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에 도입된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논란

정부,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 (소득의 80%는 필요경비로 인정)
▲정부가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 인포그래픽스(출처 : 기획재정부)
정부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지난 8일, 201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2015년부터 종교인의 소득을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1968년 처음 거론된 종교인 과세는 이후 종교계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었다. 그간 종교행위로 얻어지는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니라 ‘사례비’로 보는 관점으로 종교인들은 반대를 해왔다. 그러나 작년 당시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의 발언으로 종교인 과세는 다시 교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최근 들어 과세의 사각지대에 있는 종교인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면서 종교인들 사이에서도 세금을 내야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종교인들에게도 세금을 부과를 시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약 14만 여명의 개신교 목회자들이 과세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교계의 뜨거운 감자인 목회자 납세에 대한 문제는 해결된 것일까?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기재부, 종교인 과세 포함 세제개편안 발표
기재부가 발표한 2013년 세재개편안의 종교인 과세는 종교인의 소득(사례비)를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기로 하고 1년간의 유예기간동안 세율 조정을 거쳐 2015년부터 시작한다. 현재 자발적으로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는 목회자들도 2015년부터는 기타소득으로 납부하게 된다.
기타소득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이자 및 배당소득 이외에 원고료나 인세, 강연료, 사례금 등 일시적이거나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을 말한다. 기타소득의 과세표준은 기타소득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과세 대상에서 뺀 나머지 20%에 대해 세율(20%)을 적용, 원천징수한다. 결국 별도로 부과되는 주민세(2%)와 함께 소득의 크기와 상관없이 4.4%만 세금으로 내게 된다. 개편안은 교회 등 종교인 소득 원천징수의무자가 1년에 2번만 세금을 내도록 반기납부특례를 허용하고, 종교인은 선택적으로 종합소득을 신고해 연말정산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세무 전문가들은 연소득(사례비) 4천만 원 미만이면 실제 과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연소득 3000만 원인 A목사가 있다고 가정하면, 과세표준(20%)은 600만 원이고 원천징수세액(20%세율 적용)은 120만 원(주민세 2% 미적용)이다. A목사는 그해 두 번 나눠서 세금을 모두 납부, 이듬해 5월 종합소득을 신고 후 공제를 받아 120만 원을 환급받았다. 전년도 납부한 금액을 그대로 되돌려 받아 실제 세부담액이 0원이다.
세무사 출신 예장 통합총회 세정대책위원장 김진호 장로는 “연소득 4000만~5000만 원 정도의 사례비를 받는 수준이라도 실제 세 부담은 없거나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논란의 시작은 기타소득, 조세형평의 원칙?
문제는 종교인의 사례비를 기타소득으로 분류했다는 점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는 것이 종교인에 대한 과세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전제로 조세형평성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교인의 사례비를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것은 조세형평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을 구분 짓는 기준은 직업의 종류가 아니라 고용관계 여부와 지속적인지 일시적인지 등의 근로형태이다. 때문에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기타소득으로 세금을 내는 것은 조세형평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소득의 크기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4.4%의 세금을 기타소득세로 과세하면 고소득 종교인과 저소득 종교인 간 역진성이 커지고 근로소득세와의 격차가 발생한다. 개신교 목회자들 80%는 미자립 교회에서 활동하는 근로소득상 면세점 이하의 저소득 계층이다.
게다가 저소득 근로자는 근로장려세나 자녀 1인당 최대 50만 원 까지 지급되는 자녀장려세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종교인은 기타 과세자로 분류돼 소득수준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이런 혜택에서 제외된다. 저소득 종교인의 경우 납세는 하고 근로장려세제 등 혜택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형평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경영연구원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이 참여하고 있는 기독시민단체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종교인의 주된 사역은 신도(교인)들을 돌보고 교리(성경)를 가르치고, 공동체(교회)를 가꾸는 것으로 이에 대한 규칙적인 소득금액을 기타소득이라 할 수 없고, 근로를 천시하고 종교적 역할을 신성시하는 사제적 인식이 투영된 편법적 발상으로 이번 개정안이 본질적 문제해결을 회피한 임시적 처방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낮은 기타소득세율로 과세형평성제고, 세입기반 확충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하고 종교인에게 납세 의무를 다했다는 면죄부를, 타직종 근로자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과세 대상 종교인을 ‘제사 및 종교의식을 집전하는 자’로 정의를 내릴 계획이지만 종교인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가 없고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해 구체적인 적용을 놓고 혼란이 예상된다.

•찬성 VS 반대, 교계의 입장
정부의 종교인 과세 방침에 대한 발표 후 교계는 환영하며 납세의 의무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데 대해 정부가 종교인 소득의 속성 파악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회피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는 정부의 발표 후 ‘미흡하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성직자가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국가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교회협 한국교회발전연구원 황필규 목사는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서는 종교인 과세는 필요하다”면서 궁극적으로는 기타소득보다 ‘종교인세’를 만드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연합의 관계자는 “환영의 입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대할 명분도 없다”고 밝히며 기타소득세로 과세키로 한 것은 고무적으로 “미비한 부분은 정부와 교회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예장 통합, 예장 합동 총회 등은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이하 한장총)은 종교인 과세에 대해 ‘수용 불가’의 입장을 밝혀 처음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장총은 지난 19일(월) 제5회 장로교의 날 평가회 및 정책간담회에서 종교인 과세의 문제점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종언 목사는 “종교인의 소득은 근로소득도 아니고 사업소득도 아니다”면서 정부가 발표한 기타소득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종교인 비과세는 정부 수립 후 정교분리 원칙에 입각한 관습법”이며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종교인들의 소득을 걷겠다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위배”라고 주장한 박 목사는 개신교 14만여 교역자 중 약 8만여 명이 근로장려금 수급 대상자로, 종교인들에게 기타소득세를 받겠다는 것이 ‘배려’차원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종교가 세속 권력에 예속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장총은 회원교단의 의견을 수렴, 정부에 종교인 과세불가에 대해 정식 건의하겠다는 입장으로, 다음 달에 열리는 회원교단의 총회에 이같은 내용을 전달하고 종교인 과세 반대운동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기타소득 과세방향의 타당성 여부를 고민하기 이전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사회적 공공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통탄하면서 정부가 발표한 개정안은 과세형평성 제고도 달성하지 못하고 근로의 신성함도 훼손시킨 개악(改惡)적 개정안이라고 밝혔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최호윤 실행위원장은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은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취지인데, 종교인이란 이유로 특혜가 주어진다면 교회가 세상으로 다가가는 장애물은 여전히 남아있게 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상징적 과세
정부는 종교인 과세에 따른 세수 증대 규모를 100억 원에서 크게는 1000억 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과세 규모가 크지 않아 ‘상징적 과세’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평가로 명목상의 세금으로 정부의 세법개정안의 성과는 종교인들을 과세 대상으로 끌어 온 것이라는 여론이다.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반대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국민적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종교계 의견을 듣겠다고 한 시한은 다음 달 18일까지로 교계가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장총은 이달 말 세무전문가 및 목회자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으며, 교회협도 다음 달 초 회계 및 세법 전문가와 시민들을 초청한 공청회를 준비 중이다.
기독교 공공정책협의회 사무총장 김철영 목사는 현 상황이 당초 정부와 교계가 정책에 대한 여론수렴과 토론이 부족했다는 증거라면서 “입법예고 기간 중에 정부와 교계간의 심도 있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회자 납세는 이제 시대의 흐름이자 사회적 요구다. 한국교회 안에서도 목회자 과세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 것으로 보인다. 목회자들은 정부의 과세 방침에 적극 협력하고, 정부는 교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교계가 표명하는 입장을 수용해야 종교인 과세가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혜진 기자

201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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