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대한민국 첫 국회모임에서 이승만(초대대통령)박사가 임시의장으로 선출되고 단상에 올라 꺼낸 말은 “대한민국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기도드리자”는 것이었다. 이렇듯 초대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박사를 포함해,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장로’의 직분을 가진 대표적인 기독정치인이다.
대통령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기독교인 정치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타 종교에 비해 기독정치인의 수가 많다보니 여기저기서 정치인들의 종교와 관련된 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불교계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부터 종교편향을 지적하며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다.
△기독정치인들의 현황
지난 제18대 국회의원 299명 중 기독교 신자는 120명으로 전체인원의 약 41%에 해당한다. 한나라당 78명, 민주당 35명, 자유선진당 2명, 친박연대 3명, 민주노동당 1명, 창조한국당 1명으로 전체 이름까지 공개가 됐다. 또한 청와대 수석 8명 중 이종찬 민정수석을 포함해 4명이 기독교인으로 50%를 차지하고 있고 비서관 41명 중 기독교인은 16명, 39%이다. 논란이 더욱 불거지게 된 것은 행정부 각 부처 장관 16명 중 10명이 기독교인으로 63%의 비율을 보인 부분이다.
이번 19대 국회의원에서도 그 비율은 비슷하다.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 기독교인이 11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표1 참조)
이 비율은 약 38%로 지난 18대보다 3% 낮아졌으나 불교인 국회의원이 41명으로 약 13%인 것에 비해 3배에 가깝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와 내각에 진출한 인사들 중 종교가 파악된 17명 중 기독교가 12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기독정치인들의 수는 비단 불교계 뿐 아니라 안티기독교인들에게도 자주 회자되는 문제다. 전체인구 중 기독교가 차지하는 비율에 비해 유독 정치계에서 기독교인의 수가 많은 것을 들어 종교편향을 지적하며 공직사회에 형성된 종교적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역대 기독교인 대통령
이승만 초대대통령은 국내 최초의 감리교회인 정동제일교회 장로로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해 이어나가기도 했다.
4대 대통령인 윤보선 전 대통령 역시 기독교인으로 교회를 다녔고, 특히 영부인이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권사 직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후, 14대 김영삼 전 대통령은 충현교회 장로로, 많은 간증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17대 대통령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소망교회 장로로 서울시장을 역임하던 시절부터 독실한 기독교인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0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기독교로 개종한 것이 알려지며, 대통령 시절에는 기독교인이 아니었으나 현재까지 대통령을 지낸 기독교인에는 포함되어 그 수가 더 늘어나게 됐다.
이렇듯 박근혜 대통령까지 총 11명의 대통령 중 4명의 대통령이 재임시절 기독교인이었다.(표2 참조)
△불교계에서 주장하는 인사 종교편향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불교계에서 정부의 종교편향성을 지적하며 든 가장 큰 사례는 바로 인사문제였다. 일명 ‘고소영’이라고 불린 편중 인사를 말한다. 이는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권 출신이 이명박 정부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기독교인 중심의 인사가 이뤄졌다고 비난한 것이다.
이후 18대 대통령으로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후 또다시 총리, 장관 등의 종교를 분석하며 종교편향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파악된 박근혜 정부의 인선을 살펴보면, 정홍원 국무총리(분당할렐루야교회), 김장수 국가안보실장(마포신덕성결교회), 박흥렬 경호실장(국군중앙교회), 이정현 정무수석(상도중앙교회), 허태열 비서실장(사랑의교회),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사랑의교회)을 포함해 출석교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남기 홍보수석, 최성재 고용복지수석,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이 기독교인이다. 장관 중에서는 진영 보건복지부, 서승환 국토교통부, 황교안 법무부가 기독교인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야간 신학교를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한 독실한 크리스찬이다.
그러나 불교계에서 주장하는 종교편향 인사가 무종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기독교인을 중용하기 보다는 일반적으로 박 대통령이 선호하는 인사들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불교계에서 주장하는 명칭 종교편향
최근 박근혜 정부가 새롭게 만든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 불교계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기독교의 창조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공식부서 명칭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오며 명칭 폐기를 주장했다.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 가운데 유일한 과학자이자 교육과학분과 위원인 장순흥 카이스트 교수가 근본주의 기독교 성향 연구모임인 창조과학회에서 활동해온 이력이 확인돼,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소장 법응)는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명칭을 사용한다면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견해인 창조과학을 직·간접적으로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홍보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해, 불교계는 언론을 통해 유감을 표했다. 동국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우리나라 사람이 진화론을 신봉하지 않는 비율이 높다는 통계를 봤는데 개신교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종교가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행정을 실시해야 하는 기관 이름을 기독교 교리와 혼돈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부적절하다”며 “개신교 공세가 더 심해질 것 같다”며 걱정했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정책과 정보통신기술(ICT)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특정 종교성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설명했으나 한동안 이 논란은 계속됐다.
△선거철마다 종교편향 주장하는 불교계
강인철 한신대학교 교수(종교문화학과)는 ‘종교정치의 새로운 쟁점들’이라는 책에서 불교계의 정부보조금 의존성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했다. 그는 “공직자들의 종교 편향을 조장하고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했다”며 기독교를 공격하는 불교계(표3 참조)가 정부보조금으로 연간 수 백 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인철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불교계가 선거철마다 거듭되는 종교편향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보조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 불교정책 제안 사업 계획서를 통해 약 5600억 원의 국고 지원을 요청 하기도 했던 불교계는 지난 4월, 최근 3년간 예산지원 분석을 통해 정부의 불교 편향적 예산 집행이라는 명제는 사실이 아니라며 정부지원금이 개신교가 더 많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2008년 종교편향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던 불교계는 매번 새 국회의원,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종교편향을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인재육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공직자들의 수를 따지면서 종교편향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결과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기독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바
많은 수의 국회의원들이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도 국회에서 부끄러운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기독정치인들의 신앙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현실 정치는 신앙에 따라 감당하기에는 전혀 다른 환경이기 때문에 기독정치인들에게 더욱 큰 의무와 부담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100명이 넘는 기독교인 국회의원이 있지만 그 영향력은 실로 미미하다. 이는 기독정치인들이 ‘기독교’라는 종교를 하나의 명함으로 내세울 뿐, 진정한 기독교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사명을 다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불교계의 종교편향 주장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계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관점을 보여야 하며, 민족과 조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정치인으로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또한 본질적으로 기독교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기독정치인인지, 아니면 무늬만 기독정치인인지를 잘 분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두둔하며 지지하는 미성숙한 모습은 벗어버려야 할 것이다.
최 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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