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교회 특성상 성 문제 만만치 않아
-신고제 운영으로 투명한 성문화 정착돼야
-교회 내 성 관련 교육과 조직화된 기구 필요
10년 전 대학교 2학년이었던 A씨는 신뢰하던 목사로부터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됐다. A씨는 청소년시절 예수님을 믿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교회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성격 좋고, 믿음 좋기로 소문난 자매였다. 어릴 적부터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자란 A씨에게 어느 날 갑작스러운 시련이 닥쳤다. 대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게 된 것이다. 집안 사정으로 잠시 집을 나와야 하는 일이 생기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교회 담임목사 사모가 A씨에게 목사 사택에서 잠시 머무르라고 제안했다. 어릴 적부터 말씀을 듣고 배우며 신뢰하던 담임목사 부부였기에, A씨 역시 감사한 마음으로 사택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사모가 집을 비운 사이 담임목사가 A씨를 성추행했다. A씨의 저항으로 성추행에서 그쳤지만, 그녀가 받은 충격과 배신감은 매우 컸다. 오랜 시간 영적 멘토로 여기며 신뢰하던 목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자, 세상에 믿을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 영적 아버지와 같았던 목사에게 받은 배신감과 충격은 가시지 않았고, 담임목사에게 이 일을 공개적으로 알릴 것을 요구했다. 이에 담임목사는 주일날 교회 성도들 앞에서 이 사건을 공개적으로 말하고 용서를 구했다. 교회 성도들은 담임목사를 용서했고 지금도 여전히 목회 활동 중이다. 그러나 A씨는 사건의 충격으로 결국 교회를 떠났고, 지금도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 이를 지켜 본 A씨의 지인들은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난다. 죄 지은 사람은 여전히 목사로 활동 중이고, 그 친구는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모교회 B집사는 교회 부흥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인물은 부흥회 강사인 C목사였다. C목사는 B집사에게 “저녁 집회를 마치고 나니 배가 출출해 야식을 주문했다”면서 “자신의 숙소로 와서 함께 먹자”고 말했다. 당황한 B집사는 이를 거절하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밤새 고민하던 끝에 다음날 교회 교역자를 찾아가 이 문제를 상담했다. C목사는 교회에 “집회를 마치고 나면 피곤하니 숙소로 찾아오지도 연락도 하지마라”고 당부하고서는 이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C목사는 한국교회 내 유명한 부흥회 강사다.
최근 뉴스에 보도된 기사들을 보면, 마치 한국이 성(性)에 미쳐가는 것 같다. 아동 성폭행, 임신부 성폭행, 청소년과 군인들이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등의 잇따른 기사들이 사회에 충격과 공포심을 던져주고 있다. 이런 범죄로 인해 호신용 기구나 귀가 시간이 바뀌는 등 문화 전반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성 문제가 크게 대두되는 가운데, 과연 교회는 성의 안전지대일까?
A씨의 경우처럼 범죄한 목사는 여전히 목회 활동 중이지만 A씨는 신앙생활을 그만뒀다. 한국사회 전체가 보수적인 편이지만, 특히 교회는 보수적인 성향이 더욱 강하다. 종교가 가진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보수성은 남녀차별에도 영향을 미친다.
A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목사도 잘못했지만 분명 그 여자도 잘못된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교회 내 장·노년층의 경우 이런 사고를 하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보수적인 사고, 남녀차별적인 사고는 아직도 사회 내, 특히 교회 내에는 지배적이기 때문에 성적 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이 더 움츠려 들고, 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타 범죄와 같이 피해자를 순수하게 피해자로 보지 않고 범죄 유발자로 보는 경우가 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성 관련 범죄는 해결이 미흡한데다 신고 역시 저조한 실정이다.
교회는 성(性) 안전지대가 아닌 이상 성도들의 사고가 변해야 한다. 타 범죄와 같이 동일하게 생각하고 처리해야 한다. 마치 피해 여성을 정죄하는 듯한 교회 성도들의 태도는 성범죄를 야기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8월 31일 경찰청이 공개한 ‘2011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전체 범죄 건수는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의 경우 2011년에 1만9489건이 발생, 2010년 1만8256건에 비해 1233건(6.8%)이나 증가했다. 살인·강도·폭력·절도 등 다른 5대 범죄에 비해 가장 증가폭이 큰 수치다.
(사)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이화영 소장은 교회 내 성폭력 상담이 적지 않게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교회는 신앙을 기반으로 한 구조적 관계이다. 보통 권력관계에서 성폭력 발생이 높은데 교회 역시 믿음과 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권력관계와 흡사해 더더욱 잘 알려지지 않는 것 같다”면서 “목사의 경우, 목사의 명예가 교회의 명예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기독교인이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것은)목사가 되는 과정 중 지식, 설교 등의 능력은 측정할 수 있지만 윤리적인 면을 측정하는 기준은 없다고 들었다. 이를 측정하는 기준이나 혹은 윤리적 선언, 선서와 같은 도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직장 및 학교와 같은 성희롱 예방교육과 성폭력 예방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위반했을 시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교회법이 필요하다. 강력한 처벌 조항이 명시돼 있어야 피해자들의 법적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화영 소장은 “성폭행과 같은 범죄를 지었으나 이 교회에서 저 교회로 사역지를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성폭행은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처벌이 어려울 수 있지만, 성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적절한 처벌과 대응을 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한국교회 내 이러한 기구가 조직되어 구체적인 절차를 밟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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