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에서 난민구호를 위해 세계를 누비는 월드비전 한비야

지구 세바퀴 반을 지나 이제는 난민들을 위한 천사로
이해찬 총리와 함께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여행하고, 오지여행전문가로 유명한 바람의 딸 한비야.
40 대 중반에 구호전문가로 변신한 그는 이제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으로 이라크를 비롯, 전쟁과 기아, 질병등으로 구호의 손길이 필요한 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바람의 딸 한비야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더 넓은 세상을 무대로 살라고 하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며 자란 한비야는 어디를 가나 세계지도를 떡하니 방한켠에 걸어놓는다.
세계를 품었던 한비야는 버슨마스텔라란 외국계 홍보회사에서 잘 나가던 캐리어우먼이었지만 ‘여행할 만큼 돈이 모였다‘는 이유로 35세에 사표를 내고 오지로 훌쩍 떠났다. 다들 미쳤다고 했다. 그리고 7년 후 불혹이 넘은 나이에 돌아와 지구 세바퀴 반을 걸어다닌 여행기를 책으로 써서 ‘오지 여행가‘ ‘바람의 딸‘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가 필집한 6권의 책은 60만부가 팔렸으며 곳곳에서 강연요청과 겸임교수 제안, 여행사 간부직등의 제의가 쏟아지는 유명인이 됐다.
하지만 그녀는 오지를 여행하면서 난민을 돕기로 결심하고 모든 제의를 거절했다.

월드비전 구호팀장으로...
영어와 일어,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그녀는 더 많은 난민을 돕기 위해 또다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간 중국에서 언어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현재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의 구호팀장으로 세계 곳곳에서 사고가 나면 48시간 안에 곧바로 달려간다.
이런 열정적인 삶의 주인공인 한비야씨는 이 모든 일이 자신이 신나서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긴급구호 활동을 한 지 4년째예요. 그 활동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우리가 보는 세상은 늘 싸우거나 먹거나 먹히는 세상이지만 사실은 사랑하며 살아야 할 세상이거든요. 전 세계인을 충분히 먹일 만한 식량이 있어도 현재 인류의 30%가 기아에 시달려요. 서서히 굶어죽어가는 것처럼 슬프고 잔인한 일이 있을까요. 이젠 인터넷 등으로 온세상이 연결되어 ‘지구촌‘이 아니라 ‘지구집‘이란 말이 더 어울려요. 옆방에선 굶어죽고 싸우고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는데 안방에서 혼자 배불리 먹는다고 행복할까요. 일단 싸움이라도 말리고 밥이라도 먹여야죠. 우리는 세계화-국제화를 부르짖으며 세상의 좋은 것은 다 얻어쓰면서 왜 세상을 위한 책임과 의무는 안 하려 드는 걸까요.
지금 쓰나미가 휩쓴 인도네시아 등은 전염병이 심각해도 남의 나라 일로만 여기는데 전염병이 어디 비자 받아 신고하고 우리나라에 오나요? 또 구호품 몇개 주었다고 그 상처가 다 아물었을까요. ‘우리‘의 범위를 확대해서 살아야 해요. 우리가족, 우리집, 우리나라가 아니라 우리지구로 생각해야죠. 사람들에게 세상은 경쟁이나 학습의 대상이 아니라 어울려 살아야 할 친구이자 이웃이란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녀는 이런 치열한 삶 가운데서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 그리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그들의 삶도 함께 행복해 질 것을 바란다.

간이 상하고, 안면근육이 마비되기도....
말라리아 예방약을 너무 먹어 간이 상하고 이라크에 다녀와서는 스트레스 때문에 안면근육이 마비되기도 했다. 등뒤에서 총알이 쏟아지기도 하고 살아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시체를 봐야 한다. 또 늘 다치고 병들고 굶주린 사람을 만나 그들의 아픔을 온몸과 마음으로 공감해야 하니 매일 눈물 마를 날이 없다.
오지를 다니다 보니, 좋은 옷과 좋은 집은 기대도 하지 못한다. 그저 자신의 몸을 누일 공간만 있으면 된다. 이런 고난을 다 참고 견뎌내는 것은 그 어떤 부유함을 바래서도 아니고, 그 어떤 명예를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내미는 손에, 자신이 건내는 빵 한조각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은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전 그저 심부름만 하는 전달자일 뿐인데도 다 수고했다고 칭찬해주고 부러워하는 이들도 많잖아요. 또 저는 키도 작고 미인도 아니고 명문대 출신도 아니지만 마음먹은 것은 꼭 해내니까 다른 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겠다‘란 희망을 주나봐요. 저는 축복 받은 삶을 살고 있어요.아무리 훌륭한 일이라도 제가 행복하지 않으면 고통인데 전 진짜 신나서 하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그녀라지만 오지에서 생활하는 것이 왜 고달프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축복으로 여기며 앞으로 10년은 더 긴급구호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열정적인 삶으로 전 세계를 누비다
그녀는 80세까지의 모든 스케줄이 이미 짜여져 있다. 60세 정도까지는 현장에서 일하고 그 다음은 대륙별-연령별로 사람들을 모아 교육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세계를 움직이고 사랑을 나누는 일을 시키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한국을 찾는 외국관광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생각이다.
또한 그녀는 시간이 나면 아직 정복하지 못한 국내외 산을 등정하는 것도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라고 말한다.
한 순간도 그냥 흘려보내지 못할 것 같은 그녀의 삶은 노년에도 그리 여유로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한가로움 대신 열정적인 삶으로 그녀의 인생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에게는 더 할 수 없는 행복이라고 말한다.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든지 달려가는 한비야 팀장은 오늘도 지구 어느 한켠에서 또 한순간의 시간을 깨끗한 물 한병과 빵 한조각을 건내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손진화 기자

200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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