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함께하는 ‘지역가꾸기’ - 3. 지역 가꾸기의 과제와 전망
한국교회 신뢰의 위기와 지역 가꾸기의 과제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한국교회 신뢰도가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조사에서 ‘한국 교회를 얼마나 신뢰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한국 개신교회를 신뢰한다는 사람들의 비중은 응답자의 18.4%에 불과한 반면, 신뢰도 불신도 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비중은 33.3%, 불신한다는 사람들의 비중은 48.3%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결과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글로벌리서치(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10월 23-27일까지 20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8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조사결과 나이가 젊을수록 교회를 불신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특히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자들 중 개신교회를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7.6% 뿐이고 ‘종교에 대한 호감도’에 대해서도 기독교(20.6%)가 불교(31.5%), 가톨릭(29.8%)에 비해 낮게 조사돼 대부분의 질문에서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는 가장 하위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그동안 사회에 대한 교회성장의 그늘이 얼마나 컸는지를 반영해 주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한편 응답자들은 ‘교회가 더욱 신뢰받기 위해 가장 바뀌어야 할 점’에 대해 ‘교회 지도자들’(25.5%), ‘교회의 운영’(24.4%), ‘교인들’(17.2%)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이어 한국교회의 낮은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교회의 사회적 활동들에 대해 ‘봉사 및 구제활동’(47.6%), ‘윤리와 도덕 실천운동’(29.1%), ‘환경, 인권 등 사회운동’(12.5%) 등을 제안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어쩌다가 세상의 희망이 되어야 할 교회가 이토록 신뢰를 잃게 되었을까?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가 발표된 이후에 교계는 자성과 갱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높은뜻숭의교회(김동호 목사)는 최근에 본교회를 분할해 4개의 독립교회로 세우기로 하여 교계와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를 주도하고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해 꾸준히 대안을 제시해 온 김동호 목사는 직장목회 전략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회가 교인들을 세상에 풀어야지 찾아오는 사람들을 관리만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선교의 대상은 교회 안에 있지 않고 교회 밖에 있습니다. 교인들을 잘 양육하여 교회 일꾼만 만들지 말고 직장과 세상에서 왕 같은 제사장이 되게 해야 합니다.” 그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며 교회가 지역과 삶의 현장에서 실제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결과는 한국교회가 질적으로 더 성숙하고 갱신되어지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며 지역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어떤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해 주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교회가 지역에 밀착하여 ‘지역 가꾸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시대적 사명임을 분명하게 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어떻게 한국교회가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그 대안과 방법은 무엇인가. 교회가 신뢰를 회복하고 세상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교회의 존립목적이 교회자체가 아니라 세상임을 재정립해야 한다. 지역교회의 중심은 교회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중심이동이 이루어져야한다. 다시 말하면 교회가 지역의 현실적 문제에 직접 파고들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역 가꾸기의 핵심이다. 그동안 지역교회는 지역 주민들에게 ‘그들만의 교회’가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교회에 잔치를 준비하고 거북스런 초대를 해 왔다. 교회의 문을 열고 나가 지역사회, 현장에 가서 잔치를 베푸는 일에는 인색했다는 것이다. 이제 교회는 그 지역주민에게 그들만의 교회가 아닌 ‘우리 모두의 교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미래교회를 위한 전략들을 제시한 책은 공통적으로 교회선교전략의 전환과 지역 가꾸기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캐논 캘러한은 「영향력으로 남는 교회」에서 ‘생존의 신학에서 봉사의 신학’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NEXT CHURCH」를 쓴 에디 깁스는 교회가 ‘기다리는 교회에서 찾아가는 교회’로의 전환할 것을 강조한다. 즉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구도자를 교회로 모이게 하기보다 교회가 삶의 현장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초대하는 교회에서 찾아가는 교회’로 전환하고 적극적으로 지역 가꾸기에 나서야한다. 교회가 지역에 대한 이원론적 자세를 지양하고 지역의 문제와 함께하며 변혁시켜야 할 사명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참여해야 한다. 그것이 성경적 교회관이자 사명이기 때문이다.
앞서 다룬 글의 사례를 통해서도 언급했듯이 지역이 행복하면 교회도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된다. 교회가 성장한 후에 지역을 섬기겠다는 자세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지역이 아름답게 가꾸어지면 주민들이 살기 좋아져서 모여들게 되고 교회는 자연스럽게 영향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바람직한 지역 가꾸기는 무엇인가
교회의 지역 가꾸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가능할 것이다. 첫째는 지역의 물리적 환경 가꾸기를 들 수 있다. 그동안 지역교회는 필요에 따라 건물을 신축하거나 개축하는데 많은 재원을 투입했다. 많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나 지역을 위해 개방하는 것은 매우 소극적이었다. 지역교회가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협조하는 사례를 찾아보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절기나 명절에 하는 구제 사업이 전부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교회는 지역 환경 개선에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지역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정기적인 지역 청소봉사, 벽화 그리기, 주택 수리 및 개선,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서비스(작은 도서관, 북-카페), 정보화 서비스(컴퓨터실), 사회복지의 사각지대 놓인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일과 지역의 경조사를 함께하고 기관 및 학교 등의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하여 교회가 지역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 하나의 공동체임을 인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지역주민을 위한 삶의 질을 가꾸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그늘진 부분이 많다. 가치관의 혼란과 도덕성 붕괴, 도박문화와 사행심이 위험 수준에 도달해 있다. 교회가 이를 조장한 것은 아니지만 개선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교회는 교인들에게 다양한 교육적 프로그램을 통해 신앙의 의식화를 도왔다. 그러나 신앙의 생활화에 미치지 못하여 여전히 이원론적인 삶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그리스도인이 올바른 기독교적 세계관을 정립하고 지역교회는 성경적 교회관을 바로 세워서 교인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을 질적으로 개선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예컨대 생활 및 관계개선을 위한 캠페인(정직운동, 도덕성 회복 및 실천 , 서로 인사하기 등), 변화하는 시대에 주님들에게 유익한 교육세미나(자기계발, 자녀교육, 가정회복, 건강생활 등),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활동 프로그램(문화역사탐방, 음악회,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활동), 장애우와 소외계층의 삶의 질적 확충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지역교회가 더이상 지역 안의 섬으로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지역을 품고 지역공동체에 통합되어 지역의 현장에 파고든다면 교회와 지역은 달라질 것이다. 교회가 작은 부분에서부터, 현실 가능한 것부터, 지속적으로 지역을 가꾸어간다면 사회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기독교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선한 영향력을 통해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선교적?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한국교회가 될 것이다. 더욱이 지역이 행복해 져서 교회의 성장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1980년대 이후 ‘교회성장’에 몰두했고, 1990년대 들어서는 선교에 집중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영성에 몰입하는 추세였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생활과 현장에서 실천하고 참여하는 영성, 즉 생활 영성의 시대임을 인식해야 한다. 교회마다 그 지역에 있어야 할 선명한 이유와 명분, 즉 목적과 사명을 선명하게 세워야 한다. 그리고 지역과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속에 파고들어 돌보고 가꾸어야 한다. 지역 교회마다 나름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는 지역을 적극적으로 품고 섬기는 교회가 지역과 사회를 주도해 나가게 될 것이다. 지역을 아름답고 책임감 있게 가꾸어 가는 교회는 그 지역을 넘어 세계를 내다보게 될 것이다. 지역을 가꾸는 교회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며 주도하게 된다.
교회와 함께하는 지역 가꾸기는 교회의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다. 프로그램의 문제도 아니다. 교회의 본질적 문제요, 목적과 사명의 문제이다.
한국교회는 위기의 한 복판에 다다랐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제 거듭나야한다. 눈을 들어 지역을 바라보라. 두루 다니며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삶의 목적과 질을 새롭게 하는 건강하고 영향력있는 지역교회로 거듭나자.
|