다. 이것은 김 신 판사님이 “교회 장로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역사하신 과정으로 느껴집니다. 사실 영향이 있었습니까?”
- 없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늘 어려울 때도 기도할 수밖에 없지요.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앞에 죄인이고 또 우리의 죄를 위해 대속하신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이 오늘 우리로 하여금 살아가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소망 가운데 그 여인도 속죄하는 심정으로 꿋꿋이 잘 살아야지요.
- 이외의 살인 죄 재판을 많이 해 봤습니까?
- 지금도 많습니다. 무기 징역으로 최고 형량을 한 적도 있습니다.
- 앞으로 이런 유의 ‘가정폭력’ 사건을 줄이는 제도적 법률적 장치가 없을까요?
- 지금 국회에서 ‘접근금지’ 법안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실효성이 없고, 아예 경찰이 현장에 가서 당사자를 접근금지 시키는 권한을 주는 형사상 법률 안을 입법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조기에 수습이 안되기 때문에 이런 규제도 필요합니다. 정말 우리 사회 주변에 이런 가정폭력 사건이 엄청나게 많이 발생합니다. 사회 전반적인 위험수위에 달한 가정폭력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가 담겨 있는 복음으로 전도하는 길 밖에 없는 줄 생각됩니다. 우리 모두가 많이들 전도해야지요.
- 바쁜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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