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뒤에 가려진 장애인 인권의 사각지대


▲ 부산밀알선교단 ‘화요정기모임’
-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여성+아동+장애인’ 3중 차별이 가해진 사건
-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의식의 전환 필요
-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나아가는 교회가 되기를…

9월은 한국교회와 장애인들에게 조금은 특별한 달이었다.
먼저는 한국교회 역사상 첫 ‘장애인 총회장’이 탄생했다. 지난 20일 서울 궁동 연세중앙교회에서 열린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101차 총회에서 배재인(대전 서머나교회) 목사가 새 총회장에 당선됐다. 돌 때부터 앓은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배 신임 총회장은 이로써 120년 한국 기독교 역사 이래 첫 장애인 교단장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또한 9월 22일 개봉한 영화 ‘도가니’가 개봉 2주만에 300만을 돌파하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8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도가니는 화두로 등장했다. 사건을 고발한 전 인화학교 교사가 나와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나와서는 자신은 아이들의 상처를 씻어주지 못해 정의롭다는 말을 들을 자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영화 속에서 가해자는 학교의 교장선생님, 행정실장, 선생님 등이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불편한 사실 하나가 존재하고 있다. 교장선생님이 교회의 장로로 등장하며, 교회가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가해자들을 변호하고 옹호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욱 불편한 진실이 하나 숨겨져 있다. 실제로 사건이 발생한 인화학교의 설립이념이 ‘그리스도 정신에 입각한 사랑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자주, 자활, 근면 활동하는 자활인 육성’이라는 것이다. 믿기 싫지만 인화학교는 기독교 이념으로 세워진 학교이다. 또한 믿기 힘들지만 그 학교의 교직원도 기독교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정말로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든, 기독교 이념 학교에 교직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례증서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 종탑 뒤에 가려진 인권유린 사례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 형제복지원은 부랑인 선도를 명목으로 불법 감금, 강제노역, 구타 및 암매장까지 이루어졌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12년 동안 무려 531명이 사망하였고, 일부 시신은 3백~5백만 원에 의과대학의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려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원장 박인근 장로는 매년 20억 원의 국고 지원을 받는 한편, 원생들을 무상으로 노역시키고 부실한 식사를 제공하여 막대한 금액을 착복하였으며 자신의 땅에 운전교습소를 만들기 위해 원생들을 축사에 감금하고 하루 10시간 이상의 중노동을 시켰다. 이 사건으로 P 원장을 비롯한 직원 5명이 구속됐으며, P 원장은 1989년 9월 14일에 2년 6월형이 선고됐다.
1996년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에바다 복지회는 청각장애인 생활자들을 대상으로 인신매매, 감금, 폭행 및 성폭력까지 이루어졌으며, 사망한 장애인을 신고하지 않고 생계비를 타먹거나 한명을 이중으로 신고하여 횡령하는 등 4억여원의 회계부정을 저질렀다.
2006년 성람재단은 이사장의 개인농장에 장애인과 직원을 동원하여 강제노동을 시키고, 장애인들에게 차마 먹을 수 없는 밥을 주고 난방조차 해주지 않아 12년 동안 249명이나 사망케 했다. 말썽을 부린다며 폭행하여 사망케 한 후 이를 감추려다가 적발되는 등 수많은 인권침해를 저질렀으며 9억 5천만원의 국고횡령과 112건의 부정행위가 적발되었다.
2006년 김포사랑의 집 사건의 경우 정 모 목사는 수용자 6명에게 장기간 정신병 치료약을 먹여 숨지게 하고, 여성 수용자 3명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하지만 여러 혐의 중 일부만 적용해 기소됐으며, 1심 재판에서는 징역 2년형이 선고 됐고 2심 재판에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이외에도 미신고 시설이었던 바울 선교원, 충남 은혜사랑의 집, 양평 성실정양원 등 여러 시설들에서 인권침해가 벌어졌다.

▲ ‘여성·미성년자·장애인’ 성폭력 왜 계속 일어나는가?
각 사례들 중 공통되는 피해자가 있다면 그것은 ‘여성·미성년자·장애인’일 것이다. 현재 여성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은 증가추세에 있으며, 지난 달 부산은 장애인 성폭력 발생건수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여성장애인 대상 성폭력이 증가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고신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인 이미란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그것은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편견과 차별적 인식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인터넷과 급속한 핸드폰 문화 등이 가져다 준 루키즘 문화는 우리현대인들에게 인간의 내면적 본성에 대한 순수한 사고와 타인에 존중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잃게 만들었다. 또한 외적으로 나타나는 자극적인 시각문화의 모방과 폭발적인 외모지상주의로 일변되는 현 소비심리적인 문화 확산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심각한 폐해양상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장애 +여성+ 아동> 이라는 3중의 차별이 가해져서 발생되는 이번 인화학교와 같은 성폭력 사건은, 비장애 여성과 아동에 대한 성폭력보다 더욱 더 폐쇄적, 가학적, 지속적, 계획적, 일방적인 폭력성의 특징을 지적할 수 있으며, ‘장애+여성+아동’의 구조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스스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었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그럼 어떤 해결책이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이 교수는 “스웨덴과 같은 서구유럽의 나라들은 신체, 정신뿐만 아니라, 사회적 장애범주로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외국이민자를 범주에 두고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장애에 대한 낙인이나 외면과는 다르게, ‘수용하고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적극적 조치라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물리적 사회환경’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와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장애인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문화적 사회환경’의 장벽이 변화되어야 한다. 또한 이번 사건들과 같이 장애인들에게 행해지는 성폭력문제방지를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현실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편견과 무시, 차별 등의 ‘사회심리적 장벽’이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장애인대상의 학교, 기관, 시설, 센터 등에서 종사자 직무교육과 더불어 종사자들을 감시, 점검하는 ‘감시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앞서서 우리 모두 ‘인식의 변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제시했다.
또한 ‘여성미성년장애인’ 성폭력에 대해서는 “폭력에 대한 인지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여성장애인에 대한 인권보호를 위하여 여성장애인에 대한 ‘생애주기’를 검토하여 ‘성인지적 관점’에서 교육과 출산과 노동의 지원 등 법과 제도의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며,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수사와 재판과정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친고죄폐지 등의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지역사회서비스망 간의 네트워크를 조성하여 지원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예방적 차원에서 ‘장애유형별로 성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장애인의 특성을 잘 아는 ‘전문가를 양성’하여 각종 장애인대상 폭력예방 교육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 빛처럼 소금처럼
한국교회 십자가 뒤에 가려진 인권유린의 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교회의 종탑 뒤에는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세상의 빛처럼 소금처럼 장애인들을 섬기는 교회도 있다.
1988년 1월 4일 설립되어 장애인 전도, 봉사, 계몽을 3대 목적으로 지금까지 달려온 장애인 선교단체 ‘부산밀알선교단’은 화요정기모임, 지역별 화요모임,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사업 등을 통해 장애인들을 사랑으로 섬기고 있다.
현재 주요 사업으로는 ‘화요정기모임’이 있는데 장애인, 비장애인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모임이다. 매주 화요일 성경공부, 점심식사, 팀별 및 전체활동, 기도회, 저녁식사, 찬양과 예배 순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재 장애인들은 70~80명 정도가 참석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 수에 비해 봉사자가의 수가 월등히 부족한 형편이며 더 많은 봉사자와 점심과 저녁식사를 감당할 수 있는 물질적 후원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52주년을 맞는 ‘부산에바다농아교회’는 장년 청각장애인 성도 200명을 섬기는 교회로서, 부산 경남 지역 기하성 교단 농아교회(김해, 마산, 울산, 양산, 통영)들의 모체 교회이다. 주일 오전에는 한 지붕 두 교회의 모습을 가지고 청각장애인 성도와 일반성도가 따로 예배를 드리지만, 오후에는 함께 연합예배를 드리면서 청각장애인 성도와 일반성도들이 함께 어우러진 아름다운 예배를 드리고 있다.
현재 외국인 청각장애인을 섬길 청각장애인 선교사 파송, 청각장애인 신학교 설립, 청각장애인 교육과 복지를 위한 비전센터 설립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 예수님처럼…
예수님의 모든 행적을 기록한 사복음서 전체에서 장애 관련 구절은 총 571구절로서 4복음서 전체 구절의 15%에 달한다. 이것은 예수님이 장애인 사역을 얼마나 중시하셨으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장애인관련 사역을 하셨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교회는 성경에서 장애에 대한 언급이 특별히 많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신·구약 성경 전체에 장애 관련 구절은 총 1,317구절로 많으며, 이런 사실 자체가 장애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짐작케 한다. 장애에 대한 우리의 반응과 자세가 어떠해야 함을 가르쳐주는 것이라 하겠다. 성경은 한마디로 사랑이다. 그 사랑의 힘은 장애인에 대한 사랑을 무엇보다도 가르쳐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나병환자가 나아와 절하며 이르되 주여 원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 하거늘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이르시되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하시니 즉시 그의 나병이 깨끗하여진지라’(마 8:2,3)
나병환자가 다가왔을 때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손을 대셨다. 그 행동이 감동적이기 이전에 그 당시에 얼마나 위험과 고통을 감수한 용기 있는 행위였는지, 우리의 손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김상섭 기자

201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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