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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습을 단행했던 (왼쪽부터) 충현교회, 금란교회, 광림교회 전경 |
-‘세습 금지법’은 신뢰 회복의 신호탄
-교회 지도자들의 자정 노력과 회개 필요
최근 공중파 방송과 대형 일간지들이 교계에 관련된 긍정적 보도로 관심을 끌었다. 기독교에 비판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SBS방송과 경향신문, 한겨레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 9월 25일 감리교 임시 입법 회의에서 통과된 ‘목회자 세습 금지법‘에 대한 대중언론들의 반응들이다. 교계내에서도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교회개혁실천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CCK) 등이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환영을 표명했다.
하지만 주요방송과 주요일간지 보도를 살펴보면 그동안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어느 수준이었는지 알 수 있어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경향신문의 경우 “감리교의 세습방지법은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을 생각할 때, 자발적으로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신뢰를 얻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다른 교단들도 함께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하는 기윤실의 논평을 인용했다. 조선일보도 “한국교회 신뢰회복 신호탄....“이라는 보도를 했고, 교계내에서는 CBS가 “사회로부터 신뢰성을 회복하고 세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한국기독교 역사상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교수)가 조선일보 시론에서 “그동안 몇몇 대형 교회에서 일어났던 교회 세습은 한국 교회의 위상을 떨어뜨린 대표적인 폐습“이라고 주장하면서 “기독교대한감리회가 교단법인 장정(章程)을 개정하여 목회자 교회 세습을 제도적으로 막기로 했다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 연거푸 일어났던 기독교계에서 오랜만에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환영했다. 이처럼 각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는 ‘신뢰‘, ‘불신‘ 등 현 한국교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단어들로 채워져 있어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도록 만들고 있다.
•세상 사람들 눈에 비친 ‘한국교회‘
일부에서는 ‘세습‘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세습‘은 교계가 스스로 만들어 사회적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세습‘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기총은 ‘세습‘이라는 잘못된 용어를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습‘의 사전적 의미는 한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 직업 따위를 자손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음을 의미하지만 교회의 후임 담임목사 청빙하는데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교회의 후임자는 그가 비록 직계 자손이라고 할지라도 부모의 재산이나 신분 등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고,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에 한 개인의 것이 아닌 교회 공동체 모두의 것이기에 재산과 신분을 물려받는 ‘세습’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세습‘이라는 단어가 회자되는 이유를 2006년 6월 기윤실에서 ‘담임 목사직 세습‘ 이라는 용어를 언론에 유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교계내에서도 ‘세습‘이라는 표현에 대해 문제제기가 계속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시대 사람들에게 ‘세습‘이라는 단어는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권력을 물려준다는 것과 재벌그룹이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이미지를 떠 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교계 내부에서는 세습은 신분, 권력, 재산같은 것을 물려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목회자의 자리는 왕같은 권력의 자리나, 많은 재산을 물려받는 자리가 아니고, 오히려 낮은자의 자리, 섬김의 자리이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성도들의 생각과 달리 세상 사람들의 비친 눈에는 ‘목회자‘의 자리가 ‘낮은자의 자리‘, ‘섬김의 자리‘로만 비춰지지 않는 것 같다. 익명을 요구한 모 목회자는 “목회자들이 말씀대로 살았다면 이렇게까지 불신감이 팽배했겠느냐. 성스러운 종교의 이미지 보다 세상속에서 성공하는 기업의 모습이 더 비춰진 것 같다“며 “모든게 말씀대로 살지 못한 교계지도자들의 모습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기총이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세습‘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하였지만 이 또한 공감대를 얻기 힘든 것은 최근 전 대표회장의 교회가 목회세습을 단행했고, 현 대표회장도 미래 세습을 할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인 모습 때문에 세상 사람들에 대한 교계의 불신감은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스스로 자정노력 필요
최근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는 교회세습과 관련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9월 20일 방송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세습이 성행하는 한국교회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많은 목사가 북한과 재벌 세습은 비판하면서도 교회 세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세습이 정당화되면, 교회에서는 누구도 북한과 재벌 세습을 비판할 수 없기에 교회세습을 더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회세습이 교회 이미지를 깎아내린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하면서 “한국교회가 교세가 줄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세습“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김 목사는 “말로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세습을 방지할 수 있는 법을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며 교단법 제정에 힘쓸 뜻을 밝혔다.
감리교단의 ‘세습 금지법‘ 통과에 힘입어 앞으로 각 교단의 또 다른 모습의 세습방지법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한국교회의 위상은 추락해 있지만, 우리 스스로의 회개와 자정노력을 통해 과거 세상의 빛이 되었던 한국교회의 모습을 꿈꿔 본다.
신상준 부장
❇교회세습과 관련된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의 조선일보 시론
교회 세습 금지, 교회 개혁 실마리 삼자
-돈·명성·권력 등 욕망 억제하는게 고등종교 역할…
-그걸 잘 수행했던 한국 기독교는 세속적 힘 추구로 사회적 신임 잃어… 명예 회복할 때
기독교대한감리회가 교단법인 장정(章程)을 개정하여 목회자 교회 세습을 제도적으로 막기로 했다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 연거푸 일어났던 기독교계에서 오랜만에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이다. 시급히 필요한 교회 개혁의 좋은 실마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독교계뿐만 아니라 일반 언론도 환영 일색이고, 아무도 감히 이의(異議) 제기를 못하고 있다.
그동안 몇몇 대형 교회에서 일어났던 교회 세습은 한국 교회의 위상을 떨어뜨린 대표적인 폐습이다. 북한의 정권 세습과 한국 재벌들의 기업 세습을 곱지 않게 보는 판에 교회까지 세습한다니 누가 좋게 보겠는가? 너무 가난하여 목사의 생활비도 댈 수 없는 작은 교회를 담임목사 자녀가 세습한다면 모두가 칭찬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많은 특권을 갖고 있는 대형 교회의 세습은 나름대로 이유가 없지 않겠지만 그 당사자들이 큰 비난을 받게 될 뿐이다.
교회는 법적·교리적으로 누구의 사유물도 될 수 없고 담임목사직의 후계에 혈연이 작용해야 할 어떤 근거도 없다. 결과적으로 본인들과 교회가 망신을 사게 되는 근시안적 패착일 뿐이다. 돈·인기·권력은 모든 사람이 추구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을 탐하고 누리는 이들을 질투할 뿐 결코 믿고 존경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지금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다. 사회갈등지수가 OECD 회원국 가운데 넷째로 높다고 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돈·명성·권력 등 경쟁적인 ‘제로섬(zero-sum)‘ 가치를 우상으로 섬기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하급 가치를 상대화하고 욕망을 억제하여 경쟁과 갈등을 줄이는 것이 한국에서 고등종교가 해야 할 역할이다. 사랑·희생·봉사같이 공유 가능한 ‘비(非)제로섬‘ 가치를 가르치고 실천하여 평화와 정의가 되살아나게 해야 한다. 그럴 때만 종교는 존재할 이유가 있고 사회의 인정과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한국 기독교는 상당 기간 그런 역할을 비교적 잘 수행해왔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나라의 독립과 민주화, 복지와 교육 등 중요한 분야에서 희생적으로 봉사했고, 절제·정의·인권 등의 신장에 크게 공헌했다. 교회 건물을 올리기 전에 학교와 병원을 먼저 세웠고, 그래서 국민의 더 큰 신임과 존경을 받았다. 그 덕으로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기독교가 가장 빠르게 성장한 나라로 꼽히게 되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최근의 한국 교회는 선배들이 세워놓은 그 위대한 유산을 거의 탕진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인 수가 늘고 돈·명예·권력 등 세속적인 힘이 생기자 그 힘을 사랑과 봉사에 이용하는 대신 즐기고 과시했다. 심지어 축복이란 이름으로 세속적인 힘을 추구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핍박받고 희생하는 소수가 아니라 힘을 가진 강자의 자리에 서게 되면 예수님의 고난과 겸손한 희생은 입으로만 선포된다. 대형 교회의 세습은 이런 타락의 한 부분이며 그 쓴 열매가 아닐 수 없다. 한국 교회는 사회의 신임과 존경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오히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해 주거나 심지어 교회가 세상의 조롱을 받게 되는 일까지 생겼다.
감리교단 입법의회는 이번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다른 교단에도 경종을 울려주길 바란다. 그렇게 해서 실추된 한국 교회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회복해 주기 바란다. 감리교단은 다른 어느 교단보다 교육·의료·복지 사업 등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에 앞장섰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그동안 교회 세습이 감리교단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이뤄졌던 것이 사실이라면 이 폐습을 바꾸는 일에 책임 있게 앞장서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 또한 감리교단의 위상에 걸맞은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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