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에서 배포 중인 <한국교회를 위한 자살예방 가이드북> |
- OECD 평균 자살률 보다 2배 높은 한국, 주원인은 생활고
- 교회, 자살 유가족을 위로하고 배려하는 장례예식 진행
그야말로 ‘자살’이 만연한 시대가 오고 말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자살 소식에 국민들은 참담해 하고 있다.
얼마 전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동반 자살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미안하다는 유서와 집세, 공과금 70만원을 두고 자살했다. 얼마 후 생활고에 지친 부부가 자살하고, 경기도 광주에서는 중증장애를 앓던 딸의 양육문제로 가족이 동반자살 했다. 마치 동반자살이 유행이라도 된 것처럼 확산됐다.
그리고 지난 5일 SBS ‘짝’ 여성 출연자가 촬영 중 합숙소 화장실에서 자살했고, 8일 노동당 박은지 부대표가 자택에서 자살했으며, 9일 배우 우봉식이 생활고로 자살했다. 매일 들려오는 소식이 ‘자살’이다.
•자살 20년새 3배 증가, 생활고 때문
지난 6일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12년 인구 10만명당 자살은 28.1명으로 20년 전인 1992년 8.3명에 비해 3배가 넘는 수치다. 자살 사망률은 1992년 8.3명,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 18.4명으로 크게 증가했고, 2002년 17.9명, 2007년 24.8명, 2011년 31.7명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후 2012년 28.1명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2년 자살 평균은 12.5명이지만, 한국은 29.1명으로 2배가 넘는 수치로 1위를 지속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5천명인데,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1만5천명이다.
경찰청에서 자살 원인을 분석한 결과 5건 가운데 1건이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발표했다. 그 외 정신적 문제와 육체적 질병이 많았다. 통계청이 2012년 15세 인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9.5%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세대별 자살 특성 분석’(송태민 연구위원, 진달래 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 출생)의 사망구성비는 악성신생물(암)이 1위, 자살이 2위다. 그리고 베이비부머의 자녀인 에코 세대(1979년~1992년 출생)는 자살이 1위, 운수사고가 2위다. 특히 유명 연예인의 자살 직후 1개월간 자살자 수가 베이붐 세대는 1.33배, 에코 세대는 1.78배로 나타나 에코 세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에코 세대의 모방 자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자살 보도에 대한 자율규제가 강화돼야 하며, 베이붐 세대의 자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위기에 놓인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정부차원의 사회 안전망 확충 및 기업차원의 정년 연장과 해고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자살에 대한 국가적 책무와 예방정책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자살예방법’과 더불어 수립된 ‘자살예방대책 5개년 기본계획’ 상의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및 평가 실시 △모방자살(베르테르효과)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디어 자살 보도에 대한 자율 규제 강화 △자살예방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살을 예방하고, 자살위험자의 지원 및 정신건강 증진을 촉진하며, 모방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자살예방법의 포괄적인 법 시행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조직의 운영 필요 △2020년 이후 베이붐 세대는 65세에 진입, 에코세대는 30대 전후로 진입하여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자살 예방 대책 마련 △오프라인 조사 자료나 온라인 채널에서 생산·저장된 빅 데이터를 이용하여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자살요인 분석을 통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살과 장례문제, 교회는?
교통사고보다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이 3배다. 이런 시대에 살아가는 한국교회는 자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생명을 살려야 하는 ‘교회’가 자살에 무관심할 수 없다.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이사장 이문희)는 ‘한국교회를 위한 자살예방 가이드북’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원 목회사회학)는 “교회에서는 흔히 믿음이 있으면, 구원의 확신이 있으면 자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적 조사를 해 본 바에 의하면 기독교인 역시 이 자살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실적으로 웬만한 교회들은 다 교회에서 자살한 사람이 나타나서 그들의 장례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자살한 사람은 지옥에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의 장례 역시 교회에서 거부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서 자살로 가까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가장 큰 위로를 받아야 할 때에 교회에서 상처를 받고, 그 공동체를 떠나가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정확히 말해 자살하면 ‘반드시’ 지옥에 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자살은 큰 죄이다. 그러나 그 죄로 인해서 그가 지옥에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판달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인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이 판단하실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은 분명 죽겠다는 이유를 찾고 있지만, 한편 살아야하는 이유가 하나라도 있다면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에서 행해지는 목회자의 설교가 생명의 끈이 될 수 있고, 서로를 보듬는 소그룹의 활동이 죽음에서 삶으로 인도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자살이 만연된 한국사회에서 교회가 생명의 파수꾼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자살예방 가이드북에는 자살에 관한 설교지침, 자살자를 위한 장례예식, 자살예방을 위한 참고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자살에 관한 설교지침을 살펴보면 △자살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유가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자살의 방법이나 장소, 자살의 경위는 상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유명인의 자살을 미화하거나 영웅시하지 않는다 △자살을 고통해결의 방법으로 설명해서는 안된다 △흥미중심이나 흥미로운 예화로 사용하지 않는다.
자살자를 위한 장례예식에서 박종환 교수(실천신대원 예배학)는 “생을 마감하는 방법이 자살일 경우에 이에 반응하는 교회는 늘 불편하고 애매한 입장을 취해왔다”면서 “자살자 유가족들에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더불어 죄의식과 수치심을 그들의 삶에 깊이 각인시키게 되었다”고 말했다. 가이드북에서는 유가족들을 위한 의례의 개발이라는 차원에서 장례 예식모범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자살자의 장례식의 경우 복잡한 사고조사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사고의 충격으로 인해 유가족의 아픔이 더욱 크며, 당황스럽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교회는 어려움을 당한 유가족들을 충분히 위로하며, 더욱 큰 관심과 사랑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한다. 예배의 경우에는 가족들이 부탁하기가 어려운 만큼 교회에서 먼저 유가족들의 상황을 배려해 예배를 진행하도록 하며, 장례설교와 기도를 통해 조심스럽게 유가족을 위로하고 지혜롭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살자의 대부분은 화장을 하기에, 화장예식도 간단하게 진행하며, 추도일을 교회적으로 기억해 위로하는 것도 유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외 자세한 내용은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lifehope.or.kr)에서 볼 수 있다.
오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