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모로 13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76세의 노모, 서부교회 최현숙 집사

36년 동안 부모들에게 외면당한 아이들 키워, 17만원 월세집에 사는 행복한 부자
부산 대신동에서 대식구의 살림을 꾸리고 있는 최현숙 집사
“누구나 어려운 시절이 한번 있다지만, 육남매에 조카 둘까지 맡아 한 대서 잠을 자야했던 그 시절, 어느 한 곳 의지하고 기댈 곳이 없었던 가족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셨습니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절 그렇게 하나님은 저를 붙들어주셨습니다”
15식구가 북적이며 살고 있는 이층집. 이 가족의 하루는 언제나 최현숙집사의 조용한 기도로 시작된다.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새벽을 깨우고 교회에 다녀와 아침잠이 많은 아이들을 연신 부르며 깨워대는 사람은 76세의 노모 최현숙 집사다. 할머니라기 보다는 어머니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바로 그녀이다.
“그동안 나이 이상의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건강을 주시고 아이들을 맡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최현숙 집사는 칠십여섯이라는 나이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그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 것일까? 최 집사는 1, 2층을 오가며, 청소에 빨래, 아이들 뒤치닥거리까지 모두 맡아 할 정도로 건강했다.

36년 전 어느 가정 못지않게 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남편의 계속된 사업실패와 부도로 남은 것은 빚더미와 육남매, 조카 둘이었다.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던 남편은 교도소 신세를 지게 됐고,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은 최현숙 집사였다.
집에 빨간딱지가 모두 붙고 집을 앞에 두고도 들어가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할 수 없이 집 옆에 천막을 치고 비바람을 겨우 피해야했다. 결국 아이들과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뿔뿔이 헤어질 결심을 했다.
햇살 따뜻한 3월이었지만 최 집사의 마음은 그 따뜻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결심을 하고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영도다리를 둘러보고 집으로 오는 길, 봄을 맞아 대청소를 하는지 교회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왠지 한번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교회를 둘러보고 막 나오려는데 전도사님이 나와 이름이라도 적고 가라고 권했다. 최 집사는 그 말 한마디도 고맙게 느껴져 식구대로 이름을 다 써놓고, 다시 차가운 천막으로 돌아왔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함뿐이었다. 그런데 교회에서 심방을 오신 것이다. 그렇게 최 집사는 나이 마흔에 신앙을 가지게 됐다. 그저 눈물로 매달렸다. 하나님 앞에 그것 밖에는 할 것이 없었다.
역시 하나님은 최 집사를 보듬어 주셨다. 교회에서는 쌀을 팔아 당장 먹을 끼니를 대어주고, 딱한 사정을 안 한 빚쟁이가 오히려 월세 5천원의 집을 얻어주며, 아이들이 있으니 커서 갚으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이렇게 감사할 때가 없었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의 일자리를 알아봐 주고, 집 앞에 먹을 것을 놓고 가는등 그때의 고마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살림을 겨우 꾸려갈 수 있었다. 아이들도 야간이지만 다시 학교를 나가게 되었고, 온 식구가 신앙생활과 교회 봉사에 열심이었다. 최 집사는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며, 토요일이면 아이들 심방을 다녔다. 그러면서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부모의 손길이 닿지 않아 거의 버려지다시피한 아이들이 많았다. 최 집사는 보다못해 그런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36년 전 시작한 것이 지금의 대가족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미 최 집사의 집을 거쳐간 아이들과 자녀를 모두 합한다면 최 집사의 가족은 50여명에 이른다.
정부의 지원이나 어떤 단체의 도움이 있어 가족을 이끄는 것이 아니다. 17만원의 월세를 내는 집에 살며,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고 최 집사는 말한다. 최 집사의 자녀들이 주는 생활비와 교회에서 나오는 생활비로 한달 생활을 꾸려나가는 빠듯한 생활이지만 최 집사는 이 일을 죽을 때까지 맡겨주신 직분이라고 고백한다.
이런 최 집사의 마음을 알고 있는 자녀들도 이 마음을 이어갈 계획이다. 첫째딸과 둘째딸은 최 집사가 키우던 갓난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으며, 둘째딸은 자격증을 따 복지원을 차릴 생각이다. 나중에 최 집사가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게 되면 그 일을 물려받을 생각인 것이다.
최 집사와 같은 어머니 밑에서 이런 자녀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저는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 아이들이 다 제 재산이니 부자라고 할 만 하지요. 그리고 하나님이 우리 식구들을 다 먹여 살리시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최현숙 집사의 고백은 듣는 사람의 마음이 부끄러워질만큼이었다. 대식구의 어머니로, 하나님의 딸로 그렇게 순종하며, 봉사하는 최 집사의 모습은 어떤 여인의 모습보다 아름다웠다.
손진화기자

200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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